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급 피아니스트이자 뛰어난 음악 교육자

할 갤퍼(Hal Galper) 87세로 영면

2000년대 이후 재즈 신에 별로 소개되지 않아 젊은 재즈 팬및 연주자들에게 이름이 덜 알려졌지만 70~80년대에는 당대 최상위 클래스 피아니스트로 상당한 명성을 얻었던 뮤지션이며, 1986년 이후부터 음악 교육자로서 탁월한 면모를 발휘해 여러 후학들에게 재즈 뮤지션으로서 갖춰야 할 비전과 통찰력을 제시해오기도 한 피아니스트 할 갤퍼가 지난 달 18일(미국 시각) 87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약관의 나이에 재키 바이야드, 샘 리버스, 쳇 베이커의 사이드 맨으로 커리어를 출발한 그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중반이며 당시 영 라이언으로 20대 중반의 젊었던 랜디 브레커와 마이클 브레커를 대동해 자신의 하드 밥 퀸텟을 결성하면서 부터였다. 매코이 타이너에게 강한 영향을 받은 당시 그의 피아노 연주는 브레커 형제를 포함한 네 명의 특급 테크니션들과 함께 하면서 강력한 시너지를 불러일으켰고 <Reach Out!>, <Speak with a Single Voice> 같은 작품을 통해 당대 어떤 하드 밥 밴드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파워풀하면서 임팩트 넘치는 연주를 들려준 바 있다. 아마도 브레커 형제들의 급격한 성장세로 인해 각자 솔로및 개별 활동, 그리고 팝 세션 활동이 늘어나면서 팀이 더 이상 지속되지 못한 탓인지 80년대에 들어서는 자신의 리더활동 대신 필 우즈 퀸텟의 레귤러 피아니스트로 10년 정도 활동하기도 했고 또 그 시기부터 대학 강단에 서는 일이 많아지는 바람에 프로 연주자로서의 경력이 많이 위축되어버린 케이스.

하지만 기본 클래스가 어디 가진 않는 법. 90년대 이후 발표한 그의 리더작들도 전반적으로 탁월했으며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강력한 하드 밥 피아니스트를 기반으로 하되, 좀 더 유려한 흐름을 들려주는 리리컬한 면모와 요소요소 현대적인 접근들, 또 아마드 자말같은 예측불가한 타이밍과 아이디어를 시도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표현하는 언어가 더 다채로워진 셈인데, 명료하고 매끄러운 피아노 터치에 강력한 파워 블록코드 연주, 유려한 스윙감과 레이드 백등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갖춰야할 핵심 덕목들을 모두 지니고 있던 그는, 교육자로서의 명성이 90년대 이후 더욱 높아졌으며 뉴 스쿨에서 그의 클래스는 수강 신청생들이 앞다투어 듣고자 경쟁이 치열했다고. 구체적인 이론보다 실제 연주시 태도및 연주 접근방식의 변화를 통해 음악의 성격및 내용을 다르게 하는 교육방식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주어 큰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