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Review Column (Archive) 유유히 이어져가는 위대한 선대의 유산들 - 잭 디조넷(Jack Dejohnette)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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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Dejohnette/ Ravi Coltrane/ Matthew Garrison <In Movement> ECM/2016
당대 최고의 거물 드러머가 새롭게 시작하는 색소폰 트리오 프로젝트
Jack DeJohnette – drums, piano, electronic percussion
Ravi Coltrane – sopranino saxophone, soprano saxophone, tenor saxophone
Matthew Garrison – electric bass, electronics
Engineer [Assistant (Recording)] – Akihiro Nishimura
Engineer [Recording] – James A. Farber
Liner Notes [English] – Jack DeJohnette
Mastered By [Mastering] – Nicolas Baillard
Producer [Produced By] – Manfred Eicher
Recorded October 2015 Avatar Studios, New York
2 In Movement
4 Blue In Green
6 Lydia
8 Soulful Ballad

유유히 이어져가는 위대한 선대의 유산들!
글/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Peter Gannushkin
1963년 9월 15일 일요일, 당시 인종 갈등의 극단적 대립 속에서, 미국 알라바마(Alabama)의 한 도시인 버밍햄의 흑인 교회에서 백인 과격 우월주의자들의 폭탄으로 4명의 어린 흑인 소녀들이 무참히 희생된다. 당시 이 사건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존 콜트레인과 그의 쿼텟은 약 한달후, ‘Alabama’라는 타이틀로 희생된 아이들을 위한 ‘진혼곡’이자 추도곡을 녹음하게 된다. (이 곡은 존 콜트레인 쿼텟의 앨범 <Live at Birdland>(Impulse, 1964)를 통해 처음 수록, 발매되었다) 평소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었지만, 이 일을 계기로 입장이 점차 바뀌게 되며 흑인들의 인권에 대한 의식이 더 뚜렷해지게 된다. 존 콜트레인과 그의 클래식 쿼텟 멤버들은 음악으로 당시의 인권 운동에 참여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중 하나였고, 결코 작지만은 않은 ‘울림’으로 당시의 흑인 인권 운동에 힘을 더 했다. (이러한 아티스트들의 사회적, 정치적 ‘참여’는 결국 시간이 흘러 50여년 후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이 점에 대해서 국내 뮤지션들도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울림을 ‘2세대’들에게 다시 이어 전하려는 의도였을까? 올해 73세인 레전드 잭 디조넷의 새로운 프로젝트는 첫 앨범에서 첫 곡으로 ‘Alabama’를 선택해 연주하고 있다. 그리고 앨범의 멤버들은 정말이지 놀랍게도 바로 존 콜트레인 쿼텟의 베이시스트 지미 개리슨의 아들인 매튜 개리슨, 그리고 존 콜트레인의 아들 라비 콜트레인이다.
이번 앨범 <In Movement>의 가장 큰 부분은 존 콜트레인과 그의 음악과 영향, 역사에 대한 ‘헌정’이다. 지금으로 부터 약 50여 년 전, 시카고의 어느 재즈 클럽에 도착한 콜트레인 쿼텟은 늦게 도착할 예정인 드러머 엘빈 존스를 기다리다, 당시 재즈 드러머로 막 활동을 시작한 20대의 젊은 로컬 재즈 드러머 잭 디조넷과 세 곡을 연주하게 된다. 잭 디조넷은 이후 앨리스 콜트레인, 파라오 샌더스, 라쉬드 알리 등과 후기 콜트레인의 연주에서 교류를 하게 된다. 그리고, 60년대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움직였던 진보적 음악집단 AACM, 가장 진정한 의미의 재즈/크로스오버/퓨전 슈퍼 그룹이었던 찰스 로이드 쿼텟, 마일스 데이비스의 일렉트로닉 퓨전, 그리고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키스 재럿 트리오 등을 통해 지난 50여년간 가장 중요한 재즈 드러머 겸 사이드맨으로 자리 잡았다.

‘Alabama’를 첫 곡으로 선정한 잭 디조넷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이 ‘2세’ 뮤지션들의 인터 플레이가 매우 인상적이다. 서정적이고 시적이기까지 한 이 루바토 발라드 스타일을 완벽하게 소화해 들려준다. 맷 게리슨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이펙트들도 이곡의 분위기와 텍스처를 적절하게 받쳐주고 있다. 두번째 트랙 ‘In Movement’에서는 더 깊어진 인터플레이와 뒤엉킨 맷 게리슨의 일렉트로닉 루프 사운드들을 마치 노련한 어부들이 그물을 풀어나가듯 펼치고 있다. ‘Two Jimmys’는 지미 헨드릭스와 지미 개리슨에게 헌정하는 곡이라고 한다. 오넷 콜맨에게 찰리 헤이든이 있었다면, 존 콜트레인에겐 지미 개리슨이 있었다. ‘후기 콜트레인’ 시기에 맥코이 타이너는 알리스 콜트레인으로, 엘빈 존스는 라시드 알리로 교체되었지만, 베이시스트 지미 개리슨은 끝까지 콜트레인 옆을 지키며 동지이상의 전우애로, 저 우주 넘어 어디엔가 있을 것만 같은 곳들을 함께 유영하며 돌아다녔다. 이는 지미 헨드릭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고. 이 곡에서 잭 디조넷의 시종일관 여유 있고 일관되게 직선을 유지하는 하이햇 심벌 플레이가 단순한 듯 하지만 아주 인상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한편 흥미롭게도 그룹 어스 윈드 & 파이어의 오리지널 멤버인 모리스 화이트와 버딘 화이트 역시 잭 디조넷의 초창기 음악적 동료였다고 한다. 올해 2월 세상을 떠난 그를 위해 선곡했음이 분명한 ‘Serpentine Fire’에서 디스코 스타일은 희미하게 흔적만 남았지만 ‘젊은 2세들’에게, “...자네들 그런데 이런 노래 아나?...”라고 묻는 재즈 인생 선배의 연륜도 더불어 엿보인다. 앨범에서 잭 디조넷과 라비 콜트레인이 함께 작업한 트랙인 ‘Rashied’는 존 콜트레인의 가장 마지막 드러머 중 한명인 라시드 알리에 대한 헌정곡이다. 이곡에서 잭 디조넷은 타협 없는 프리한 드러밍과 에너지-라시드 알리가 ‘후기 콜트레인’ 앨범들에서 연주하였던- 를 유지하며 ‘2세대 콜트레인 멤버’들을 위해 한수 멋지게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인 ‘Soulful Ballad’에서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와 파문을 남기며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 곡은 잭 디조넷이 혼자 작곡한 곡인데 ‘Blue in Green’ 과 함께 그가 드럼을 전혀 연주하지 않고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하는, 앨범의 가장 이채로운 트랙이기도 하다. 모달 형식의 차분하고 지적인 발라드 넘버로 레이블의 고유한 음향과 훌륭히 어우러져 있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모던하고 다소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색소폰 트리오 음반이지만 그렇다고 최첨단의 트렌드를 지향하고 있지도 않다. 어디까지나 과거의 모달과 프리 시대의 유산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재즈가 가장 진지하고 정신적으로 고양되어 있던 60년대 중, 후반의 열기를 고스란히 이어 받아낸 음악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앨범 전체를 듣고 나면 마치 전형적인 재즈 쿼텟을 들은 듯한 기분이 드는데, 그 이유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잭 디조넷을 함께 경험해서 일 것이다. 마일스 데이비스와 빌 에반스(두 사람 다 잭 디조넷을 사이드 맨으로 경험한)의 곡으로 느림의 미학을 전달하는 ‘Blue In Green’과 마지막 트랙 ‘Soulful Ballad’에서 잭 디조넷의 피아노 연주는 미니멀한 감성을 특유의 즉흥적 교합으로 멤버들과 함께 마무리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ECM의 수장 만프레드 아이어가 뉴욕 아바타 스튜디오에서 탁월한 엔지니어 제임스 파버와 함께 직접 프로듀싱하고 있다.(이 라인업으로 녹음을 진행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ECM의 정갈한 스타일의 녹음 맥락을 잘 유지하면서도 음악에 담긴 밀도와 농도는 진하게 가져가는 아티스트들간의 호흡이 놀랍고 인상적이다. 마치 90년대 ECM의 걸출한 수작들을 다시 접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하면 너무 주관에 치우친 표현일까? 올해 상반기에 발표된 ECM 앨범들 가운데 가장 재즈의 본질적인 언어에 가까운 음악이 담겨진 앨범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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