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림  <Synchronicity>  Sunnyside/2025

 

 

양정림 - Bass

Mat Maneri - Viola

Jacob Sacks - Piano

Randy Peterson - Drums

 

1. Synchronicity

2. Ordinary Waltz

3. Morning Glory

4. Salad For Lunch

5. Weeping Dream

6. Stimmung

7. Body Nor Soul

 

멋진 전위적 표현과 아이디어로 확인한 그녀의 역량

2007년도에 유승호 트리오를 통해서 처음 국내 재즈 신에 이름을 알린 양정림은 그해 버클리로 유학을 한 이후 지금까지 뉴욕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 출신 작곡가이자 실력파 베이시스트이다. 수많은 사이드 맨 협업은 물론이고 자신의 리더작을 통해서 그 실력을 점차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는데, 워낙에 전방위적으로 활동해 온 뮤지션이라 사이드맨 활동만 본다면 다소 가려져 있긴 하지만 그녀의 리더작은 상당히 전위적인 스타일을 선보인다. 그중에 자신의 이름을 모티브로 한 예명 Miss Ambivalent 을 통해서 싱어송라이터로 굉장히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지금 소개하는 동시성이라는 타이틀의 정규 음반 <Synchronicity>은 그런 의미에서 양면적이라는 의미를 갖는 Ambivalent 와 대비되는, 다소 철학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음반이다.

 

첫 포문을 여는 동명 타이틀곡은 마치 타이틀의 의미처럼 각 악기들은 동시적으로 폭발하듯 음을 쏟아낸다. 최소한의 기본 화성틀을 기반으로 특정한 틀이 없는 것처럼(실제로는 그렇지만은 않은) 각 악기들이 마구 뒤얽히듯 소리를 내다가 후반부 서로의 대화에 반응하듯 펼쳐내는 인터플레이는 멋지다는 표현이 절로 든다. 왈츠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인 ‘Ordinary Waltz’ 은 분명 넓은 의미로 3박자 형태지만 실제 듣기엔 박자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브로큰 타임에 박자를 해체하고 멤버들이 파트별로 자신의 악기를 통해 음악을 이끌어 가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에델바이스를 테마로 펼쳐내는 ‘Morning Glory’ 는 맷 마네리가 어느 정도의 힌트만을 제공하며 테마를 늘어뜨리고 비틀어 연주해 곡의 흐름과 균형을 이끌어 가는데 거의 무조성에 가까운 멤버들의 즉흥 연주와 소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챔버 음악에 가까운 다소 미니멀한 ‘Weeping Dream’ 은 명징하게 들리는 양정림의 베이스 라인이 돋보인다. 드럼과 베이스가 마치 싸우듯이 투닥거리며 스타트를 끊고 멤버들이 이에 참여하며 점차적으로 사운드를 확장해 나가다가 다시 드럼과 베이스가 마무리하는 수미상관 구조의 ‘Stimmung’, 매력적인 스탠더드 곡인 ‘Body And Soul’ 을 재해석한 ‘Body Nor Soul’에서는 묘한 서정적인 라인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가운데,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며 음반을 마무리한다.

개인적으로 힙스터의 성지로 알려진 뉴욕 브루클린 부쉬윅을 중심으로 오픈되어 있는 프리/아방가르드 재즈의 애티튜드를 굉장히 잘 담아내고 있는 음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거칠고 추상적인 스타일의 음악으로 난해할 수 있지만 그다지 공격적이지 않으며 또한 선율감을 군데군데 담아내고 있어 유기적인 인터플레이를 동반한 즉흥 연주에 관심이 많은 재즈 팬분들이나 프리/아방가르드 재즈를 좋아하시는 마니아 분들에게는 충분히 좋게 와닿을 음반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연주자로서의 면모는 물론이고 작곡과 음악을 이끌어가는 리더로서의 그녀의 음악적 역량도 충실하게 잘 담아내고 있어 이 방면의 팬들은 꼭 한번 들어보시길 권한다.    

글/재즈 칼럼니스트 윤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