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앨범 ⚡브랜포드 마살리스 쿼텟 Branford Marsalis Quartet [Belonging] Blue Note/2025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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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ford Marsalis Quartet <Belonging> Blue Note/2025
2.Blossom
3 "Long as You Know You're Living Yours
4. Belonging
Branford Marsalis saxophones, production, arrangement
Joey Calderazzo piano
Eric Revis bass
Justin Faulkner drums
동일한 작품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나는 개별 아이덴티티
‘브랜포드 마살리스, 키스 재럿을 연주하다.’ 이 문구는 어떤 재즈 팬에게는 꽤 뜻밖의 문장일 것이다. 비유하자면 ‘빌 에번스, 찰리 파커를 연주하다’처럼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미 많은 재즈팬은 아시겠지만 - 실제 벌어진 일은 한발 더 나아간다. 브랜포드가 키스 재럿의 대표곡들을 모아 연주한 것이 아니라, 재럿의 1974년 작 [Belonging](ECM)을 통째로 옮긴 것이다. 필자 역시 브랜포드의 2018년 작 [The Secret Between the Shadow And the Soul](Okeh)에 담긴 재럿의 The Windup 을 듣고 그가 재럿의 음악에 호의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앨범 전체를 옮길 것이라는 점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한 마디로 키스 재럿의 [Belonging]과 브랜퍼드 마살리스의 동명 앨범은 수록곡, 밴드 편성및 악기구성이 모두 동일하다. 심지어 브랜포드는 키스 재럿 쿼텟(소위 유러피언 쿼텟) 연주의 조성, 템포를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기본적으로 원곡의 급격한 변화를 피하려고 했다.
그럼에도 브랜퍼드가 재즈의 본질, 즉흥연주에 제약을 둔 것은 물론 아니다. 이 점 때문에 곡마다 연주 시간은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재럿의 오리지널 녹음에서 일종의 간주곡(연주시간 2분 12초)이었던 Belonging 은 브랜포드의 버전에서는 7분 35초의 독립적인 곡으로 확장되었다. 가장 브랜포드다웠던 연주는 ’Long As You Know You’re Living Yours 로, 저스틴 폴크너의 그루브와 그 위에서 쏟아지는 브랜포드의 테너 솔로는 이 밴드의 매력을 확실하게 들려준다.
그런데 키스 재럿과 브랜도드 앨범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즉흥연주의 차원이 아니다. 분위기. 음악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가 그 차이의 본질이다. 브랜퍼드는 이 점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조성과 템포, 리듬 등을 바꿀 필요가 없었으며 그러한 시도가 재즈 연주의 본질을 우리에게 명확히 드러낸다. 재즈는 직접 연주를 하고 있는, 연주자의 음악이며 그 연주의 내면에는 연주자가 지금껏 살아 온 경험들이 고스란히 쌓여 그대로 드러난다. 단적인 예로 얀 가바렉과 브랜포드는 테너 색소폰으로 같은 멜로디를 불어도 그 음악이 전하는 내용은 오슬로와 뉴올리언스의 거리만큼, 1974년과 2024년이라는 반세기의 시간만큼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연주자라면 그 차이를 응당 보여줘야 한다. 이 점이 시사 하는 바는 크다. 키스 재럿 팬, 브랜퍼드 마살리스의 팬 모두가 흥미롭게 들을 수 있는 앨범. 글/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