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view Column -커리어 마지막 트리오, 전율과 경이의 최종장- 칙 코리아,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브라이언 블레이드 Chick Corea, Christian McBride, Brian Blade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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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k Corea, Christian McBride, Brian Blade
<Trilogy 3> Candid/2025
Chick Corea Piano
Christian McBride Double bass
Brian Blade Drums
1 Humpty Dumpty
2 Windows
3 Trinkle Tinkle
4 You'd Be So Easy To Love
5 Ask Me Now
6 Scarlatti: Sonata In D Minor K9, L413 Allegro
7 Spanish Song
8 Tempus Fugit
커리어 마지막 트리오, 전율과 경이의 최종장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
어떤 템포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완벽에 가까운 아티큘레이션, 그리고 피아노 터치의 정교함과 깔끔함에 관해선 재즈 역사상 등장해온 어떤 피아노 연주자들보다 비교 우위, 최소한 동급에 있다고 말해도 충분히 고개를 끄떡일 수 있는 연주자. 바로 칙 코리아입니다. 그는 재즈 신에 처음 등장했던 1960년대 초반부터 세상을 떠난 2021년까지 계속 이런 면모를 가지고 있었고 커리어 내내 이 부분을 일정하게 유지했죠. 이 말을 달리 풀어서 정리하자면 음악적 기복이 거의 없었다는 얘깁니다. 여기에서 음악적 기복은 두 가지로 따로 구분해 이야기할 수 있는데 하나는 앞서 언급한 연주자로서 기술적인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창작자로서 작품 및 프로젝트 운용에 대해서입니다. 아티스트로서 칙 코리아가 정말 대단한 것은 사실 후자죠. 그는 커리어 내내 단 한번의 휴지기 없이 평생 동안 거의 매해 별도의 프로젝트로 투어를 돌고 이걸 기반으로 앨범을 만들어왔습니다. 피아노 솔로와 듀오, 트리오를 중심으로 한 어쿠스틱 프로젝트, 그리고 리턴투포에버와 일렉트릭 밴드로 대표되는 일렉트릭 프로젝트 , 대형 편성의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작업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이렇게 세 가지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이중 가장 많은 작업 횟수를 보인 게 바로 트리오입니다. 그에게 피아노 트리오는 아주 특별하며 또 기본이 되는 편성이라고 할 수 있죠.
지금까지 칙 코리아는 생전 총 11개의 서로 다른 트리오 라인업을 구성해 투어를 돌고 앨범도 발표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칙 코리아만큼 서로 다른 라인업으로 동일한 편성을 운용한 뮤지션이 또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의 팬이시라면 잘 아시듯 1968년도 첫 리더 데뷔작 <Now He Sings, Now He Sobs>의 편성도 트리오였으며 지금 소개할 트릴로지의 새로운 미공개 작품 또한 트리오입니다. 트릴로지는 칙 코리아가 세상을 떠나기 전 가장 마지막까지 꾸려나갔던 피아노 트리오인데 베이시스트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와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의 라인업으로 2010년부터 시작되어 2020년도까지 10여 년간 계속 이어졌죠. 그 기간 동안 본작을 포함, 총 세장의 라이브 앨범을 발표하게 되는데 얼마 전 음원으로 먼저 공개된 세 번째 트릴로지 라이브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정확히 1년 전인 2020년 2월과 3월, 유럽 및 일본 투어를 돌던 그 시기의 연주를 담고 있습니다. 코로나 펜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막 시작되려고 하던 시기, 그가 생애 마지막으로 돌았던 투어의 기록을 담은 셈이죠. 이 투어를 시작할 때 트릴로지 프로젝트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말을 한 걸로 봐선 프로젝트 타이틀처럼 총 세장의 앨범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투어 실황의 기록! 재즈 팬이라면 관심을 안가질 수가 없죠.
이전 두 장의 트릴로지에서 들려주었던 세 연주자의 시너지는 정말이지 기대이상이었으며 또 이전 다른 라인업의 트리오와 비교해 색다른 맛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필자 개인적으로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와 브라이언 블레이드 라인업이 칙 코리아 트리오 계보 중 최고라고까지 말을 하기엔 어려우나 탑 3를 꼽으라면 반드시 포함시키고 싶은데(나머지 두개는 미로슬라브 비토우쉬-로이 헤인스 라인업, 그리고 슈퍼 트리오로 명명된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와 스티브 갯 라인업을 꼽고 싶습니다) 이유인즉 브라이언 블레이드의 가세로 인해 칙 코리아의 피아니즘과 음악적 상상력에 뚜렷한 자극과 변화를 불러일으켰고 그 변화의 내용이 아주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로이 헤인스와의 콜라보레이션에서 칙 코리아가 받은 연주의 자극 및 탄력이 거의 동등한 수준에서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참신함과 생동감을 이 트리오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 라이브 신작에 담긴 Windows, Trinkle Tinkle 같은 곡에서 이들의 케미스트리가 얼마나 훌륭한 화학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담겨진 수록곡들이 이미 오래전 자신의 곡들이고 자주 연주해온 레퍼토리들이지만 세 연주자의 해석에서 또 다른 비경을 끌어내는 걸 듣고 있자면 감탄을 넘어 재즈라는 음악의 본질적인 경이로움이 무엇인지를 확인시켜주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라이브의 대미를 장식하는 버드 파월의 명곡 Tempus Fugit 의 인터플레이를 한번 들어보세요. 살 떨리는 전율의 음악적 쾌감이라는 게 뭔지를 확인시켜주지 않나요?!
이들 트릴로지 트리오가 과거 발표했던 두 장의 라이브도 무척 훌륭했지만 이번 라이브는 수년간 함께 투어를 돌며 쌓아온 서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팀워크와 응집력, 그리고 여유로운 교감이 최상에 도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불과 1년 뒤 그가 운명을 다하리라고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가공할 다이내믹과 생동감! 칙 코리아가 세상을 떠난 지난 4년 사이 여러 종류의 미공개 라이브 앨범들이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왔지만 그중에서 이 작품이 단연코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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