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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rico Rava & Joe Lov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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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rico Rava & Joe Lovano 

생애 첫 공동리더작 <Roma> 발표한 두 거장 재즈아티스트

 

 

미국과 유럽 재즈레전드의 묵직한 랑데부! 

 

과거 70~80년대엔 그래도 종종 시도되고 또 뛰어난 결과물들을 남겼던 바 있는, 미 본토의 재즈거물과 유럽의 아티스트간의 조합은 최근 들어 좀처럼 시도되지 않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투어시 함께 무대에 올라 사이드맨 형태로 연주하는 경우는 여전히 있었지만, 동등한 입지를 지닌 채 작품으로서 함께 만나게 되는 건 확실히 드물어진 것이죠.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미국과 유럽의 재즈아티스트들이 지향하는 방향이 좀 더 뚜렷하게 달라진 점이 있을 거 같고, 여기에 특히나 음반기획자체에서 이러한 시도를 할 만한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보다 여러 독립레이블들의 수도 많았고 음반시장도 더 좋았던 탓에 활발하게 레코딩이 이루어졌던 시기에 미국과 유럽간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하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고 역동적이었던 거죠. 그랬기에 창조적인 결과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던, 음악적으로 아주 변화무쌍하고도 축복받은 시기가 바로 그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ECM레이블이 바로 그러한 작업을 적극적으로 해왔던 대표적인 음반사중 하나였는데, 오랜만에 이 레이블에서 예전처럼 의미 있는, 묵직하면서도 화제성 높은 기획을 하나 선보입니다. 바로 트럼페터 엔리코 라바와 색소포니스트 조 로바노의 첫 공동리더 앨범의 발매이죠. 이만한 대가급 거물의 협업과 작품발표는 그 자체만으로 재즈 신에서 충분히 이슈가 될 만합니다. 하물며 이렇게 내용까지 충실하고 나무랄 데 없이 좋다면 더 말해 뭐하겠습니까? 

 

글/정수욱   사진/ Roberto Cifarelli , jimmy Katz

 


 

올해 우리 나이로 81세. 그러니까 서구의 나이로는 지난 8월에 생신이 지났으니, 정확히 80세를 맞이한 이탈리안 재즈의 거장, 트럼페터 엔리코 라바의 ECM 신작은 색소포니스트 조 로바노와의 짧은 2018년 유럽 투어 중 로마 공연을 담은 실황앨범입니다. ‘팔순’을 기념하기 위한 투어 공연의 의미가 뚜렷이 담겨져 있지만, 나이와 커리어를 제쳐둔 이 작품자체만을 들여다보더라도 충분히 의미를 둘만하다고 생각됩니다. 루이 암스트롱이나 마일스 데이비스처럼 시대의 아이콘과 같은 커리어나 대중성을 가지진 못했으나, 그가 이탈리안 재즈, 나아가 유럽 전체 재즈 신에서 남긴 결과들과 족적은 충분히 훌륭하고 또 많은 재즈 팬들에게 의미를 줄 수 있는 명작들을 남겨왔음에 틀림이 없죠. 

 

그는 뉴올리언즈 스타일, 포스트 밥, 유러피언 재즈, 프리 재즈, 컨템포러리등 거의 전체 재즈 역사를 두루 ‘훑어 내려간’ 음악적 커리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40여장이 넘는 리더작과 그 외 수 많은 참여작들이 하나 같이 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준수한 완성도의 음악을 담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죠. 엔리코 라바 연주 특유의 깊은 서정과 멜로딕한 프레이징들, 톤, 다채로운 음악성, 많은 장르들을 넘나드는 음악적 포용력등은 그가 속한 이탈리안 재즈와 그의 다음 세대 ‘이탈리안’ 재즈 뮤지션들에게도 큰 영향력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탈리안 재즈는 이탈리안 클래식음악, 영화, 팝음악 심지어 요리 만큼이나 그들의 개성을 잘 담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엔리코 라바 역시 재즈의 본질을 잊지 않으면서 이탈리안으로서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재즈로 잘 표현해낸 아티스트 중 한명이라고 할 수 있고, 그의 그런 점들을 이번 앨범 <Roma>에서 갈무리하듯 정리하는 의미를 담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네요.  

 

 

작품에 대한 소개

 

이 앨범 실황은 색소포니스트 조 로바노와 ‘공동-리더작' 정도로 소개되고 있는데, 사실 이들은 오래전부터 같이 연주하던 절친한 선후배이자 동료였지만 이렇게 같이 퀸텟을 이끌고 공동투어를 가진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조 로바노 역시 이탈리아 시실리의 혈통을 이어받은 이태리계 미국인이라는 점이죠) 또, 이번 앨범에 참여한 리듬섹션은 라바의 이탈리안 리듬섹션이 아닌 젊은 뉴욕 리듬섹션(드럼에 제럴드 클리버, 베이스에 신예 데즈론 더글라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끌죠. 그러니까 단순한 ‘팔순’ 잔치용 기념음반이 아니라, 음악적인 의미와 실험들을 담보한 상태에서 나이에 상관없는 그의 도전과 창조적인 열정을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담아내려 하고 있는 거라 봐야할 겁니다. 이 앨범의 시작과 끝은 젊고 재능과 비전이 가득한 이탈리안 재즈 피아니스트 지오바니 구이디의 손끝에서 시작되고 마무리되는 걸 들을 수 있습니다. 구이디는 피아니스트 스테파노 볼라니를 대신해 최근 엔리코 라바의 주요 작품들에 자주 참여하고 있는 젊은 피아니스트로 앨범 <Ida Lupiano>(ECM, 2016), <Avec Le Temps>(ECM, 2019)등의 수려한 리더작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기수로서 충분한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 공연 실황에서 구이디의 피아노 컴핑과 솔로들은 엔리코 라바와 조 로바노의 플레잉을 잘 보좌하면서도 자신의 표현에도 소홀하거나 과하지 않은, 아주 적절하게 균형이 잡힌 연주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앨범 첫 번째 트랙인 ‘Interior’는 엔리코 라바의 오리지널 타이틀 넘버로, 이미 오래전부터 자주 연주되던 곡들입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영향과 프리 재즈의 요소가 한데 합쳐진 가운데 그의 짙은 서정이 잘 표현되어 있는 곡입니다. 2008년 앨범 <New York Days>에서 드러머 폴 모션, 색소포니스트 마크 터너 등과 함께 연주하기도 했던 곡들이지만 이번 실황에서 조 로바노와는 또 다른 색깔의 연주를 펼쳐 보입니다. 피아노와 리듬섹션의 도입과 테너 색소폰의 대화, 그리고 트럼펫이 첫 솔로를 시작합니다. 처음의 어색한 기운은 바로 사라지고  거장 엔리코 라바의 진지한 라인들이 음악을 잘 이끌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구이디와, 더글라스, 클리버의 피아노 트리오 연주가 끝나고, 이어 조 로바노의 테너 솔로가 시작되면서 마치 전혀 다른 밴드 인양 즉흥적 인터플레이의 깊이와 색깔을 대조적으로 바꿔 버립니다. 테너가 마무리 지을 무렵 트럼펫이 다시 말을 걸며 멜로디 아웃으로 곡을 마칩니다. 세월의 희미한 불빛 앞에 서 있는 노장을 밝게, 하지만 또 우아하게 보좌 하는 밴드의 호흡이 멋진 대목입니다. 

 

한편 엔리코 라바의 앨범과 커리어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면, 같이 연주할 연주자들을 아주 잘 고르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점에선 그가 젊은 시절부터 흠모해왔던 마일스 데이비스와 무척 유사한데, 자신도 살리고 사이드 맨도 살릴려면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과의 호흡이 가장 중요합니다. 엔리코 라바의 연주에는 이런 친화적 응집력이 있습니다. 고전적인 뉴올리언즈 스타일이건 프리 재즈건 그의 연주는 항상 음악 안에 핵심들을 같이 보고 향해 가려는 방향성이 잘 느껴집니다. 자신만을 드러내려는 과시욕을 잘 보이지도 않는 편이죠. 아마도 그의 따듯한 정서가 담겨진 트럼펫 톤에 그 비밀이 있을 수도 있을테고요. 

 

‘Secrets’ 은 그가 이전 레이블 소울노트 시절에 발표한 곡으로 둥글고 따듯한 톤과 조 로바노와 멤버들의 음악적 대화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앨범 전반에 걸쳐 엔리코 라바의 연주와 톤은 과거처럼 날이 날카롭게 서 있거나 기운 넘치는 ‘화이팅’을 찾아보긴 힘듭니다. 오히려 힘이 적잖이 빠져있습니다. 그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이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러한 생동감과 힘 대신, 그 나이에 그의 경험으로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백하면서도 빠짐없이 해주는 모습이 오히려 더 인상적으로 와닿는 건 재즈 팬 여러분들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마치 길 위의 현자 같은 느낌마저 든다고나 할까요? 조 로바노의 레퍼토리들인 모던한 블루스 넘버 ‘Fort Worth’, 그리고 루바토 연주인 ‘Divine Timing’들에서는 공동리더로서 조 로바노의 역할을 알 수 있는 좋은 레퍼런스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곡 ‘Drum Song/Spiritual/Over the Rainbow’ 는 로바노의 소프라노로 시작되는 곡 ‘Drum Song’과 콜트레인의 ‘Spiritual’이 메들리로 이어지고 구이디의 멜로디 해석이 ‘Over the Rainbow’로 자연스럽게 이어 흐르는 연주로 라이브 실황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무척이나 감동적인 무드를 선사해주는 트랙인데, 즉흥적인 콜라주의 흔적이 잘 살아있습니다. 

 

 

Epilogue

 

엔리코 라바는, 고(故)토마즈 스탕코(폴란드), 케니 휠러(캐나다), 프랑코 암브로세티(스위스) 등의 비미국 출신의 베테랑 재즈 트럼페터들 가운데에서도 레전드 영역에 진작부터 놓여 있었습니다. 원래 트럼본으로 시작했지만 마일스 데이비스를 듣고 큰 영향을 받아 트럼펫으로 전향한 이후 60년대 말 뉴욕으로 옮겨와 칼라 블레이, 길 에반스, 팻 메시니, 폴 모션, 러스웰 러드등과 함께 활동을 시작했죠. 그렇게 활동을 이어가다가 1975년 ECM을 통해 발매한 앨범 <The Pilgrim Of The Saint> 에서 기타리스트 존 애버크롬비, 베이시스트 팔레 다니엘슨, 드러머 존 크리스텐센과 함께 이 레이블에서의 본격적인 출발점을 그려나갑니다. 이후 8-90년대에는 이태리의 소울노트를 통해 다수의 수작들을 발표하게 되는데, 프리재즈를 포함한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도전들을 더욱 활발히 이어나가게 됩니다. 그러다 2003년 앨범 <Easy Living>부터 ECM으로 다시 돌아와, 그 이후의 작품들 중 대부분을 이곳을 통해 쏟아내며 역시나 ‘구관이 명관’임을 입증하고 있는 중이죠. 여든에 다다른 인생의 각 구간에서 느낄 수 있는 보편적 삶의 의미와 가치들을 자신의 재즈 트럼펫 연주(그리고 조 로바노와 후배 리듬섹션의 멋진 조력 덕택에)에 아주 잘 투영한, 그의 음악인생에 대한 통찰을 이번 앨범 <Roma>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라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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