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앨범 ⚡프레드 허쉬, 드류 그레스, 조이 배런 Fred Hersch, Drew Gress, Joey Baron [The Surrounding Green] ECM/2025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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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d Hersch, Drew Gress, Joey Baron
<The Surrounding Green> ECM/2025
Fred Hersch piano
Drew Gress double bass
Joey Baron drums
2 Law Years
6 First Song
7 Anticipation
레이블 색채와 성공적으로 어우러지는 과정
예술가에게 가장 큰 내면적 차원의 보상은 자기 예술의 변화가 성장의 연속성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이 아닐까? 피아니스트 프레드 허쉬의 지난 50여년 가까운 음악 여정을 들여다보면 그가 매 순간 한걸음씩 차분히 걸어온 역사에서 변화와 발전의 과정을 꾸준히 거듭해왔음을 느낄 수 있다. 주로 솔로 피아노, 듀오, 피아노 트리오라는 스몰 앙상블 세팅으로 수많은 수작들을 선보인 그의 이번 새 음반 <Surrounding green>은 2022년 엔리코 라바와의 듀오 음반을 발매하며 ECM 과의 협업의 시작을 알린 이후, 만프레드 아이허와의 세 번째 작업물이다.
개인적으로 엔리코 라바와의 듀오작 <The Song is You> 에서 프레드 허쉬의 플레잉이 몇 곡을 제외하고는 다소 소극적인 감이 없지 않았다고 느꼈고, 2024년 솔로 피아노 앨범 <Silent, Listening> 에서는 그만의 개성이 다소 반감되는 솔로 피아노 스타일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뚜렷한 레이블의 개성과 성향이 음반에 묻어 나와 이전 팔메토에서 발매되었던 다수의 앨범들과 비교가 되기도 했는데, 이번 앨범 <Surrounding green>은 좀 더 프레드 허쉬의 고유한 스타일과 ECM의 개성이 적절히 중화되기 시작한 지점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음악을 그의 장기인 피아노 트리오라는 틀에서 풀어냈다는 점과 ECM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드러머 조이 배런과 드류 그레스와 아주 오랜만에 함께 합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두 사람과는 80년대 중반부터 함께 호흡을 나눠왔으나 이 라인업으로 트리오를 결성, 녹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음반 레퍼토리 또한 지극히 프레드 허쉬 다운 면모가 잘 드러나는 컬렉션이다. ‘Plain Song’ 은 솔로 피아노로 녹음된 적이 있는 자작곡이다. 트리오 버전이라 할지라도 매우 공간감 있는 리듬섹션의 백업으로 좀 더 극적인 연출을 가능케 하고 있다. 한편 이번 앨범에서 새롭게 작곡된 곡은 ‘The Surrounding green’ 과 ‘Anticipation’ 으로 허쉬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의 매력을 십분 잘 살려 연주해주고 있다. 이 지점에서 프레드 허쉬가 언급한, 좋은 곡을 위한 핵심 요소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자. 우선 기억에 남을 것, 그리고 연주자에게 자기 해석의 여지를 줄 것. 그가 매우 애정해온 음악가이자 명작곡가인 셀로니어스 멍크, 웨인 쇼터, 듀크 엘링턴의 곡들을 떠올려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앨범에는 오넷 콜맨의 ‘Law Years’ 와 에그베르투 지스몬티의 아름다운 명곡 ‘Palhaço’ 도 수록되어 있다. 거쉰의 스탠더드 ‘Embraceable You’ 은 실로 우아한 스윙감을 뿜어내며 미디엄 템포에서 정말이지 딱 알맞은 밸런스의 즉흥과 곡 해석을 담아 연주하고 있으며 찰리 헤이든에 대한 헌정 곡으로 여겨지는 그의 명 발라드 ‘The First Song’ 은 깊은 탄식의 서정을 감동적인 서사로 풀어내고 있다. 허쉬의 87년 초기 발매작인 <Sarabande>에서 찰리 헤이든과 조이 배런의 라인업으로 함께 한 바 있다고 하니 더욱 특별한 연주가 아니었을까 싶다.
프레드 허쉬는 이 앨범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저희가 함께 쌓아온 시간의 역사 자체가 들린다고 생각해요. 이 음악 속에서 성숙한 상호작용, 사운드의 세계, 그리고 깊은 감수성을 청자들이 느끼기를 바랍니다.” 다시 본문 첫 문구로 돌아가서 프레드 허쉬와 ECM 레이블과의 만남은 분명 그의 후반부 여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큰 변화의 시점이라고 보인다. 그리고 ECM 과의 세 번째 작업이 되서야 좀 더 편안해진 그의 숨결을, 이제까지 쌓아 온 그의 역사를 느낄 수 있게 되어 오랜 팬으로서 다소 안심이 된다. 무척 닮은 듯 한편으론 다른 프레드 허쉬와 ECM의 다음 협연 작품에선 과연 어떤 그림을, 얼마나 더 긴밀하게 그려나갈까?
글/재즈 피아니스트 우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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