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 - 탁월한 대중성, 극상의 음악성 겸비한 세기의 재즈 비르투오소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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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 & His Trio
Ray Brown, Ed Thigpen
65년전 미공개 라이브 발표한 재즈 피아노계의 호로비츠
탁월한 대중성, 극상의 음악성 겸비한
세기의 재즈 비르투오소
아트 테이텀에 비견되는 초절 테크닉과 건반 장악력, 혀를 내두르는 속주로 듣는 이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피아니스트이면서 그와 반대되는 달콤한 칵테일 피아니스트로서의 대중적 면모 또한 함께 겸비하고 있는 오스카 피터슨은 여타 재즈 뮤지션들 대부분이 경험하지 못한 커다란 존경과 명에, 경제적 부를 함께 거머쥔 레전드중 레전드 재즈 아티스트였습니다. 그래미 어워즈, 주노 어워즈 명예의 전당, 다운비트 명예의 전당, 그래미 평생 공로상, 다운비트 리더스폴 선정 최고의 피아니스트, 유네스코 음악상등 그가 받은 각종 굵직한 수상이력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만큼 많으며, 라이브 앨범 포함 생전 200장이 넘는 리더작을 만들었을 정도로 쉼없이 달려왔죠. (그의 리더작 레코딩 커리어가 1950년도에 시작되어 2003년에 끝나는데 이 기간 동안 매년 4장 정도를 끊임없이 발매해야 이 수치에 도달합니다) 거기에 그의 현역시절 공연 개런티는 트리오 3인 기준으로 최고 10만 달러 이상이었다고 하는데. 이 정도의 개런티를 현역시절 받았던 연주자는 악기 불문하고 마일스 데이비스, 소니 롤린스, 키스 재럿 정도만이 언급될 수 있을 겁니다.
이만큼 살아생전 부와 명예, 인기를 모두 거머쥔 피아니스트였던 그이기에 사후에도 끊임없이 그의 미공개 녹음들이 발매되어오고 있는데 최근 그의 1960년도 디트로이트의 재즈 클럽에서 열렸던 라이브 녹음이 앨범으로 발매되어 재즈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죠. 이 시기는 오스카가 지금껏 시도한 여러 트리오 라인업들 중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 <We Get Requests>에 참여한 베이시스트 레이 브라운(Ray Brown), 드러머 에드 티그펜(Ed Thigpen)으로 활동하던 때입니다. 하지만 여기 담긴 연주가 <We Get Requests>와 유사할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아주 큰 오산입니다. 앞서 이야기 드렸던 오스카 피터슨의 피아니즘에는 달콤하고 친숙한 멜로디 위주의 라이트한 스윙 연주를 들려주는 면과 더불어 아무런 제약 없이 피아노 건반 전체를 모두 활용해 연주를 풀어가고 즉흥연주자로서 한계에 도전하는 것 같은 과감하고 피지컬한 면모 또한 갖추고 있죠. 사실 그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후자의 성격을 지닌 작품이 훨씬 더 많은데 라이브에서는 이런 점이 더 크게 부각됩니다. 당시 35세의 나이에 그가 들려주는 피아니스트로서의 기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이 라이브 앨범은 최적의 선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주변 동료 피아니스트들조차 그의 연주에 감탄과 경이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공전절후의 퍼포먼스, 그러면서 동시에 그가 지나친 기예의 남발에만 머무르지 않고 어떻게 음악적 내용을 담보해나가는 지를 이 미공개 라이브 앨범을 통해 한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Al Gilbert, Rolf Ambor; Mack Avenue, Verve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스윙재즈의 모든 것
이 라이브는 1960년 8월 초, 오스카 피터슨이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재즈 클럽 베이커즈 키보드 라운지(Baker‘s Keyboard Lounge) 에서 베이시스트 레이 브라운과 드러머 에드 티그펜과 함께한 2주간의 공연 중에서 발췌한 27개의 트랙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미 당시 재즈 신에서 상종가를 달리던 이 트리오는 음악적으로도 최정점에 도달해가는 중이었죠. 레이 브라운과는 1950년대 초반부터 이미 함께 손발을 맞춰오고 있었고 에드 티그펜도 합류한지 1년 정도 지난 시점이어서 각자의 스타일과 연주 성향을 훤히 꿰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트리오의 연주에 문제가 있을 리 만무했습니다.
사실 드러머 에그 티그펜이 합류하기 전까지 피터슨 트리오는 기타리스트 허브 엘리스와 함께 냇 ‘킹’ 콜로 대변되는 기타-베이스-피아노의 트리오 라인업을 주로 선보이고 있었으며 연주 또한 고급스럽고 우아한 면모를 담아내고 있었으나 드럼을 기타로 교체하면서 이 트리오는 압도적인 피지컬과 다이내믹함을 추가로 자신의 음악적 범주에 포함시키게 됩니다.
여담으로 이 공연이 펼쳐진 베이커스 클럽 또한 국내 재즈 팬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 내 재즈 클럽 가운데 뉴욕의 빌리지 뱅가드와 함께 1935년부터 가장 오랜 기간 존속해오고 있는 명문 클럽이며 게다가 지금이야 재즈 신이 축소되었지만 1960년대에는 디트로이트가 꽤나 큰 재즈 시장으로서의 입지를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베이커즈 키보드 라운지는 디트로이트에 생긴 최초의 재즈 클럽이자 훌륭한 음악적 환경을 갖춘 공간으로 그때부터 명성을 얻었으며 오스카 피터슨을 비롯해 캐논볼 애더리, 데이브 브루벡, 스탠 게츠, 디지 길레스피, 아마드 자말, 카르멘 맥레이, 조지 쉬어링, 페퍼 아담스, 로이 브룩스, 케니 버렐, 도널드 버드, 베티 카터, 폴 챔버스, 테디 에드워즈, 토미 플래너건, 커티스 풀러, 롤랜드 한나, 배리 해리스, 루이스 헤이즈, 밀트 잭슨, 행크 존스, 새드 존스, 엘빈 존스의 재즈 삼형제 등 레전드급 연주자들이 이 클럽에서 자주 연주를 했다고 하죠.( 이 클럽은 여전히 지금도 과거의 명맥을 유지한 채 영업 중입니다. 다만 공연은 이전과 달리 스케줄이 잡힐 때마다 간헐적으로 열리는 것 같습니다)

오스카 피터슨이 드러머와 함께 하기전 결성했던 기타 트리오. 좌로부터) 허브 엘리스, 오스카 피터슨, 레이 브라운 1950년대 초반
여기에 담긴 연주는 두말할 나위 없는 오스카 피터슨의 피아니즘 정수를 담고 있습니다. 가공할 템포 푸쉬에 이은 아찔한 빠르기의 더블 템포의 스윙과 비밥 연주에 진득한 블루스와 가스펠, 그리고 자신이 속주에만 능한 테크니션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운치 있는 슬로우 발라드까지, 왜 오스카 피터슨이 전통 재즈 피아노의 아이콘인지 그 진가를 아쉬움 없이 접할 수 있는 연주들로 가득 차 있죠. 그럼에도 왜 지금까지 이 연주가 공개 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앨범 부클릿에 기재된 정보에 의하면 노먼 그랜츠가 버브 레이블을 MGM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녹음된 마스터 테잎의 존재를 잊어먹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이 당시 오스카 피터슨은 연간 대여섯장의 스튜디오 앨범 녹음을 가볍게 소화하고 있었고 공연 또한 쉴새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해나가는 과정에서 이 녹음의 존재를 놓쳐버렸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렇게 이 걸출한 라이브가 녹음된 테이프는 관계자들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져가다 얼마 전 버브 레이블내 금고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고 오스카 피터슨의 탄생 100주년인 작년부터 발매일정을 잡아 이번에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수록곡들에 관하여
먼저 첫 곡 Autume Leaves 에서 이들 트리오는 편곡적으로 새롭게 바꾸지는 않았으나 그럼에도 뻔하지 않은 인트로 아이디어로 스윙의 맛을 가볍게 풀어나갑니다. 오스카 피터슨 특유의 현란한 아르페지오의 상승과 하강에 레이 브라운과 에드 티그펜의 적절한 템포 조율이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립니다. 그리고 존 루이스의 명곡 Django 에서 오스카 피터슨의 출중한 발라드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데 유려한 루바토와 레이드 백으로 풀어내는 그의 손맛은 그를 뻔한 테크니션으로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사실 그가 가진 장점중 이런 미드, 슬로우 템포에서 보여주는 감성 표현능력이 현란한 테크닉에 묻혀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지 않았나 생각하는데 풍부한 장식음의 사용만큼이나 절제된 피아니즘으로 균형감을 유지해나가는 모습은 재즈사에 기록된 탑 클래스 발라드 연주자들에 못지않을 정도로 출중하며 그가 지닌 비범한 능력중 하나라고 봅니다. 이 라이브 앨범에서는 이 곡과 함께 I Love You , 그리고 베니 골슨의 명곡 I Remember Clifford 에서 피터슨의 손길이 담긴 유려한 서정성을 풀어내고 있는데 곡 초반 드럼이 가세하기 전까지 오스카 피터슨의 피아노 연주는 이보다 더 풍성할 수 없는 선율의 아름다움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단순한 테크니션으로 그를 바라봐선 안된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트랙들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편 Touch of your Lips 같은 스윙 넘버에서 오스카 피터슨은 산뜻하고도 경쾌하게 멜로디를 연주하며 에드 티그펜의 브러쉬와 심벌은 기분 좋게 몸을 움직이게 만들고 여기에 레이 브라운의 베이스는 딱 알맞은 워킹 베이스로 관객들의 무드를 환하게 바꿔주는 마법을 발휘합니다. 이런 미드 템포의 스윙 넘버에서도 오스카 피터슨의 피아노는 현란하게, 그러나 결코 서두르지 않고서 안정된 템포 키핑으로 연주의 매력을 극대화시켜나갑니다.
듀크 엘링턴과 빌리 스트레이혼이 만들어낸 명곡 Satin Doll 에서도 오스카 피터슨과 트리오 멤버들은 기분좋은 합을 연출해내는 데 유쾌하게 트레몰로를 사용한 미드 템포 블루스로 원곡의 미감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한편 이 라이브에는 귀를 번쩍 뜨이게 만드는 명연주와 명해석이 꽤 많이 포진해있는데 특히 Ill Wind 의 피아노 독주 벌스 파트와 S'Posin 같은 곡에서 들을 수 있는 오스카 피터슨의 피아노 연주는 고전 재즈 피아노의 영역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의 최대치를 들려주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빠르게 연주를 소화해내는 데 템포가 흔들림 하나 없이 일정하고, 그렇다고 피아노 아티큘레이션이 뭉개지지 않은 채 완벽한 컨트롤을 유지할 수 있는지... 콤핑 상황에서의 블록 코드를 연주해나가다 솔로로 전환하는 과정, 드럼과 베이스가 강력하게 스윙을 푸쉬해나가는 상황에서도 전혀 여유를 잃지 않고서 연주를 풀어나가는 모습은 감탄을 넘어 경이롭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듭니다. 현존하는 어떤 피아니스트가 이렇게 할 수 있을까요?!

Epilogue
사실 오스카 피터슨은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와 흐름을 제시했다기 보다는 이미 마련된 전통의 영역안에서 자신의 음악성을 표출한 뮤지션으로 소위 말하는 시대적 변화를 주도해나가는 혁신가는 아니었죠. 그러나 모든 이가 이러한 혁신을 추구할 수도, 그럴 필요도 없을 뿐더러 누군가는 전통의 영역이 지니는 가치를 지켜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1920~30년대 스윙의 유산을 충실하게 수렴한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롤 모델은 아트 테이텀과 테디 윌슨이었으며 할렘 스트라이드 피아니스트 제임스 P. 존슨 또한 그들 못지않게 사랑했다고 합니다. 또한 냇 킹 콜의 정치한 피아니즘도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음악적 비전을 제시했죠.
이런 그에게 영향을 받아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후배 피아니스트들, 허비 행콕, 칙 코리아, 매코이 타이너, 빌 샬랩, 베니 그린, 제프리 키저, 얼마 전 성황리에 내한공연을 가졌던 케니 배런, 그리고 공식적으로 오스카 피터슨의 후계자로 표방해온 몽티 알렉산더 같은 이들이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사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물들을 나열한 것이며 그 외 대다수의 재즈 피아니스트들에게 오스카 피터슨의 영향력은 확고하고 절대적입니다. 자신의 음악에 스윙이 담겨져 있다면 오스카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것이죠.
새로운 음악이 등장하는 것은 시대불문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탐구하는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하지만 오스카 피터슨은 주어진 전통의 틀 안에서 최상의 예술적 가치를 이룩해낸 피아니스트였으며, 잘 알려진 기존의 화성과 리듬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완성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발전시켰습니다. 이 또한 충분히 존중받아야 마땅하며 이런 전통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새로운 진보 또한 사상누각으로 무너져 버릴게 불 보듯 뻔합니다. 전통과 혁신, 과거와 미래는 결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붙어서 상호 영향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오스카 피터슨을 포함한 그 시대 레전드들의 유산은 후배 피아니스트들이 반드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고전인 셈이죠.
이렇듯 고전 재즈의 가치를 계승, 집대성하고 완성시킨 오스카 피터슨은 스윙 재즈의 교과서이자 최종 완성형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예술적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 확신합니다. 더불어 그 가치를 파악하기에 이번 라이브는 이전 다른 어떤 음반보다 뛰어난 현장감과 생동감을 지니고 있으며 오스카의 피아노는 물론이고, 레이 브라운의 베이스, 에드 티그펜의 드럼 어느 파트 할 것 없이 중요한 교보재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재즈 애호가뿐만 아니라 재즈 뮤지션 지망생이라면 반드시 체크해 들어볼 필요가 있는, 오스카 피터슨 커리어에 기록될 명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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