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 Column(Archive) ‘음악뿐 아니라, 모든 외부 상황까지 스스로 주도하길 원해’ - 제이슨 모란(Jason Moran)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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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 Moran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외부 상황까지 스스로 주도하길 원해’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
그간 다소 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찰스 로이드와의 협연은 계속 이어오고 있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좀처럼 자신의 리더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것 처럼 보였던) 피아니스트 제이슨 모란! 2010년도에 발표했던, 그해의 앨범으로 거의 대부분의 재즈저널과 평론가들에게 찬사를 받았던 쾌작 <Ten>, 그리고 4년 뒤 발매된 위트와 센스만점의 <All Rise; A Joyful Elegy for fats Waller> 이후 3년 정도의 시간동안 신작 소식이 들리지 않고 사이드맨으로만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뭔가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기대를 가질만한 타이밍이기도 했다. 마침 작년 한해 찰스 로이드 쿼텟의 라이브 앨범이 국내외로 커다란 찬사를 받다보니 자연스레 이 팀의 레귤러 멤버인 제이슨 모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나 ‘요즘 이 친구 뭐하지?’ 하는 심정으로 그에 관한 정보를 이래저래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이미 팻츠 월러 재해석 앨범 이후 무려 넉 장이나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무척 반가웠지만 한편으론 다소 의아했다. 이정도로 지명도와 평단의 주목을 진작부터 받아온 연주자의 신작들이 그간 왜 제대로 소개되고 전달되지 않았던 걸까? 하다못해 해외저널에서 주요 리뷰로 비중 있게 다루어진 걸 본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어찌된 일 인걸까?
좌로부터) 베이시스트 나쉿 웨이츠, 피아니스트 제이슨 모란, 드러머 타루스 마틴
제이슨 모란은 1999년부터 2014년까지 블루노트의 차세대 간판 주자로 자리매김해왔으며 현재까지 커리어의 대표적 리더작들은 지금까지 모두 이 레이블에서 발매되어 왔다. 그리고 향후 재즈계를 이끌어나갈 스타급 연주자로 발돋움한 것도 바로 블루노트 레이블을 거쳐 오면서부터다. 그 점에서 제이슨 모란과 블루노트 레이블은 이미 커다란 교집합이 형성되어 있는 상황! 하지만 2015년도부터 그는 블루노트와의 계약을 끝내고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하기로 마음 먹고, 이를 직접 실행에 옮긴다. 그렇게 레이블을 설립하고 레이블 명을 심플하게 ‘Yes’ 라고 지은 뒤 2016년과 17년 사이 소리 소문 없이 넉장의 리더작을 발표한 것이다. 이 앨범들은 기존의 유통망을 전혀 거치지 않고 자신의 홈페이지와 밴드캠프라는 온라인 뮤직 컴퍼니를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애플뮤직이나 스포티파이, 아마존, 타이달 등 디지털 서비스 업체에서도 그의 새 앨범들을 들을 수가 없고, 감상하려면 오직 음반과 음원을 직접 구매해야 된다)
그러다보니 해외저널에서조차도 그의 신작소식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뒤늦게나마 간략하게 리뷰를 다루곤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서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제이슨 모란 정도라면 블루노트가 아니더라도 여러 다른 주요 레이블들과 계약하기가 결코 어렵지 않았을텐데, 왜 번거롭게 개인 레이블을 설립하고 독립 플랫폼을 시도하려고 했을까? 혹여 음악적 표현의 제약이나 간섭에 관한 문제가 있었을까? 아니, 그건 결코 아닐 것이다. 이전 블루 노트에서의 결과물도 무척 훌륭했으며, 이는 타 레이블과 함께 작업하면서도 마찬가지일터. 수익성의 측면에서도 개인 레이블로 발표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나을 거라고 판단되는데 왜 이런 번거로우면서도 시간이 꽤 필요한 모험을 감행한 것일까?
우선 그의 레이블을 통해 발표된 앨범들 중 석장을 구해서 들어봤다. 여전했다. 피아노 독주 라이브를 담아낸 2016년도 작품인 <Armony Concert>에서는 예의 강건하면서도 섬세한 터치와 풍성한 스토리를 담은 피아노 연주를 접할 수 있었으며, 아름다운 미감이 이전에 비해 한층 더 나아진 인상을 전해줬다. 좀더 음악적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또한 트리오 밴드웨건과 함께한 빌리지 뱅가드 라이브 실황 <Thanksgiving at the Vanguard>는 <Ten>의 집중력과 파워가 그대로 건재한 가운데, 멤버들간의 인터플레이가 완전히 물이 올라있었음을 바로 느낄수 있을만큼 연주에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다. 여기에 기타리스트 마리 할버슨과 코넷주자 론 마일스와 함께한 이색 트리오 <Bangs>의 경우는 기타-피아노-코넷이라는 색다른 편성만큼이나 지적이면서 격조와 여유가 있는 사운드를 들려주었으며 그러면서도 각 멤버들의 음악적 성향에 걸맞는 독특한 전위성이 함께 내포되어 있었다. 이중 트리오 라이브 앨범의 경우는 개인적으로 만약 조금 더 일찍 접했더라면 충분히 올해의 앨범에 선정할 만큼 좋은 연주가 담겨져 있었기에 뒤늦은 모니터링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제이슨 모란은 자신의 레이블을 만들고 밴드캠프라는 독립 음악 서비스 업체와 계약을 맺은 이유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난 모든 과정이 심플하고 명쾌하게 이뤄지길 바랬다. 하지만 레이블의 힘이 더 커지고 배급망이 영향력을 갖게 되는 순간 정작 아티스트는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아진다. 이 지점에서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의미가 미약해지게 될 수 밖에 없다. 난 이걸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었다. 앨범을 팔아 돈을 얼마 더 벌고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도적으로 이 과정을 파악하고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인 레이블을 만들고 밴드캠프와 협력한 것이다. 물론 지난 18년 동안 블루노트와 함께 아주 좋은 시간을 보냈으며 그 결과에 대해 충분히 만족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내 작품들은 음악은 물론이고 그 외 모든 면에서 내가 중심이 되어 컨트롤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러한 선택을 했다”
2017년도에 발표된 제이슨 모란 & 밴드웨건 트리오의 라이브 앨범 <Thanksgiving at the Vanguard> 지금까지 제이슨 모란이 발표한 트리오 앨범중 가장 마지막에 발표된 작품이기도 하다.
그의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지만, 여느 마이너 레이블들이 그렇듯 배급망의 힘이 미약하고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다 보니 저널을 통해 좀처럼 회자되지 못했었고, 이런 점에선 이전 블루노트 시절과는 상황이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었다. 나름 이쪽 정보를 꾸준히 확인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필자조차도 그의 앨범이 네 장이나 발매되는 걸 거의 1년이나 지나서야 알게 된 것은 제이슨 모란이 아주 힘든 길을 선택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점에서 그는 지금의 비제이 아이어와 완전히 대조되는 위치에 서 있다고 봐도 틀리지 않아 보인다.
두 연주자는 비슷한 시기에 평단의 찬사를 받고 다음 세대를 짊어질 재즈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추구해온 음악적 방향도 어느 정도는 유사한 지점이 있으며, 무엇보다 함께 해온 지난 커리어를 통해 동료 음악가들과의 공유하는 바 역시 겹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지난 3년 사이 명성을 얻고 난 이후의 각각의 선택에서 서서히 미묘한 차이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비제이 아이어는 ACT에서 ECM으로 더 영향력 있는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그곳을 통해 작품을 발표해오면서 자신의 입지를 더 크고 공고하게 강화시켜오고 있는 쪽이라면, 제이슨 모란은 그와 반대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 결과 그의 최근작들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현저하게 떨어졌으며 평단의 평가도 그리 적극적이지 못하게 되었다 (음악적 내용및 성과의 측면에서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누구의 선택이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비제이의 행보는 여전히 주목할 가치가 있으며 그의 시도는 레이블 이적과는 상관없이 도전적이고 타협적이지 않다는 걸 동시대의 재즈 애호가라면 누구라도 잘 안다.
다만 제이슨 모란이 가려는 길은 그와 비교해 훨씬 더 험난하고 안정적인 결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향후 어떤 식으로 그림이 그려져 나올지가 무척 궁금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이제 제이슨 모란은 일체 외부의 도움 없이 오로지 자신의 결과물만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는 밴드캠프라는 온라인 음악플랫폼만을 활용함으로서 평단및 기타 미디어에게 노출되는 과정 또한 과거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여파로 재즈 팬들 역시 그의 앨범을 찾아듣는 과정이 꽤나 불편해졌다. (게다가 요즘 대세인 스트리밍까지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적어도 노출의 측면에서 이건 다소 무모하게까지 비춰진다) 과연 이 도전이 어떠한 청사진을 그려낼지, 아니면 한차례 과감하고도 치기어린 무모한 시도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
피아니스트 비제이 아이어. 자신의 레이블을 설립해 독자적인 작품활동을 꾸려가고 있는 제이슨 모란과 달리 비제이는 레이블의 영향력을 더 키워가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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