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앨범 ⚡오스카 피터슨 Oscar Peterson [City Lights ; The Oscar Peterson Quartet Live in Munich 1994]

'살면서 건강이 최고다'라는 말에 이의를 제기할 이 누가 있을까. 천금보다도 더 귀한 것이 건강이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이야말로 행복이고 모든 인생들의 목표점일 것이다. 그래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몸의 노화와 각종 건강 문제가 따라오게 마련이다. 생전 재즈계의 수퍼스타 오스카 피터슨도 노화와 건강 문제를 피해가지 못했다. 바로 '뇌졸중'이다. 뇌졸중이란 뇌혈류 이상으로 인해 유발된 신경학적 결손 증상을 통칭하는 뇌혈관 질환이다. 뇌에서 시작되어 여러 군데 몸에 마비를 일으킬 수 있기에, 특히 섬세한 작업을 많이 하는 아티스트와 연주자에게는 치명적인 병이다.

그렇기에 이 음반은 특별하다. 바로 그의 회복기 라이브 공연을 담았다. 1994년 독일 뮌헨이 바로 그곳이다. 1925년생 캐나다 출신으로 평생 수퍼스타 대접을 받았던 그이지만, 1993년 60대 후반 나이에 찾아온 뇌졸중은 그의 연주자의 삶을 멈출 수 있을 정도로 큰 병이자 위험이었다. 이 음반은 그 위험 속에서 열정과 의지로 재활하고 결국 성공적으로 복귀한 오스카 피터슨의 음악을 담았다. 비록 테크닉은 이전에 미치지 못할 지언정, 음악 철학의 깊이와 열정의 불길만큼은 더욱 거세졌다. 그것도 이전보다 더 만개한 모습으로 말이다.

예상보다 테크닉이 모자라지도 않다. 'Kelly's Blues' 등에서 오른손 미스 터치와 박자의 부정확 빈도수가 늘었음을 확인할 수 있지만, 전문가가 아니라면 크게 의식할 정도는 아니다. 또한 후유증 때문에 평소 화려하게 활용하던 왼손 테크니컬 비중을 줄였는데, 본디 재즈 피아노에서 왼손은 거들 뿐인 역할이 많기에 음악적으로 방해될 정도 또한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스타일로 채워낸 음악 소울은 더 깊은 스윙을 담고 있다. 특히 사람을 홀리는 매력은 여전한데, 오히려 인생의 드라마가 더해지면서 더 많은 의미가 부여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 굴곡이 생기고, 그러나 열정으로 회복한다는 주제에 팬들은 더욱 열광하고 응원하기 때문.

베이스에는 언제나처럼 닐스 헤닝 올스테드 페더슨이 참여했고, 기타에는 로네 로프스키(Lorne Lofsky), 드럼에는 마틴 드류(Martin Drew)가 함께 했다. 여전한 완급조절은 일품이고, 라이브로서의 믹싱도 훌륭하다. 생전 200여장의 리더작을 발표하는 등 다작에 능했던 오스카 피터슨인만큼, 이 음반 하나가 들려주는 그의 연주 퀄리티는 살짝 아쉬울 수 있다. 그래도 그의 회복기 라이브라는 점에 개인적으로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음반이 그의 인생 최고의 음반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역사적 의미를 크게 가지는 그의 연대기 중 하나이며, 더욱이 음반 속 엄청난 인파가 남기는 열화와 같은 박수 소리와 환호성은 그를 응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황홀감의 반증이다. 새로운 전성기를 알리는 오스카 피터슨의 완벽한 복귀작. 글/재즈 피아니스트 김주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