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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Youngjoo Song) - '나의 본래 색깔과 감성 가장 뚜렷하게 발현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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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주

10번째 재즈 정규앨범 <Atmosphere> 발표한 피아니스트/작곡가

 

나의 본래 색깔과 감성

가장 뚜렷하게 발현된 작품

 

자신의 음악세계를 구축해나간다는 것.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젊을 때와 마찬가지로 계속 스스로를 독려하고 에너지와 열정을 부여하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음악에 대해 단순히 말로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의 깊고 두터운 애정이 바탕이 되어 있을 때 가능한 일이죠. 아무리 남다른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뮤지션이라 할지라도 이게 없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는데, 보통 그런 경우 음악이 과거 자신이 형성해놓은 틀에 구속되어 버리거나 또는 현실에 안주해 정체 및 퇴보해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죠. 송영주는 재즈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더할 나위 없는 확신과 만족감을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계속 단련시켜나갈 내적 동력 또한 갖고 있죠. 그녀는 익히 알려져 있듯 여러 종류의 가요 세션도 종종 병행하며 그들과 함께 때론 공동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만, 그러다가도 마치 연어가 다시 강으로 회귀하듯 일정한 시기가 되면 늘 재즈로 돌아옵니다. 만약 음악가로서 금전적인 이득이나 유명세, 명성을 더 원했다면 굳이 재즈를 지속할 이유가 없습니다. 진작에 다른 대중성 높은 성격의 작업에 매진했겠죠. 또한 그녀는 하려고 한다면 그렇게 해나갈 여건이 진작에 갖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음악보다 재즈를 확실히 더 좋아하며, 이 음악을 연주하고 상대 뮤지션들과 소통할 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과 쾌감을 느낀다고 여러 차례 본인 스스로 이야기해왔습니다. 그리고 이건 그저 의례히 하는 빈말이 아니라는 걸 매번 작품으로도 증명해왔죠. 바로 이 재즈라는 그녀의 남다른 음악적 즐거움이 이렇게 또 다시 앨범으로 구체화되어 우리 앞에 놓여졌습니다.

 

재즈피아니스트 송영주가 발표한 <Atmosphere>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이번 신작은 온전한 정규앨범 수만 따져볼 때 10번째 작품이죠. (CCM 성격을 띤 <Jazz Meets Hymn> 관련 세 타이틀은 제외했습니다. 간혹 이 앨범들을 정규앨범에 포함시켜 셈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온전한 재즈 앨범들로만 디스코그래피를 정리하면 이번에 10번째 작품이 맞습니다) 전작인 피아노 솔로 앨범 <Late Fall> 이후 만 4년여, 그전 밴드 라인업으로 작업한 앨범으로 따져보면 2015년 작인 <Reflection>이후 만 7년 만에 새롭게 시도한 결과물이죠. 전곡이 이전 자신의 곡들을 관악기 파트를 포함시켜 재편곡, 연주한 <Reflection> 말고 순수한 오리지널 곡으로 녹음한 걸로만 따지면 2014년 작인 <Between>이후 만 8년 만에 처음입니다. (그 사이 <Jazz Meets Hymn> 시리즈나 보컬리스트 써니 킴과의 듀오작인 <Tribute>등을 선보여 왔기에, 의외로 이 정도로 정규 작품들 간의 시간적 간격이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는데, 인터뷰를 위해 그녀와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닫게 되었네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미 본토의 일류 연주자들과 함께 스튜디오로 들어가 녹음을 마무리했는데, 송영주 본인과 오랫동안 친분과 교감을 이어온 연주자들, 베이시스트 비센테 아처(Vicente Archer), 드러머 마커스 길모어(Marcus Gilmore)가 피아노 트리오 라인업으로 함께 옆을 지켜주고 있으며 여기에 곡에 따라 색소포니스트 존 엘리스(John Ellis)가 참여해 피아노-색소폰 쿼텟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존 엘리스 역시 그녀의 데뷔 10주년 기념 앨범인 <Reflection>에 혼 주자로 참여해 그녀와 한차례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죠. 이렇게 자신과 이미 손발을 맞춰본 익숙한 연주자들과 함께 작업했으며, 또 그녀가 직접 쓴 새 오리지널 곡으로 연주하였기에 일단 외형적인 면만 얼핏 봐도 이번 작품에서 뭔가 새롭고 가시적인 변화나 파격적인 도전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실제 담겨진 음악 역시 그녀의 전작에서 느꼈던 음악적 성향과 분위기, 감성이 곡과 연주 양면에서 이어지는 게 감지되죠. 하지만 과연 그게 전부일까요?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다고 해서 7~8년이란 시간동안 그녀의 음악이 별다른 변화 없이 그저 한자리에 머물러 있기만 했을까요?

필자는 이번 앨범을 들으면서 그간 발표한 어떤 앨범보다 송영주라는 뮤지션이 갖고 있는 실제 개인적인 면모들, 그녀의 내면에 자리한 그 감성의 형태가 무척 뚜렷하게 잘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음악가로서 그녀의 고유한 캐릭터가 무엇인지, 연주에서 드러나는 표현은 어떤 것인지를 이전 어떤 작품들보다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점에서 과거 어떤 앨범보다 가장 개인적인 성격을 띤, 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인식을 토대로 그녀와 이번 신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아래 인터뷰는 그녀가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했고 또 결과물로 이어졌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동시에 그녀의 솔직한 태도와 심경 또한 확인케 해줍니다.       ,인터뷰/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나승열, 블루룸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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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번 앨범 마스터 음원을 건네받고 나서 다른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들어보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이 ‘<Between>이랑 음악적인 결이 비슷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였어요.

 

충분히 그렇게 들으실 수 있는 게, 엄밀히 말해서 실제로 그 앨범 바로 다음 레귤러 밴드 앨범이 이거에요. 생각해보면 바로 이해가 되실텐데, <Between>다음 앨범이 셉텟편성에 이전 곡들을 편곡해 녹음한 <Reflection>이고 그 다음이 써니 킴과 함께한 <Tribute>, 그리고 그다음이 솔로 독주 앨범인 <Late Fall>이에요. 그러니까 밴드 세팅으로 온전한 신곡을 작업해서 앨범으로 만든 건 <Between>이후 이번이 처음인거죠.

 

! 그렇네요. 그 생각은 못하고 있었네요. 근데 아무리 그래도 두 앨범 사이의 시간 간격도 있고 해서 작품 성격이나 감성적인 흐름이 비슷하게 이어지는 건 또 별개라고 보는데 그 두 작품은 곡, 연주, 무드, 정서적인 면 등 여러 면 에서 은근 맥락이 이어지는 거 같았어요.

 

편집장님이 그렇게 들으신 그 느낌이 뭔지 이해가 되는 게, 두 작품 모두 저의 그 당시 내면적인 부분을 다른 작품에서보다 훨씬 많이 드러냈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특히 이번 작품은 지금까지 제가 만든 어떤 작품보다 솔직한 속내를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앨범 발매 전에 객관적으로 제 음악을 듣고 마스터링 넘기기 전에 체크를 해야 되잖아요. 그때 책상 앞에 앉아 혼자 쭉 이어 듣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왜 눈물이 나는지 스스로도 의아할 정도로 눈물이 나는 경험을 했죠. 연주를 하고 녹음할 때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거든요. ‘내가 왜 이러지? 내 연주가 너무 좋고 아름다워서 흘리는 건가?’ 그런데 그런 종류의 눈물이 아닌 뭔가 다른 거였어요. 그걸 생각해보다 깨닫게 된 게 제가 연주한 솔로와 곡, 그리고 밴드와 함께 연주한 음악에서 송영주라는 사람이 구체적으로 뚜렷하게 느껴지고 와닿았다는 점이었어요.

 

그 말은 객관적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였다는 말인건가요?

 

맞아요. 그동안 제가 해온 여러 가지 일들과 작품들이 뇌리에 순간 지나가면서 고생한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기도 하고... 이 앨범의 곡과 연주에 송영주라는 사람이 투영되어 있다는 게 너무 뚜렷하게 인식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그런 느낌을 받았어서 그게 제 감정을 건드렸던 거 같아요. 직접적으로 나를 바라보고 인식하는 순간, 마치 저의 치부까지 고스란히 다 보여서 스스로 당황스러울만큼 객체화된 날 보는 거 같은 느낌이 음악을 모니터하면서 느껴졌죠.

 

그런 느낌을 받게 되었다는 건 이번 앨범에 담긴 음악이 그만큼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또 꾸밈없이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거 같아요. 사실 곡을 쓰고 연주하고 녹음하는 건 예전이랑 별로 다를 게 없는 거였어요. 그렇다고 딱히 더 힘든 상황이 제게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런데 이런 느낌이 온건 생전 처음이어서 저도 왜 그런지 처음에 이해가 잘 안되고 놀랐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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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 수록곡들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하셨어요?

 

대략 코로나 팬데믹 시기때 썼어요. 2020년부터 하나씩 스케치를 해나가다가 완성단계에 다다른 건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 사이라고 보시면 되요. 그리고 녹음은 올해 6월 미국으로 건너가 멤버들과 간단하게 10곡에 관한 리허설을 하고 그 다음날 스튜디오에 들어간거죠. 전체 이틀을 녹음했는데 녹음하면서도 이 연주자들한테 놀란 게 제가 악보를 미리 건네준 것도 아니에요. 전날 리허설 때 처음 줬거든요. 그걸 보고 리허설때 곡 헤드(Head)만 맞춰본 뒤에 연주한 거야. 근데도 이렇게 제가 원하는 방향을 잘 맞춰서 소화해주니 감탄이 절로 나왔죠.

 

앨범 멤버들 선정도 역시 직접 하셨겠네요

 

그렇죠. 근데 사실 드럼의 경우 처음에는 켄드릭 스콧이랑 하려고 했어요. <Between>도 그렇고 <Tale of a City>에서도 그와 같이 해서 저를 잘 아니까. 근데 저때 켄드릭이 유럽 일정이 잡혀있어서 미국에 없었어요. 그래서 비센테 아처와 상의하다가 마커스 길모어랑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왜냐하면 예전에 마크 터너와 함께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했을 때 함께 연주해본 경험이 있었는데 그때 느낌이 좋았거든요. 그래서 비센테가 직접 연락해서 결국 같이 녹음하게 된거죠. 색소폰도 처음엔 마크 터너를 염두에 뒀는데 그도 서부 쪽으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시간이 안되서 이전에 함께 해봤던 존 엘리스에게 연락해 하게 된 거구요. 따뜻한 톤을 가진 테너 색소폰주자를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마크 터너도 그렇고 존 엘리스 소리는 거기에 제격이어서 같이 작업하게 되었죠. 결과적으로 제가 원하는 방향에 부합하는 사운드가 아주 잘 나와서 만족하고 있어요

 

마커스 길모어 같은 경우는 원래 신나게 쪼개는 스타일이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딴 사람인 것 마냥 섬세하고 차분하면서 사려 깊게 플레이를 하더라구요.

 

예전에 여기 와서 연주할 때엔 아주 젊고 풋풋한 느낌이 컸는데 4년 사이에 외모도 그렇고 연주가 아주 성숙해졌더군요. 여유와 노련함이 묻어난다고 할까요? 제가 원하는 사운드 컨셉트에 맞게 서포트하고 또 내 연주를 전혀 방해안하면서 자기가 할 이야기는 다 하더라구요. 뒤쳐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앞지르지도 않는, 딱 저와 같이 옆에서 함께 맞춰 나가는 그런 연주를 해줘서 깜짝 놀랐어요.

 

마커스 길모어도 그렇고 밴드 멤버들이 영주씨의 곡 의도와 방향을 이미 잘 꿰고 있으니 거기에 맞춰서 잘 연주해준 게 아닌가 싶네요.

 

그렇긴 한데 사실 그래도 본인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연주자들은 은연중에 자기를 드러내려고 하거든요. 그게 정도가 지나치지 않다면 경우에 따라 음악에 다른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도 있는데, 이번 앨범 녹음할 때엔 다들 그런 거 없이 제가 원하는 의도를 너무 잘 수렴해줬어요. 심지어 비센테 아처는 이렇게 아름다운 곡이라면 얼마든지 마음을 다해 연주할 수 있다고까지 스튜디오에서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죠. 솔직하게 말해서 이 앨범 곡들이 전체적으로 너무 멜로우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켠에 있었거든요. 제가 3년 정도 미국에 가지 못했는데 그 사이 이곳에서만 활동하면서 음악적 감성이 그들과 좀 괴리감이 드는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다행히 기우였어요.

 

3 이번 앨범에 참여한 사이드 맨 연주자들 좌로부터) 베이시스트 비센테 아처, 드러머 마커스 길모어, 피아니스트 송영주, 테너 색소포니스트 존 엘리스.jpg

이번 앨범에 참여한 사이드 맨 연주자들 좌로부터) 베이시스트 비센테 아처, 드러머 마커스 길모어, 피아니스트 송영주, 테너 색소포니스트 존 엘리스

 

또 한 가지 듣고 나서 느낀 게 영주 씨의 피아노가 이전보다 좀 더 즉흥연주의 표현에서 더 열려있고 점차 예기치 못한 길로 가기 시작하는 것 같다는 거였어요. 리듬적으로나 즉흥선율의 흐름 모두 좀 더 유려하고 넓게 풀어낸다고 해야 할까요?

 

아주 좋은 포인트를 이야기 해주셨는 게, 이번에 저희 멤버들이랑 스튜디오에서 나눈 대화중에 그런 내용이 실제로 있었어요. 비센테 아처가 ‘Flowers Fall’ 리허설하면서 이 곡을 이렇게 딱딱 정해놓고 하지말자. 아웃 템포로 같이 만들어가면서 한번 풀어보자고 이야기하는 거에요. 그때 제가 그걸 할 수 있을까? 했더니 좀 더 편안하게 해도 된다고, 우리가 같이 다 맞춰줄 수 있다고 이야기했죠. 정해진 틀과 템포 안에서만 연주하는 게 아니라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기도 하고 또 다른 곳도 가면서 서로 합을 이어가는 과정이 이번 앨범에 일부 녹아들어있어요. 그런데 그런 식으로 플레이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게 오랜 세월 그걸 맞춰오는 연습을 하면서 음악을 하다가, 어느 시점에 그걸 내려놓으려고 하면 너무 어색하고 또 자칫 실수할 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요. 다행히 좋은 동료들이 옆에서 절 서포트해준 덕에 아주 멋진 음악적 경험을 하고 온거죠.

 

그리고 또 한가지, 제가 듣기에 이런 식의 피아노 어프로치가 지난 첫번째 피아노 솔로 앨범인 <Late Fall>에서부터 조금씩 드러나지 않았나 생각되더군요.

 

맞습니다. 정확하세요. 이번 식의 피아노 연주를 시도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된 게 바로 <Late Fall>이었어요. 왜냐하면 그 전까지는 밴드 섹션에 딱딱 맞춰 연주하는 위주의 음악을 해오다가 처음 아무런 주위 도움 없이 오로지 혼자 악기를 연주해야하는 입장에 놓이니 모든게 힘들고 막막하더라구요. 그 당시 인터뷰 때도 이야기 드린 거 같은데, 이거 지금 내가 하기에 버겁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직접 하고 나니까 스스로 템포와 솔로 연주에 대해 이전보다 확실히 더 자유로워졌어요. 결국 그런 식의 연주 경험을 했어야 했던 거고, 이게 밴드로 다시 돌아와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거죠.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스스로를 조금씩 내려놓고 다음 단계로 가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까지 앨범을 10장이나 만들어내셨잖아요. CCM, 크리스마스 앨범까지 합치면 무려 14, 2005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17년 동안 만들어 낸 숫자인데, 사실 이만큼 많은 수의 디스코그래피를 가진 국내 재즈 아티스트도 거의 없다시피 한데 이렇게 꾸준히 앨범을 만들면서 쌓아온 경험도 그렇거니와, 본인 음악에 대한 인식과 방향이 예전보다 명료해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떠세요?

 

한때 '나는 왜 이게 잘 안될까? 저렇게 하고 싶은데'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죠. 그걸 시도하려고 한 작품도 있었고. 그런데 나름 10장정도 재즈 앨범을 만들면서 여기까지 와서 스스로 자각하게 된 건, 제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걸 내면에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어요. 이를테면 나한테서 나오는 음악의 색깔이 파란색이라고 할 때 내가 빨간색을 내고 싶다고 그게 억지도 되지 않는다는 거에요. 애초 내가 갖고 있는 내면의 성격이나 감성이 그게 약한데 억지로 하려고 해봐야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기만 하죠. 전 사람들하고 왁자지껄하게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는 타입이에요. MBTI로 치면 I 인거고 혈액형도 A. 겉과 속이 모두 내향적인 편인데, 그에 반대되는 성격의 음악을 시도한다고 해서 잘 할 수 있을까? 아니죠. 대신 내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고, 또 공감이 되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연주하면 그 자체로 부담 없이 편하게 나온다는 거를 확실히 깨달았어요. 그래서 내가 어떤 지를 먼저 인식하고 내 안에서 나오는 색깔이 뭔지 알고 그걸 계속 키우고 만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말 그대로 자기 생긴 대로 음악하자는거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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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렇게 방향을 잡고 나니까 음악도 한결 더 자연스럽게 본인의 속내에서 플로우(Flow)가 나오는 거 같아요.

 

아마도 앨범을 모니터하다가 제가 그걸 직접적으로 느껴서 펑펑 울게 된 거 아닌가 싶어요. 좀 더 솔직히 이야기 드리자면 전 이번 앨범으로 다른 분들이 어떻게 듣고 평가하고 반응해줄지 하는 것보다, 내가 나 자신의 음악적 본 모습을 비로소 확인하게 된 거 같아 너무 신기하고 놀랍고 또 기뻤어요. 이전에 모니터링할 때엔 에이 여기 틀렸네? 이거 말고 다른 테이크로 가자이렇게 하면서 넘겼단 말이야. 그런데 이번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듣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아주 뚜렷하게 느껴졌어요. 거기에 그간 제가 겪어온 여러 일들이 함께 오버랩 되니...이런 경험을 한 게 생전 처음인데, 마치 종교적인 체험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동시에 재즈라는 음악이 갖고 있는 진정한 매력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죠.

 

영주씨는 다른 국내 재즈뮤지션들 가운데 가요, 팝 세션을 상당히 많이 하는 편이잖아요. 그런데 늘 나의 음악적 본령은 재즈라는 걸 어디서건 꾸준히 강조하시는 게 재즈 팬의 입장에서 너무 보기 좋습니다.

 

완전 그렇죠. 그런데 제가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면 세션가수의 팬 분들 중에서 재즈에 관심을 갖고 제 음악을 들으러 공연장에 오시는 분들이 의외로 심심찮게 계세요. 그게 너무너무 반갑고 고마운데, 박재정이든 김동률이든 해당 가수의 팬들이 재즈에 눈을 뜨게 된 계기를 제가 마련해준다고 생각하면 뭐 하나 허투루 할 게 없는 거 같아요. 간혹 재즈가 어렵고 난해한 음악이라서 접근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으신데, 실제로 보고나서 다르게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있고 해서 전 듣는 분들이 처음부터 부담을 갖지 않고 우선 접해보시길 바래요.

 

! 이번 앨범 관련해 공연 계획은 없으세요?

 

내년 1월 정도에 하려고 소속사 블루룸 대표님과 상의중이에요. 현재로선 색소포니스트 존 엘리스를 불러오려고 생각중이고 나머지 드럼과 베이스는 저랑 국내에서 계속 손발을 맞춰온 황호규, 임주찬 이런 친구들이랑 하지 않을까 싶어요. 혹여 다른 여건이 만들어지면 비센테나 마커스도 올수 있겠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은 좀 희박해요.

 

 *송영주씨의 앨범발매 기념공연은 내년 2월 4일 대학로에 위치한 JCC 아트센터에서 펼쳐지며, 참여 사이드맨은 베이시스트 황호규, 드러머 김종국, 그리고 이번 앨범 라인업중 한명인 색소포니스트 존 엘리스가 내한해 함께 연주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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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3 이번 앨범에 참여한 사이드 맨 연주자들 좌로부터) 베이시스트 비센테 아처, 드러머 마커스 길모어, 피아니스트 송영주, 테너 색소포니스트 존 엘리스.jpg (File Size: 917.8KB/Download: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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