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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윤 (Kyungyoon John Nam) - 커다란 상실감과 고통, 제 음악 일깨우는 계기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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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만의 신작으로 건재함 과시한 재즈 피아니스트/작곡가 

남경윤 (Kyungyoon John Nam)    

 

커다란 상실감과 고통, 

제 음악 일깨우는 계기 되었죠!  

 

2005년 첫 앨범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총 여섯 장의 리더작을 발표하며 자신의 연주력을 착실히 다져온 피아니스트 남경윤은 비슷한 연배의 국내 피아니스트들 중 작품 및 연주 활동을 계속 건실하게 이어나가는 몇 안 되는 연주자중 한명이다. 이 정도 연배에 교편까지 잡으면 필드에서 연주활동을 하는 걸 대폭 줄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남경윤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 없이 재즈 연주자로서의 기본 태도를 잘 유지해오고 있다. 단지 그 점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내릴 만한데 여전히 자신의 작품 활동에도 열정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중! 그리고 무엇보다 열심히 자신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금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가 오랜만에 다시 신작을 만들어냈다. 외형상 큰 차이 없는 어쿠스틱 피아노 트리오 편성으로 벤 윌리엄스, 오베드 칼베이어와 같은 미 동부 탑 클래스 리듬 섹션이 참여해 만든 이 작품은, 놀랍게도 이전 어느 때보다 힘든 여건 하에서 삶의 부침을 겪고 또 그로 인해 내적인 고통을 겪으면서 만들어낸 첫 결과물이라고 한다. 언뜻 음악을 들으면 그런 힘든 부분들이 잘 감지가 되지 않기도 한데, 다만 곡마다 스토리가 다채롭고 흐름에서 입체적인 면이 전작보다 한층 더 강조되어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가 더 강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과연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기에 연주의 서사가 더 깊고 풍성해진 걸까?      인터뷰/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이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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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경윤씨. 전작 <J.A.M>이후 6년 만에 다시 새 앨범을 발표하셨는데, 이번 앨범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발매 간격이 다소 긴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 앨범 크레딧을 보니 녹음 시기가 재작년인 2023년 가을이더라구요? 녹음하고 나서 2년 정도 뒤에 발매한 셈인데 혹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말씀하신 것처럼 녹음은 2023년 8월에 미국으로 가서 했고 앨범도 그해 아니면 2024년 정도엔 내야지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학교일을 포함해 말못할 개인적인 사정이 자꾸 생겨서 발매 일정을 뒤로 미룰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서 제가 공식 데뷔 20주년이 되는 해라는 걸 깨닫고 나서는 무조건 올해 안으로는 이 앨범을 낸다고 마음먹고 포스트 프로덕션 작업을 시작했죠.  제 첫 앨범인 <Energy & Angular Momentum> 이 2005년도 늦가을 정도에 나왔으니 정확히 20년째가 되죠. 우선 그 시기적인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가 있는데 지난 몇 년 사이 저와 가까웠던 미국의 친구들이 자그마치 6명이나 세상을 떠났어요.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친구들인데 건강 문제부터, 사고사, 또 그 외 말 못할 충격적인 이유로 세상을 떠난 친구들 때문에 한동안 마음이 너무 괴롭고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들을 기리고 음악을 통해 마음에 담아두려고 한 흔적이 담긴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렇군요. 경윤씨 입장에선 이전 다른 앨범들보다 특별한 사유가 많이 반영된 앨범인거 같네요. 그래서 좀 더 각별할 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네. 그래서 앨범 타이틀도 깨달음(Awakening)이라는 의미를 붙인 게 제가 겪은 여러 개인적인 일들과 절친들의 잇따른 운명 소식들, 평소 존경하던 칙 코리아나 아마드 자말 같은 재즈 레전드들의 타계, 그리고 그 시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펜데믹이 찾아와서 연주활동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척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그 과정을 겪고 나니까 제가 음악을 왜 해나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태도와 인식을 갖고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좀 더 뚜렷해지는 경험을 했어요. 

코로나가 한창 유행일 때 너나할 것 없이 다들 무척 힘든 시기를 겪었잖아요. 전 그게 다른 사람들보다 몇배 더 크게 왔어서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거든요. 매번 앨범 작업을 위해 미국을 오가던 것도 힘들어지고 어렵사리 마련한 공연들이 연달아 몇개가 다 취소되니 ‘아 지금은 음악 하지 말라고 하는건가보다’ 하는 생각까지 들어서 엄청 암울했었죠. 그때 제 가족들이 제게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고 또 제가 평생 해온 이 재즈라는 음악도 그 자체로 큰 위안과 기쁨이 되어줬어요. 그런 느낌을 그 시기에 처음 받았었거든요 그 정도로 제게 재즈라는 음악이 중요한 의미가 되어주고 있다는 걸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어요. 근데 막상 클럽 긱(Gig) 포함해 연주활동을 할 수 없게 되니까 이 음악이 제게 얼마나 크게 스며들어 있는지 느꼈던 거에요. 편집장님도 잘 아시듯이 재즈를 듣는 분들이 워낙 소수여서 연주활동을 안해도 대중들은 인식을 잘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럼에도 이걸 계속 해나가는 이유가 뭔지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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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힘든 시기를 겪다가 언제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던가요? 

 

2022년 초였어요. 그때 첫 새해에 뭔가 다시 연주를 하면서 이전과 같은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살아갈수도 있을거 같다는 희망이 조금 보여서 제 유튜브 채널에 당일날 곡을 써서 연주해 올렸죠.  그게 그 연도 숫자 그대로 제목을 붙여서 이번 앨범에 담아냈어요. 그리고 나서 1년 정도 지나자 미국으로 건너가는 일도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능해지니 가족들과 여행가는 시기에 맞춰서 앨범 녹음을 해보자고 생각해 그때 녹음한 게 바로 이번 앨범입니다.  이 앨범 작업하는데 특히 제 와이프인 드러머 미현씨가 큰 도움을 줬는데, 본인도 뮤지션으로서 앨범 작업을 무척 하고 싶었을텐데 절 서포트해주고 또 이 앨범 관련 홍보및 유통관련 일도 직접 맡아서 별도의 회사까지 만들어가면서 도와줬어요. 그 점 너무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번 앨범의 경우 작곡에 있어서 Awakning 이나 Jammin in Detroit , Transition 처럼 스윙, 비밥이 기조가 된 곡도 있고 A Little Groove 처럼 힙합과 펑키한 그루브가 뼈대가 된 곡도 있고, Rememberence 차분한 발라드 성격의 곡도 담겨 있죠. 이처럼 곡마다 성격이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긴 한데,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스트레이트한 밥 사운드가 강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경윤씨의 피아노 솔로가 이전보다 더 재즈의 중심에 가까이 다가가 있지 않나 싶던데 어때요?  

 

그렇게 들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저 자신도 어느 때보다 더 깊이 재즈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음악에 깊게 빠져있고 재즈 뮤지션으로서 정체성도 한층 더 뚜렷해진 거 같습니다. 연습도 거의 매일 시간 될 때마다 빠짐없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학교일이랑 학생들 가르치는 레슨이 바빠도 피아노 앞에 매일 앉아서 연주하는 걸 일상의 루틴으로 생각하고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아마도 이런 점으로 인해 예전보다 제 피아노 연주력이 더 발전되지 않았나 저 나름 자신하고 있습니다.(웃음)     

 

 

참! 그러고보면 경윤씨가 4집 앨범 이후부터 지금까지 내리 석장을 다 트리오 편성으로만 작업했어요. 이전 앨범들은 현악파트도 가미되고 편곡적인 장치에도 신경을 썼었고, 때론 보컬 피처링도 시도했었는데 4집 <Trio> 이후부터 쭉 트리오 편성으로 앨범을 만드는 이유가 있을거 같아요. 

 

네. 그 부분도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아이덴티티가 강조되는 측면이 반영된 거라고 보시면 될거 같은데 우선 온전하게 제 피아노 연주가 중심이 되는 편성을 가져가고 싶은 의도가 컸어요. 보컬이나 현악기, 또는 색소폰이 가세하면 그들이 주 멜로디를 소화할 때가 많잖아요. 그것보다는 즉흥이든 작곡으로든 제가 직접 리드해서 멜로디를 이끌어나가는 게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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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시스트 벤 윌리엄스(Ben Williams). 남경윤의 고정 파트너로 세장의 앨범에서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그런데 듀오나 솔로도 마찬가지로 피아노로 리드해갈 수 있는 편성이잖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리듬 섹션이 제대로 갖춰진 트리오 편성을 통해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게 제일 만족스럽고 또 사운드적으로도 균형감 있게 느껴져서 트리오에 집중하고 있어요.  향후 듀오나 솔로 편성에 대한 관심과 아이디어가 생기면 그때 한번 준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트리오 멤버중 베이시스트 벤 윌리엄스는 고정이고 드러머는 그렉 허친슨, 아리 호닉, 오베드 칼베이어등 계속 달라졌잖아요. 다양한 개성의 리듬 섹션 주자들과 협연하고자 한다면 베이스도 여러 명 경험해볼 거 같은데 그렇게 하지 않아서 궁금했어요.

 

아! 그건 벤 윌리엄스가 만드는 그루브가 좀 더 R&B, 힙합, 펑키한 면들까지 잘 반영하면서 재즈의 전통적인 리듬도 훌륭하게 소화해내기 때문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제가 4집 이후부터 리듬적인 면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악기들은 다 리얼 어쿠스틱이지만 곡들에 담긴 그루브는 꽤 다양한 편이거든요. 제 입장에서 그 점을 딱 알맞게 표현해낼 수 있는 베이스 연주자가 바로 벤 윌리엄스인거 같아요. 그러면서도 스윙과 비밥 어프로치가 아주 훌륭하고 베이스의 기본도 놓치지 않은 가운데,  제가 원하는 방향을 놓치지 않고 잘 잡아내고 또 본인이 상황에 따라 새롭게 아이디어를 주기도 해서 전 벤 윌리엄스랑 같이 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일단 타임 필이 너무 완벽해서 연주할 때 너무 편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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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머 오베드 칼베이어(Obed Calvaire)

 

드러머 오베드 칼베이어와 같이 해보니 어떻던가요? 국내 재즈 팬들에겐 아직 이름이 잘 알려진 드러머는 아닌데, 사실 이미 쟁쟁한 커리어를 쌓아온 연주자이고 윈튼 마살리스 링컨센터 오케스트라 및 로이 하그로브, 마리아 슈나이더 오케스트라, 조슈아 레드맨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거물들의 사이드 맨으로 활동해오고 있기도 하잖아요.  

 

윈튼 빅밴드나 로이 하그로브, 션 존스 같은 트럼페터들의 사이드 맨으로 연주하는 걸 듣고 정말 탄탄하게 연주 잘하는구나 생각했었던 드러머였어요. 이 친구도 벤과 마찬가지로 장르적인 소화범위가 아주 다양하고 리듬 아이디어가 풍부해서 곡마다 사운드랑 맛을 다르게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어서 섭외했습니다. 막상 해보니 훨씬 프로페셔널하고 곡마다 디테일하게 신경 쓰고 집중해 연주해줘서 충분히 만족스러웠어요.  

 

이야기 나온 김에 이거 하나 물어볼게요. 경윤씨는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정규앨범을 다 해외, 미국 연주자와 함께 작업했는데, 사실 이런 경우 잠시 일정 맞춰서 건너가 하루, 길게는 이틀정도 녹음하는 과정으로 앨범을 만들잖아요. 워낙 테크닉이 좋고 음악을 이해하는 센스가 남다르니까 주문하는 걸 쉽게 소화하는 건 틀림없겠지만 한편으로 시간을 들여 서로 음악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고 좀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 팀워크를 만들어나가기에 어쩔 수 없는 제약이 있으니 국내 연주자들 중에서 마음이 맞고 제대로 소통이 되는 사람을 찾아서 향후 앨범을 만들어보는 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음... 나중에 그런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거 같긴 한데, 지금은 제가 시도해볼 수 있는 최상의 연주자들과 함께 녹음하는 게 더 좋은 거 같습니다. 비록 하루 정도 함께 작업하는 것인데 그럼에도 이 연주자들은 너무 완벽해서 제가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부분들까지 다 잡아서 대응하더라구요. ‘이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거일텐데 어떻게 한거지?’ 싶은 부분들이 녹음하면서 여러 차례 느껴서 역시 대단하구나 싶었죠. 게다가 벤 윌리엄스도 그렇고 오베드의 경우도 너무 매너 좋고 또 연주할 때 설렁설렁 대충하지 않고 하나하나 신경 써서 연주해줘서 다음에도 앨범 작업할 때 같이 하고 싶을만큼 만족스러웠어요. 이 정도 레벨의 친구들과 꼭 함께 해야되겠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으니까.

여담이긴 한데 제가 4집에서 그렉 허친슨과 함께 녹음하고 나서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와! 이 정도 드러머랑 같이 했는데 그럼 이 다음엔 내가 어떻게 해야되는거지? 누구랑 해야 또 제 스스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음악적으로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 이후 개성 있는 두 명의 탑 클래스 드러머랑 하면서 또 다른 걸 느끼고 배우게 되니까 이런 작업으로 계속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더라구요.

편집장님이 이야기하신 부분도 비용적인 면을 포함해 고려해볼 필요가 있는 방법인데, 지금 당장은 아닌 거 같고 
 

전 아직 본토의 최고수준 연주자들과 교류해서 앨범 만드는 게 더 좋은 거 같습니다. 제 스스로 음악적으로 도전한다는 느낌도 분명히 있고요. 제가 지난 코로나 펜데믹때부터 느낀 게 앞으로 제가 살아가면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자는 게 일종의 좌우명같이 각인되었어요. 거기에 앨범을 매년 1장씩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돈도 모으고 준비해서 작업해야 하니 한번 할 때 최상의 조건을 고려해서 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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