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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코필드(John Sco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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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부터) 존 스코필드, 빌 스튜어트, 스티브 스왈로우

 

John Scofield with Steve Swallow, Bill Stewart

첫 스튜디오 앨범이자 첫 ECM 리더작 <Swallow Tales> 발표한 재즈 기타리스트

 

명불허전 '기타 트리오'의 여유로운 귀환!

 

곡을 만들고 함께 연주하고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팀 케미스트리를 쌓아온 지 어언 30여년! 놀랍게도 존 스코필드, 스티브 스왈로우, 빌 스튜어트, 이 베테랑 절친 뮤지션들이 이번에 처음으로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녹음을 가졌습니다. 물론 다른 악기주자들이 포함된 편성으로는 지금껏 몇 차례 레코딩을 했었고, 동일한 트리오 편성으로 멋진 라이브 녹음 <EnRoute>도 한 차례 남긴 바 있지만 스튜디오 작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록 앨범 수가 많지는 않아도 이들 세 명은 서로 지금까지 원없이 연주해 본, 음악적으로는 수십 년 함께 해온 부부사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서로간의 교감은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아무리 젊고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가들이 등장해 자신의 연주를 뽐내도 이들만큼 음악적 일체감이 생기려면 몇 년 정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트리오의 음악을 더욱 더 귀하고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아무리 익숙한 내용을 들려주더라도 말이죠.  

 

글/김희준

사진/Roberto Cifarelli, ECM. Universal

 


 

오랜 지음(知音)의 반가운 조우!

 

이번 스코필드의 신작은 레이블이 새로 바뀌었다는 외형적인 변화를 제쳐둔다면 오랜 스코필드의 음악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근작들과 마찬가지로 친숙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빌 프리셀, 팻 메시니도 마찬가지인데 그들의 신작과 근작들은 모두 다 이전 자신들이 구축했던 그 사운드로 회귀했음을 보여주었더랬죠. 스코필드의 전작인 <Combo 66>, <Country for Old Men>, <Past Present> 에서 들려주었던 블루스, 비밥, 컨추리, 블루 그래스의 향연은 이 백전노장 기타리스트가 이제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찾기엔 나이가 너무 들었구나’ 하는 걸 반증하는 면도 없지 않지만, 그만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존 스코필드라는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사전에 예상되는 측면이 있으나 더불어 재미있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게 사실입니다. (어떻게 매번 새롭게 자기혁신을 해낼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일흔 줄의 노장이 말이죠. 그건 불가능에 가까우며 그런 사고자체가 지나친 부담이고 강요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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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리스트 존 스코필드

 

오랜 지음(知音)인 스티브 스왈로우, 그리고 스트레이트하면서도 그루브감 가득한 재즈를 구사할 때 이보다 더 적합할 수 없는 테크니션 드러머 빌 스튜어트가 함께한 기타 트리오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어떤 음악이 만들어질지, 이들의 팬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예상하실 겁니다. 이전 라이브 앨범 <EnRoute>에서 들려주었던, 비밥과 블루스로 점철된 절정의 모던 기타 트리오 사운드가 16년 만에 다시 재현된 것인데, 쫄깃하기 그지없는 스코필드의 기타 톤과 하나의 낭비 없이 알찬 내용의 기타솔로에 음악전체에 생기와 탄력을 부여하는 빌 스튜어트의 드럼,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전체 트리오의 구심점을 확실히 잡아내주는 스티브 스왈로우의 여유와 노련함 가득하며 기타만큼 선율미가 뛰어난 베이스 라인까지, 전형적인 스코필드 트리오의 음악이 이 한 장의 앨범 안에 들어차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 서문에서도 이야기 했듯, 이들 세 명은 함께 연주를 시작한 지 30년이 넘는 지금까지 숱하게 함께 녹음하고 공연무대에 섰습니다만, 정작 트리오로 스튜디오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Swallow Tales>는 존 스코필드 트리오의 첫 정규 스튜디오 앨범이 되는 셈이죠)

앨범의 수록곡들은 모두 다 스티브 스왈로우의 작품들입니다. 앨범 타이틀처럼 스티브 스왈로우의 이야기들로만 전곡을 채워낸 건데 곡들 또한 이 작품을 위해 새롭게 쓰여진 게 아니라 모두 이전에 발표되었던 곡들이며 이 곡을 직접 선곡한 건 바로 리더인 존 스코필드입니다. 스코필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40년도 더 훨씬 전 제가 버클리에 다닐 때 처음 스티브와 만났고 그 뒤 우리는 늘 함께 음악을 공유해왔죠. 전 그와 함께 연주하면서 숱하게 그의 곡을 레퍼토리로 선택해 무대에 올렸습니다. 오래전부터 그의 곡을 좋아했고 이미 그의 곡들중 몇몇은 스탠더드로 인식될만큼 훌륭합니다. 특히나 그의 곡은 즉흥연주를 풀어내기에 더없이 훌륭한 틀을 가지고 있어요. 곡의 변화가 재미있으면서 지나치게 과하지 않고 납득이 가는 모양새를 갖고 있죠. 또한 그의 곡들은 무척 멜로딕하며 하나의 노래처럼 와닿습니다. 단순히 지적 연습을 위해 기술적으로 만들어진 곡들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죠”

 

스코필드는 자신의 리더작을 통해 오랜 동료이자 또 선배인 스티브 스왈로우를 기리고 헌정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그가 앨범 전체를 특정 아티스트의 작품만으로 담아낸 건 2004년 레이 찰스의 추모 앨범 외엔 이번이 처음이며, 또한 전 곡을 한명의 작곡가 작품으로만 담아낸 건 커리어 통산 처음입니다. 그만큼 스티브 스왈로우의 음악세계에 깊은 존경심과 이해를 갖고 있음과 동시에 그의 곡들이 가진 훌륭함을 알리기 위한 의도가 이 작품에 담겨져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앨범작업을 위해 스코필드는 총 9곡을 선택하였는데 이 곡들은 모두가 다 60~70년대 활동초기 시절에 만들어진 곡들입니다. 가장 빨리 쓰인 곡은 ‘Eiderdown’이며 (1960년대 초반) 가장 늦게 쓰인 곡 역시 7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She Was Young’ 입니다. 또한 그 중에는 스왈로우의 곡중 가장 널리 알려졌고 칙 코리아와 게리 버튼등 여러 동료 뮤지션들이 리메이크하여 이미 스탠더드 반열에 오른 ‘Falling Grace’와 ‘Hullo Bolinas’ 같은 곡들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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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시스트이자 작,편곡가 스티브 스왈로우

 

<Swallow Tales>에 담긴 음악적 색깔!

 

전체적으로 이전 라이브보다 열기와 에너지는 가라앉은 대신 좀 더 여유롭고 차분한 성격을 띠고 있는 가운데, 상호간의 인터플레이와 음악적 긴밀함은 여전히 빈틈없이 알차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편곡적으로 원곡의 잔향이 잘 느껴지지 않게 템포와 리듬적인 면에서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Falling Grace’ 같은 곡은 원곡의 청량함과 산뜻함 대신 그루브감 넘치는 포스트 밥 스타일로 바꿔 놓아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필자 개인적으로 이 앨범의 수록곡들중 특히 호감이 가는 건 ‘Awful Coffee’, ‘Eiderdown’, ‘Away’, 그리고 ‘Radio’ 입니다. 연주의 응집력과 서로의 대화가 가장 긴밀하고 또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되는 곡이어서 그렇게 생각하는데, ‘Eiderdown’ 은 이전 라이브 <EnRoute>를 바로 떠올리게 할만큼 업템포의 텐션 가득한 연주가 절로 몸을 들썩거리게 만들며, ‘Away’는 포크적인 감성의 멜로디에 발라드 성향 가득한 기타 연주가 마치 가수가 노래하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줍니다.(스코필드 발라드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본 작을 들으면서 느끼게 되는 지점인데, 이 세 명의 연주자들은 서로 악기가 다르지만 함께 노래하듯 연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특히나 드러머 빌 스튜어트의 연주는 악기 음의 고저가 없어도 마치 상대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며 이게 기타와 베이스의 이야기를 더욱 독려하는 것 처럼 여겨집니다. 그런 점에서 단순히 기술적으로 당대 최고의 드러머라는 이야기를 하는 걸 이젠 넘어섰다고나 할까요? 타임 키핑은 물론이고 콤핑과 솔로까지 음악적으로 표현해낼 줄 아는 드러머와 함께 하니 기타와 베이스는 얼마나 연주하기가 재미있고 편할까요? 작년 3월 10일 오후 불과 하루 반나절동안의 녹음으로(아마도 원테이크로 끝냈을거라 예상됩니다) 마무리된 이 녹음은 잼 형태의 느낌으로 충만함에도 이렇듯 연주자들의 실력과 교감의 수준이 워낙 높기에 알찬 연주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거라고 봅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런 전형적인 재즈 사운드로 가득한 음악이 다름 아닌 ECM에서 발매되었다는 겁니다. 녹음은 뉴욕에 위치한 제임스 돌란 스튜디오라는 곳에서 이뤄졌는데, 음악도 그렇거니와 음향, 녹음의 차원에서도 이 작품은 일반적인 ECM의 컨셉과는 꽤나 멀리 동떨어져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엔지니어 역시 기존의 레이블 엔지니어가 아니더군요)

 

현재까지 ECM을 통해 이 트리오 앨범을 발표하게 된 것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작년 이단 아이버슨 쿼텟, 얼마전 트럼페터 아비샤이 코헨의 앨범에서 볼 수 있듯 최근 ECM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을 살펴볼 때 의도적으로 확실히 과거와는 다른 성격의 음악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케 합니다. 세션으로 참여한 몇 종의 음반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50년 가까운 커리어동안 ECM 레이블에서 리더작을 발표한 건 2006년도 래리 골딩스와 잭 디조넷이 함께 한 오르간 기타 트리오 <Trio Beyond> 외엔 없었는데, 그 점에서도 이 작품은 분명히 이례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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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머 빌 스튜어트

 

아직 이들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1951년생이니 그의 나이도 내년이면 만 일흔이 됩니다. 비밥과 블루스에 깊이 천착하다가도 때론 펑키하면서 아주 모던한 퓨전 계열 음악을 구사하며 당대 트렌드의 첨단에 위치하기도 했던 그도 이제 엄연한 노장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같은 세대 연주자로 분류되는 빌 프리셀과는 동갑내기, 그보다 약간 손아래엔 팻 메시니도 1954년생이니 올해 66세, 예순 후반대에 접어 들어갑니다. (심지어 마냥 젊어 보이기만 하는 마이크 스턴도 1953년생으로 곧 일흔 줄입니다) 서로 비슷한 시대를 거치면서 치열하게 경쟁했고 또 동료로 음악적 교류를 마다하지 않았던 이들!

 

재즈 뮤지션임에도 흔치 않게 인기와 지명도까지 높았던 이들은 80~90년대 재즈 신이 다시금 약동할 때 전성기를 누리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데 그 시절 음악을 접했던 팬들은 이들의 연배와 커리어를 다시금 돌이켜보면서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낄 거 같습니다. 좀처럼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다가 이렇게 동시대를 함께 호흡했던 아티스트들이 나이를 먹거나 세상을 떠나갈 때 문득 세월이 흘렀음을 직접 피부로 느끼게 되는데요. 최근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공연도 하지 못하고, 거기에 여러 뮤지션들이 세상을 떠나가며 재즈 신 전반이 다소 의기소침해져 있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이 네 명의 스타들은 여전히 작품 활동을 하며 현역에의 의지를 굳건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들 네 명 모두 근래에 발표한 작품들이 의욕적이며 자신의 오랜 내공과 캐릭터를 잘 유지하고 있어서 반가울 따름입니다. 그러니까 커트 로젠윙클, 길라드 헥셀맨, 줄리안 라지를 비롯한 한 세대 이상의 후배 기타리스트들에게 아직은 주도권을 넘겨줄 마음이 없다고 봐도 될 거 같습니다. 스코필드의 이번 새 앨범 또한 그런 관점에서 바라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연주에 오랜 친숙함으로 가득 차 있으나 이들 세 명은 여전히 최고라는 자부심이 연주 하나하나에 뚜렷하고, 존재감 또한 선명해서 여느 후배들이 이들의 영역에 도달하려면 더 많은 노력과 경험치를 쌓아야만 그나마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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