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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슈나이더(Maria Schne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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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Maria Schneider

신작 <Data Lords> 발표한 당대 최고의 빅밴드 리더/,편곡가

 

서로 다른 두 세상 향한

그녀의 깊고 무거운 통찰!

 

 

5년 만에 다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며 팬들 곁으로 돌아온 여걸 마리아 슈나이더! 그녀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Data Lords>라고 명명되어 있습니다. 직역하자면 데이터의 군주, 지배자정도가 되겠죠. 타이틀만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을텐데 모바일, 온라인으로 세상의 모든 정보들이 집중되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시대가 과연 올바른가? 빅 데이터가 새로운 권력이 되어가고 있는 이 시대, 과연 제대로 된 방향으로 우리의 문명이 나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과 비판이 작품의 전반에 깔려 있다고 보시면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전작 <The Thompson Fields>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컨셉트 앨범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다만 모든 곡들이 연주로만 이뤄져 있기 때문에 메시지는 표면에 드러나 있지 않고, 사운드를 통해 추상적으로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원작자는 곡 제목을 통해 최소한의 가이드만 보여주고 우리는 이 음악을 듣고 나서 각자 느끼고 판단하면 됩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진 구체적인 그녀의 이야기, 인터뷰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앨범 부클릿에 담긴 그녀의 코멘트와 이전 자료들만으로 작품의 의도를 대략적으로 짐작해 풀어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점을 감안하고 이 칼럼을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김희준 사진/ Briene Lermitte, ArtistShare

 

 

여전히 최고의 완성도, 표현력으로 가득 찬 신작

앨범은 명백히 2장의 CD에 각각 별개의 두 파트로 나뉘어 이름 붙여져 있습니다. 첫 번째 CD는 디지털 월드(The Digital World), 두 번째는 내추럴 월드(Our Natural World)! 그리고 그 각각의 서로 다른 세상을 형상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녀는 그 세계의 이미지에 어울리게 낙엽을 소재로 절반은 디지털, 절반은 실제 자연에 존재하는 낙엽의 모습을 커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명백히 다른 세계에 부합하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그녀는 작곡에서부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는데, 특히 디지털 월드의 경우 그 어느 때보다 어둡고 강렬하고 공격적이며 전위적인 소리들로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두 번째 리더작인 <Coming About>에 담겨있는 타이틀 곡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네거티브한 사운드로 일관하는 음악을 노골적으로 들려준 게 거의 처음으로 보이는데, 마리아 슈나이더가 바라보는 디지털 월드는 명백히 부정적인 느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곡 제목만 봐도 쉬이 감이 오죠?! ‘A World Lost’, ‘Don't Be Evil’, ‘CQ CQ, Is Anybody There?’ 같은 곡에서 그녀가 표현하는 온라인 세상은 기괴함과 어두움, 분노 같은 느낌으로 가득합니다. 그녀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전위적인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벤 몬더와 스티브 윌슨, 도니 맥카슬린, 제이 앤더슨등 할당된 파트의 연주자들의 즉흥 솔로 역시 날카롭게 날이 서있으며 아웃한 면모를 드러냅니다. 그중에서도 ‘CQ CQ, Is Anybody There?’ 곡 중반 트럼페터 그렉 기스버트의 솔로는 이펙트를 걸어 왜곡된 트럼펫 소리를 갖고서 전위적인 솔로 어프로치를 펼쳐 보이는데, 이 디지털 월드 앨범파트의 음악적 색채를 대변하는 솔로를 하나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선택해도 될만큼 앨범 전체의 컨셉과 맥락이 이어집니다. 그러한 맥락은 뒤이은 ‘Sputnik’와 동명타이틀 넘버 ‘Data Lords’ 에까지 그대로 연결되는데 음악적으로 디지털 월드의 핵심이 마지막 두 곡에 다 담겨져 있다고 봐도 될만큼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의 상호 협업이 극한으로 치달아 나갑니다. 동시에 음악적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전해주는 트랙이 아닌가 싶습니다.

 

반면 내추럴 월드 파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던 평소의 그녀 음악과 고스란히 맥락이 이어집니다. 첫 번째 CD와는 180도 다른, 밝고 화사하면서 정감 넘치고 섬세함이 가득한 오케스트레이션, 그리고 그녀의 감성이 아주 잘 느껴지는 멜로디들...! 따스함이 가득한 이 음악들은 실제 자연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느낌, 감흥과도 무척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그녀가 발표해온 작품들, 특히 아티스트쉐어(Artistshare)를 설립하고 난 이후,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이전까지 만들었던 석 장의 정규앨범들은 기본적으로 자연과 환경에 대한 그녀의 가치관이 담겨져 있으며, 전원적이면서 관조적인 감성이 음악 안에 녹아들어 있다고 봅니다. 공공연히 인터뷰에서 환경에 대한 중요성, 예찬을 이야기하며 생태계가 처한 위기에 대해 고민하는 태도를 보여 주기도 했던 그녀가 표현하고 공감하고 있는 자연의 느낌, 그 소리들을 현대적인 재즈 빅밴드로 섬세히 형상화해내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앞선 첫 번째 파트 음악과는 완전한 대비를 이룰 수밖에 없습니다. ‘Stone Song’ 에서 마치 조약돌이 강물에 튀어 흘러내려가는 듯한 이미지를 표현해내고 있는 부분, 스티브 윌슨의 소프라노 색소폰으로 표현된 상큼한 테마 멜로디와 피아노의 조화는 마리아 슈나이더의 시그너처 사운드라고 봐도 될만큼 친숙하며 또 아름답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평소 새를 무척이나 좋아해온 그녀답게 이번 앨범에서도 새에 대한 찬가가 하나 포함되어 있는데 이 곡 ‘BlueBird’ 중 후반부 솔로 파트에서 아코디언 주자 게리 베르사체와 색소포니스트 솔리스트의 체이싱 솔로는 마치 새가 서로 대화하듯 지저귀는 것 같이 들립니다. 아마도 그걸 연주로 묘사해낸 것일텐데, 음악적인 내용을 유지하면서 그런 이미지까지 멋지게 표현해내는 걸 보면 그녀가 음악적으로 얼마나 탁월한 이미지 구현 능력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죠그리고 마지막 전체의 대미를 장식하는 ‘Sun Waited for Me’ 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따스함, 편안함을 가스펠과 전원적인 포크 선율을 담아 소박하게 표현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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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슈나이더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큰 공을 들인 것이, 다름 아닌 작곡과 오케스트라 멤버들의 즉흥연주가 서로 상충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최대한 각자의 영역에서 나올 수 있는 표현 또한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말합니다! 빈틈없이 짜여진 작곡의 틀, 하지만 그런 곡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각 솔리스트들 간의 즉흥연주가 결코 구속되지 않고 다채로운 뉘앙스로 가미되어서 작곡된 틀의 일부로 솔로가 기능하는 게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균형을 잡아 이어나가는 걸 시도하고 표현해내길 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단순하게 빅 밴드의 연주가 앙상블-솔로-앙상블 형태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며 때론 전체 앙상블과 솔로의 간극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때론 곡의 주된 감성포인트를 솔리스트의 즉흥연주가 더 멋지게 표현해내는 경우도 담겨져 있죠. 미리 만들어진 작곡만큼 솔리스트의 즉흥 솔로가 전해주는 이야기도 비슷한 비중으로 담겨져 있다는 얘기죠. 20인조 가까운 인원을 대동하고서 마치 자신의 수족인 것처럼 의도를 다 이해시키고 공감케 한 뒤, 솔리스트들에게서 그 곡에 걸맞는 표현을 이끌어내려면 리더와 멤버들 사이에 얼마나 많은 소통의 시간이 필요했을까요? 그렇기에 그저 탄탄하게 잘 훈련된 앙상블의 통일감을 구현해내는 것과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의 입체적인 음악적 접근은 방향자체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준비와 소통, 뮤지션들과의 교감에 이르는 과정을 이처럼 훌륭하게 잘 포착해내고 그걸 이정도의 탁월한 수준으로 뽑아낸다는 점에서 이번 신작 역시 그녀의 명성을 다시 한 번 크게 빛내줄 훌륭한 역작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디지털 음악 시장을 향한 날선 분노!

한편 그녀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CD를 공들여 제작하며 오직 이걸로 자신의 음악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 외 다른 루트는 아예 시도조차 하고 있지 않죠. 그나마 디지털로 들으려면 아티스트쉐어 홈페이지에 가서 다운로드 구매권을 구입해야 들을 수 있습니다. 그 외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유튜브, 타이달등 어떤 온라인 음악 서비스업체와도 계약을 맺지 않고서 자신만의 루트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지금 시대에 역행하는 무척 독선적이고 외골수 같은 행보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에 대한 그녀의 견해는 결코 독선적이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아티스트로서 자존감이 두드러지는 행보라고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3년 전 마리아 슈나이더는 뉴 포트 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선 적이 있는데 당시 재즈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솔직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녀의 이야기 핵심은 이러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대중들이 듣는 수많은 형태의 플레이리스트, 그 안에 삽입된 아티스트의 음악들은 하나의 부속물처럼 취급된다. 거기엔 아티스트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팬이 없다. 누군가가 만들어 놓고 제시한 선곡을 그저 감상자들은 수동적으로 들을 뿐이다. 그 안에서 음악을 직접 만드는 창작 아티스트는 전혀 존중받지 못한다. 내가 보기엔 이 모든 게 완전히 허튼 수작에 불과하다. 내가 만든 음악이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온라인 공간에서 떠돌아다는 것을 난 받아들일 수 없다. 한때 유튜브에 전혀 제재 없이 잔뜩 올라가있던 내 음악들은 많은 사람들이 들었을지는 몰라도 내게 수익이 돌아온 건 없다. 이런 온라인상의 음악환경은 CD, LP 같은 음반에 비해 창작자에게 돌아오는 금전적인 이익이 너무 미약하고 구조도 튼튼하지 못하다. 한마디로 그냥 넌센스에 불과한 것이다

 

 7 디스토피아적인 이미지를 표현해낸 디지털 월드의 이미지. 가운데 여성이 마리아 슈나이더이다..jpg

 

이런 그녀의 인식은 아마도 재즈음악이 아닌 팝 아티스트였더라면 입장이 다소 다르게 변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과정자체는 장르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실제 창작자가 음악 시장의 주체가 아니라는 아이러니한 현실! 분명히 이건 잘못된 것이고 마리아 슈나이더는 여기에 크게 분노하고 있는 겁니다. 그녀는 음악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유명해지는 데 의도와 목적이 있는 게 아니며, 스스로 공 들여 만든 이 빅밴드 음악이 제대로 된 과정을 통해 팬들에게 전달되고 또 그들로 부터 좋든 싫든 반응이 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라고 봐야할 겁니다. 과거 엔자(Enja)와 같은 기존의 음반사와 일을 한차례 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좀 더 직접적으로 모든 것을 확인하고 또 통제하길 원했기에 팬들이 지원해주는 조합형태의 레이블 아티스트쉐어(Artistshare)를 과감히 시도한 것이죠. 아직까지 이 과정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해마다 팬들의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스로도 걱정스럽고 앞으로 계속 앨범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이 없다고 하는군요.(비록 독자적인 행보이고 음반 형태라고는 하지만 그래미 어워드를 무려 다섯 자례나 수상한 당대 최고의 빅밴드 리더조차 앨범을 만드는 게 힘들다고 한다면 다른 로컬 아티스트들은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분명 마리아 슈나이더는 힘든 길을 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길은 시간이 갈수록 더 험난해지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과감하게 이런 상황을 초래하게 만든 온라인 환경, 그리고 빅 데이터로 언급되는 새로운 파워세력들에 대한 날선 입장을 음악을 통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설득력 있게 표현하더라도 시대는 계속 흘러가고 대세를 돌이킬 수는 없을 겁니다.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 유튜브는 더욱 더 크게 성장해 시장을 잠식하겠죠. 다만 그녀의 음악을 좋아하고 지지하는 팬들이라면 최소한 꼭 한번쯤 취지를 공감하고 나름의 후원을 해주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뛰어난 작품을, 매번 낼 때마다 기복 없이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어내는 마리아 슈나이더 같은 아티스트가 우리 주위에 얼마나 될지를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래야하지 않을까 싶어요.‘왜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를 안하지?’ ‘왜 유튜브에 음원을 올리지 않지?’아직도 CD만 만든다고? 너무 구시대적인거 아냐? 하고 불평을 갖기 이전에 왜 이런 행보를 취할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녀는 과거 인터뷰에서 자신이 음악을 계속 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그래미 상을 포함한 권위 있는 수상결과보다 자신을 지지해주고 그녀의 음악에 애정을 보여주는 팬들의 호응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아티스트쉐어는 그런 팬들과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공간이죠. 필자가 보기에도 그녀처럼 훌륭한 음악인들이 더 많이 재즈 신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영향력 있는 레이블의 조력도 분명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음악 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개별 아티스트들을 호응하고 지원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과정이 선순환되어야 뮤지션들의 창작이 좀 더 활발하게 이뤄질테고 또 나름의 건강한 시장을 형성하게 될테니까요. 그녀처럼 대단한 입지를 확보한 거물급 아티스트가 인디 뮤지션처럼 이런 독자적인 행보를 펼쳐 보이는 것이 수많은 로컬 뮤지션들에게 긍정적인 선례가 되어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적극적인 지지를 해주어야 합니다. 더욱이 마리아 슈나이더와 그녀의 오케스트라가 지금껏 쌓아온 음악적 가치를 믿고 공감하는 분들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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