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에세이 - 메디컬소설

지난 2005년에 연재되었던 엠엠재즈 재즈이야기 컨텐츠들을 이전하였습니다.
글: 최범 | 재즈를 사랑하는 산부인과 의사(서울의료원)

엠엠재즈

I''m a Fool To Want You 2

‘왜... 그렇게 결정했니?’ 

‘난 내가 힘들 때나 슬플 때나 항상 옆에 있어줄 사람이 필요해. 꼭 옆은 아니더라도 내가 아프거나 괴롭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달려와 내 손을 꼭 잡아주고 포근히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그렇게 전화로 목소리만 듣는 건 나도 이제 지쳤어.’ 

‘그게 잠시 끝나는 거라면 괜찮겠지만 내년엔 백일 당직이다 뭐다 해서 결혼을 해도 신혼의 단꿈에 빠지기는커녕 오래 동안 혼자 있어야 하잖아. 내가 힘들면 오빠는 전화 거는 것밖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잖아.’

‘그... 그건 4년만 참으면 되. 그럼 늘 옆에서 지켜 줄 수가 있어.’ 

‘아냐, 아냐. 그렇지 않아. 수련과정이 끝나면 3년 동안 군대를 가야 하잖아. 전방을 가거나 후방에 가더라도 시골에 가서 살아야 하잖아. 난 시골에서 살 자신이 없어. 그러다 보면 내 젊은 시절은 다 끝나버려. 그리고 정말 오빠랑 단 둘이 산다면 아기도 키우며 오빠만 바라보며 살겠어. 
하지만 그게 아니잖아. 대부분 오빠는 없고 어머니와 둘이 사는 거잖아. 어머님은 나이 서른에 혼자 되셔서 오빠를 키우시느라 힘들었다는 건 알지만 그만큼 오빠에게 집착이 강해서 내가 그 사이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 지금도 내가 오빠를 뺏어간다고 생각하고 계시잖아. 더구나 교회를 안 다닌다고 마치 우리집이 악마의 집안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시고... 
나도 우리 집에서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자식인데... 어머닌 전혀 날 그렇게 생각 안하시잖아! 어떻게 매번 그런 식으로 하실 수가 있어! 오빠가 바빠서 어머니와 단 둘이 만날 땐 정말 수치스럽고 울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냐!’ 

‘그래, 알아. 그래서 처음부터 다 말했잖아. 이런데도 날 사랑할 수 있겠냐고. 그랬더니 넌 사랑하는데 과거가 무슨 문제냐고. 나의 주위 환경까지 다 사랑할 수 있다고. 내가 사랑만 해주면 넌 무엇이든 견뎌낼 수 있겠다고 그러지 않았니. 전에도 너처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놓고선 다들 떠나갔다고... 너만은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그럴거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자고 했잖아!’ 

   ‘그래, 처음엔 다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 정말 미안해. 하지만 막상 닥쳐 보니 그게 아니야. 사랑만으로 다 되는 게 아니야. 아무도 나보고 뭐라 할 수 없어. 자신이 닥쳐보지도 않았으면서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겪어보지도 못 했으면서 왜 못 견디냐고, 왜 참지 못하냐고 할 순 없어. 
난 너무 힘들었어. 이렇게 힘든 생활을 해나갈 자신이 없어. 아니 해선 안돼. 그렇게 힘들게 사느니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겠어.’

‘아냐. 조금만 참아보자. 나도 얼마나 많이 노력하는지 너도 잘 알잖아. 집에서는 벌써부터 너 편만 든다고 역정을 내시고 너네 집에서는 어머니 말대로만 한다고 마마보이가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어. 
그래도 다 참을 수 있었던 건, 그 힘든 병원 생활을 하면서 다 참을 수 있었던 건 널 사랑하기 때문이었어. 난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뭐든 이겨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넌 그 모든 걸 감싸줄 만큼 날 사랑하지 않는구나.’ 

한참의 침묵이 흘렀다.

‘그래. 그런 것 같아. 정말 미안해.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틀린 거야. 날 지나치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렇다고 그렇게 힘든 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지 말아줘.’ 

‘네가 이야기하는 것 중에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 집안의 과거나 환경 같은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도대체 어쩌란 말이니?’ 

이럴 땐 자꾸 매달리면 더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오히려 내버려두는 것이 더 낳을 수가 있었다. 그럼 그렇게 하라고 한다면 그녀가 아쉬워 날 다시 붙잡을 것 만 같았다. 그랬구나. 그래, 그럼 모든 게 다 끝난거구나. 

조용히 자리를 일어났다. 눈물이 나오는 걸 보여주기 싫었다. 전에 싸웠을 때처럼 이렇게 내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면 잡을 것만 같았다. 자리에서 멀어질수록 천천히 걸음을 옮겼지만 그녀는 잡지도 부르지도 않았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할 때도 지갑에서 돈을 낼 때도 천천히 될 수 있는 데로 천천히 움직였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래도 여전히 그녀는 날 부르지 않았다. 멍하니 그냥 서 있었다. 싸늘한 시월의 찬바람이 불어왔다. 그제야 서둘러 나오느라 셔츠만 입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딘가에서 낙엽이 하나 날아와 내 발등에 살포시 앉았다. 갑자기 끝없이 추락하는 절망감을 느끼며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니 내가 그럼 지금 파혼을 당한 건가? 

오, 이러면 안 돼. 내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데. 이젠 행복해 지는 일만 남았는데, 여기서 끝날 순 없어.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말도 안돼. 이럴 순 없어 다시 카페 문 쪽으로 돌아섰다. 조그만 창에는 참으로 불행해 보이는 사내가 비쳐 보였다. 내 사랑, 내 약혼녀는 어디 있는 거야? 왜, 날 부르지 않는 거야! 

가까이 다가가 안을 보았다. 먼지가 낀 건지 눈물이 앞을 가려서인지 볼 수가 없다. 아무리 눈을 부릅떠도 안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릴 뿐이다. 지나가던 남녀가 흘끗 쳐다보더니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이 열리는 순간 안의 따뜻한 공기가 느껴지고 벌써 한바퀴를 돌았는지 처음 들었던 노래가 치지직 거리며 들려왔다.

 

 

I''m a fool to want you. I''m a fool to want you 
어리석을 만큼 당신을 원합니다.
To want a love that can''t be true .A love that''s there for others too 
그러나 내가 원하는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다른 사람의 사랑입니다.
I''m a fool to hold you. Such a fool to hold you... 
어리석게도 당신을 붙잡습니다. 그렇게 어리석어서 당신을 붙잡습니다. 
And once again these words I had to say. 
한번 더 당신께 드릴 말이 있어요. 
Take me back, I love you , I need you 
저를 다시 불러주세요. 사랑합니다. 당신이 필요해요. 
I know it''s wrong, it must be wrong . 
잘못되었다는 것은 압니다. 분명히 잘못되었죠. 
But right or wrong I can''t get along without you. 
그러나 어떻든 간에 저는 당신 없이 살아갈 수 없어요.



그녀가 뒷문으로 나와서 나의 그런 뒷모습을 한참이나 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 건 얼마의 세월이 흐른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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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엠엠재즈 웹사이트 관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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