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앨범 피노 팔라디노, 블레이크 밀스 Pino Palladino & Blake Mills [That Wasn't A Dream] Verve/2025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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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o Palladino & Blake Mills <That Wasn't A Dream> Verve/2025
Pino Palladino, bass
Blake Mills, guitars, fretless baritone sustainer guitar
Sam Gendel, saxophones
Chris Dave : Drums Track 4
01 Contour
02 I Laugh In The Mouth Of The Lion
03 Samnambulista
04 Taka
05 What Is Wrong With You?
06 Heat Sink
07 That Was A Dream
복합적 요소들이 뫼비우스 띠처럼 이어진 오묘한 사운드!
전작 <Notes With Attachments>(Impulse!) 이후 3년 만에 세션 베이스 레전드 피노 팔라디노와 젊은 기수로서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블레이크 밀스가 내놓은 이 두 번째 듀오 앨범은 이 둘의 기묘한 조화 속 또 다른 스펙트럼들 중 성찰적인 일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전작이 좀 더 다층적인, 하지만 탈 장르적인 앙상블과 복잡한 리듬의 맞물림 속에서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냈다면, 이번 앨범은 불필요한 것을 모두 덜어내고 최소한의 악기와 여백만을 남긴 채로 새로운 지형을 탐색한다.
웨일스 출신의 플랫리스 베이스 레코딩 세션 전설 팔라디노의 세션 크레딧과 디스코그라피는 지난 40여 년간 대중음악 자체를 서포트한 증언의 기록들과도 같다. 에릭 클랩튼, 엘튼 존, 아델, 에리카 바두, 더 후, 나인 인치 네일스와 함께한 무수한 협업에서 그의 베이스는 항상 리듬섹션의 중심축을 지탱해온 하나다. 블레이크 밀스는 존 레전드, 피오나 애플, 벡, 알라바마 셰익스 등의 프로듀서로 독창적인 기타 사운드 스케이프까지 발걸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던 팝의 창의적 기수 중 하나다. 더 이상 특정 장르에 속하지 않고, 오히려 분류 불가능한 새로운 음악 언어를 형성해나가려는 의도가 보이는 두 사람의 협업은 그래서 관심을 안가질 수가 없다.
이번 앨범은 전작 <Notes With Attachments>(2021)와 대비가 있다. 색소폰 연주자 샘 겐델, 드러머 크리스 데이브 등 크리에이티브한 뮤지션들이 참여해, 도시적이고 밀도 높은 탈 장르적 앙상블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번 앨범에서는 게스트의 비중을 줄이고, 팔라디노의 베이스와 밀스의 플랫리스 바리톤 서스테이너 기타가 중심에서 음악을 이끌어간다. 여백이 전면에 등장하며, 공간감을 악기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첫 곡 Contour 는 팔라디노의 전매특허 사운드인 플랫리스 베이스의 보컬 같은 프레이즈 밑에 스페인 기타로 잡아낸 간단한 화성과 바리톤 서스테이너 기타로 끈임 없이 확장되는 곡이다. 정적인 듯 보이지만 그 속에서 점차 끊임없는 움직임이 느껴지고, 두 사람의 아이디어가 겹치며 구조와 즉흥이 교차하는 흐름을 만들어낸다. 드러머 에이베 라운즈의 릴렉스한 그루브와 몽환감은 유러피언 재즈 음악들을 떠올리는 지점도 겸하고 있다.
드럼에 크리스 데이브가 참여한 Taka 는 팔라디노가 서아프리카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곡으로, 베이스 라인이 리듬의 중심에서 멜로디까지 겸하며 독특한 구심점을 형성한다. 중반부에서는 베이스와 신스가 빠지고, 노이즈 같은 사운드의 드럼머신 시퀀스만 남아 리듬 공간을 만들어낸다. 마치 미니멀리즘과 일렉트로닉 실험이 결합된 지점처럼 들린다. 로파이 힙합 까지는 아니어도 ‘챔버 일렉트로니카’ 라고 부르기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또, What Is Wrong With You 는 느리지만 강력한 ‘흐름’에 빨려 들어가며, Somnabulista 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중성으로 표현하며 앨범 전체의 정서를 잘 함축한다. 14분에 달하는 Heat Sink , 코드와 바리톤 기타 리프, 단순한 심벌의 울림만으로도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내는 변주와 드론이 축적되며 시간의 길고 짧음을 동시에 경험하게 만든다. 이번 앨범의 중요한 축은 블레이크 밀스가 사용한 새로운 악기, ‘플랫리스 바리톤 서스테이너 기타’다. 앨범의 독특한 질감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사운드로, 매우 오가닉한 착색으로 변곡점들을 만들어낸다.
이번 앨범의 의도가 뭐든 지간에 상당히 기묘한 팝 재즈 앨범임에는 틀림없다. 재즈, 월드뮤직, 미니멀 모던 록, 아방가르드 포크 등 복잡한 여러 정체성들이 나름 밸런스를 잘 형성한 가운데, 진부함을 거부하는 음악성이 부각되는 작품! 글/재즈 기타리스트 정수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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