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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그레나디어(Larry Grenadier) - 지금껏 받아온 음악유산, 더블베이스 하나에 투영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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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rry Grenadier  

생애 첫 리더작 발표한 재즈 베이시스트

 

지금껏 받아온 음악유산

더블베이스 하나에 투영해내다

 

현재 재즈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베이시스트 중 한명인 래리 그레나디어가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솔로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일단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잘 알려져 있듯 브래드 멜다우의 오랜 파트너로 명성을 쌓았으며, 그 외에도 마크 터너와의 프로젝트, 팻 메시니와의 트리오, 피터 번스틴, 빌 스튜어트, 조슈아 레드맨등 여러 스타급 뮤지션들의 리더작에서 그의 훌륭한 서포트를 우리는 익히 접해왔었기에, 언제가 되었건 자신의 리더작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그게 온전한 독주음반일 줄은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습니다. 

 

맞습니다. 그의 첫 리더작 <The Gleaners>는 놀랍게도 완전한 솔로 베이스로만 연주된 작품입니다. 보통은 뮤지션이 자신의 첫 리더작을 만드는데, 독주앨범을 선택하지는 않죠. 연주력의 고하를 떠나 심지어 피아니스트조차 그러지는 않는 편인데, 래리 그래나디어는 완전히 반대되는, 혹은 의표를 찌르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미 오랫동안 쌓아온 뮤지션들과의 인연으로 인해 하고자 마음먹었다면 여러 동료를 초빙해 다양한 편성으로 앨범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해답은 바로 이 앨범 안에 있습니다.

 

서문 / 편집부

본문 / 정수욱,김희준

사진 / Juan Hitters 

 


 

전천후 세션맨에서 첫 리더로의 전환

 

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듯 래리 그레나디어는 수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의 가장 중요한 베이스 조력자로 활약해오면서 지난 30여년간 중추적인 세션 뮤지션중 한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재즈 거장 폴 모션,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 존 스코필드, 재즈 색소포니스트 조슈아 레드먼, 마크 터너같은 이들의 앨범에서 그의 연주는 일반적인 서포트 역할에서 벗어나 음악전반에 걸쳐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도 하는 등 다망한 역할을 줄곧 맡아왔었죠. 

 

물론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훌륭한 더블베이스연주자들이 존재하고 있죠. 최근에는 젊은 토마스 모건같은 이들이 그와 선의의 경쟁을 펼쳐 보이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션의 영역에서 그만큼 풍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연주자는 현재 없는 것 같습니다. 그가 여러 연주자들에게서 더 중용되는 이유로 그의 단단하고도 깊이 있는 베이스 사운드, 클래시컬과 재즈를 모두 아우르는 음악적 유연함을 바탕으로, 전형적인 비밥계열의 음악에서도 탁월한 강점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험적이면서 전위적인 뮤지션들과도 충분히 교감할 수 있는 폭넓은 소화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새 앨범은 그가 지금껏 보여주었던 사이드맨이 아닌, 솔로 베이스 연주자로서 자신이 갖고 있는 음악적 철학과 스토리를 처음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가 성장하면서 어떻게, 언제, 왜 베이스란 악기를 시작했는지, 어떤 음악들이 그의 영감이 되어주었는지, 어떤 사람들과의 교류가 밑바탕이 되었는지 등이 음악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전해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솔로 연주 앨범에서 느끼기 좋은 음악적 진정성들인 셈이죠. 그런데 사실 솔로 베이스 연주를 통해 이런 스토리들이 잘 느껴지게 만드는 게 쉬운 건 아닐 겁니다. 일일이 말로서 풀어놓을 수도 없고 오직 연주와 사운드로 이를 전달해야 할테니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음악을 들으면 이 뮤지션이 이야기를 직접 우리에게 풀어놓는 듯한 기분을 전해줍니다. 그 이야기가 어찌나 구성지고 흥미로운지 42분 정도의 시간이 금새 지나가버릴 정도에요. 하나의 악기로 사운드가 구성될 때 느껴질 법한 단조로움과 지루함이 거의 보이질 않습니다. 본작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네요 (그만큼 공들여 준비하고 다듬어왔다는 반증이 될 겁니다)

 

본작의 제목은 인상파 미술가 장 프랑수와 밀레의 ‘이삭줍는 여인들’을 말합니다. 여기에도 의미가 있는데 자신의 음악적 커리어는 여러 훌륭한 동료 재즈 뮤지션들과 연주하고 그들의 음악을 듣고 함께 교류하면서 전해받은, 여러 음악적 ‘이삭’들을 줍고 추수해서 만들어진 하나의 아말감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배움은 곧, 그의 음악적 여정이라는 식의 태도와 바탕이 기본 토대가 되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래리 그레나디어라는 사람이 일단 겸손하고 무척 수렴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고 봐야겠죠. 그리고 이번 앨범은 그렇게 전해받은 감흥과 영감들을 오직 자신의 베이스 하나로만 표현해낸 작품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여담을 전해드리자면, 5년 전쯤 피아니스트 엔리코 피에라눈치와의 트리오 공연을 위해 그가 제프 발라드와 함께 내한 했을때 사석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 이것저것 말을 섞다가 별 생각없이 솔로 앨범을 낼 의향은 없느냐고 한번 물어봤었습니다. 그때 제프 발라드는 지금 준비 중이라고 말했는데 래리 그레나디어는 의외로 단호하게 ‘별로 없다. 지금 연주활동과 생활에 무척 만족한다’는 식의 대답을 하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앨범이 만들어 진 것으로 보니 아마도 그 사이 심경의 변화가 생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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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앨범 안에 담겨진 음악을 한번 살펴 보겠습니다.

 

아르코 연주로 시작하는 첫곡 ‘Oceanic’은, 밑으로 깊고 무거운, 어두운 심연의 불안함과 아름다움이 동시에 표출되듯 반복되고 있지만, ‘아메리카나’적인 음악적 뉘앙스도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적’ 사운드의 핵심을 대놓고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음악적 속내는 재즈 아르코와 피치카토를 교차하며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는 클래식과 재즈 베이스를 가장 잘 이해하는 프로듀서 중 한명이기에 그에게 자신의 솔로 앨범을 맡기는 결정은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또, 사이드 맨과 리더의 멘탈리티는 180도 달라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혼자서 말해야하는 경우는 쉬운 도전이 아니기에 이 점에서도 처음인 래리 그레나디어는 다양한 경험을 해온 프로듀서의 도움을 받아야했겠죠.  

 

‘Pettiford’는 그의 음악적 루트를 잘 발견하고 느낄수 있는 재즈 넘버입니다. 트리오 ‘Fly’와도 종종 연주하는 곡의 솔로버전인데, 개인적으로는 그레나디어의 피치카토 톤이 이렇게 좋았나 싶을 정도로 사운드 퀄리티가 뛰어납니다. 물론 뉴욕의 아바타 스튜디오에서 연주되고 제임스 파버라는 일류엔지니어에 만프레드 아이허의 메인 스튜디오에서 믹스된 사운드이니 만큼 어느 정도 가산점이 있겠지만, 레이 브라운과 찰리 헤이든을 이어갈만한 구석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제목은 베이스 레전드 오스카 페티포드의 이름을 빌어, 자신의 음악적 우상들인 지미 블랜튼, 레이 브라운, 찰스 밍거스, 폴 체임버스, 스콧 라파로, 데이브 홀랜드, 미로슬라브 비토우스, 에디 고메즈, 조지 므라즈, 찰리 헤이든, 마크 존슨, 존 클래이튼, 벤 스트리트, 에릭 리브스, 크리스천 맥브라이드같은 동료 및 선배에 대한 헌정으로, 더 크게는 재즈에 대한 자신의 헌정으로 보면 될법한 곡이기도 합니다. 

  

타이틀곡 ‘The Gleaners’에서는 마치 미국의 현대 음악 작곡가 찰스 아이브스를 연상시키는 멜로디와 형식으로 베이스 아르코 특유의 기품과 공허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목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자신이 담아온 음악적 이삭들을 뿌려준 다른 음악가들에게 짦은 감사의 표현을 하는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부인이자 보컬리스트 레베카 마틴의 발라드 곡 ‘Gone Like The Season Does’을 아르페지오와 멜로디를 솔로 연주로 풀어보고 있습니다. 포크와 팝 그리고 재즈적 요소의 발라드 멜로디를 해석하는 흐름에서도 별 문제가 없는 그의 폭넓은 미감을 잘 느낄 수 있습니다. 기타리스트 울프강 무스피얼과 조지 거쉰의 곡들 역시 래리 그라나디어의 현재를 잘 보여주는 편곡과 연주로 앨범의 무게감을 만드는데 훌륭히 일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기 콜트레인의 곡 ‘Compassion’과 폴 모션의 곡 ‘The Owl of Cranston’의 접속 메들리는 이 앨범에서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라 말해도 될, 래리 그레나디어의 가장 깊은 내면, 음악가로서의 본질을 들려주는, 아주 멋진 곡입니다. 두 곡은 사실 전혀 다른 문맥과 배경, 정황을 지녀야하지만 앨범의 가장 긴 곡으로 잘 연결해서 하나의 표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은 본 작의 핵심중 하나인 ‘Bagatelle 1,2’ 는 래리 그레나디어의 전위적 색채를 잘 느낄 수 있는 지점입니다. ECM레이블을 통해 베이스 독주앨범을 발표한 선배들의 자취를 이어간다고 말할 수 있는 이 곡은 뚜렷한 테마없이 추상적인 선율이 언뜻 산만하게 이어져나갑니다. 첫 번째 파트에선 보우잉으로 진행되며 두 번째 파트에선 피치카토로만 연주되는데 같은 제목을 띠고 있지만 곡의 정서는 사뭇 다르죠. 두터우면서도 어쿠스틱 베이스 특유의 피치카토가 공간을 꽉 채워내는 것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앨범 전체의 안정적인 사운드와 둥글고 따듯하지만, 명확하고 선명하면서 강한 어택을 지닌 베이스 톤, 아르코와 피치카토의 적절한 음악 형식적 배치(이 부분에서는 확실히 프로듀서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등이 이 앨범의 음악적 만족도와 청취감을 매우 높여주고 있습니다. 

 

뒤늦게 베이스 솔로 앨범 만든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듯 래리 그레나디어는 협연자로서 오랫동안 이어온 작업들에 커다란 만족감을 갖고 있었기에 굳이 자신의 리더작을 따로 내려고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들과의 연주에서도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아이덴디티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하네요(이점은 필자가 이전 내한 때 직접 전해들은 바이기도 하고, 이 앨범 라이너노트에서도 그런 뉘앙스의 글이 나와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심경의 변화가 생겼던 걸까요? 그에게 베이스 솔로 앨범 제작을 제안한 것은 바로 프로듀서인 만프레드 아이허였다고 합니다. 그 스스로가 과거 콘트라베이스 주자이기도 하고, 재즈 베이스 레전드 폴 체임버스에게도 음악적 영감을 자주 받았었다고 말한 적도 있었죠.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 레이블에서는 지금까지 좋은 베이스 솔로 앨범들이 은근히 자주 나오고 있습니다. 만프레드 아이허는 이 더블베이스가 가진 사운드 고유의 울림에 대해 무척이나 잘 이해하고 있기에 래리 그레다니어에게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었고, 자신의 리더앨범 발표에 미온적이었던 그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래리 그레나디어에 따르면 만프레드 아이허로 인해 앨범 제작의 마지막 단계인 믹싱과 편집이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점을 두루 고려해봤을 때 아무래도 이 앨범의 공은 래리만큼이나 프로듀서인 만프레드에게도 절반정도는 주어져야 맞는 것 같습니다. 

 


 

Epilogue 

 

1966년 2월생이니 올해 53세, 첫 앨범을 발표한 나이치고는 다소 늦은 것 같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래리 그레나디어는 서두름 없이 이야기할만한 내용이 준비되고 쌓였을 때 앨범을 낸 것이므로 오히려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봐야할 것 같아요. 앞서 서문에서도 언급했듯 하고자 마음먹었다면 그의 첫 솔로 앨범은 가장 명망 있는 뮤지션들이 피처링해 올스타 라인업으로 손쉽게 채워낼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자기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고, 오로지 자신만을 마주하는 방식으로 첫 독집앨범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한곡 한곡에 자신의 음악적 역사와 자양분을 반추하고 담아내려는 듯 신중하게 내면을 투영해 베이스를 연주하는 그의 모습이 더블베이스의 깊은 파동과 함께 우리의 몸과 정신을 감화시킵니다. 

 

이 작품에는 오직 베이스악기 소리 하나만 담겨져 있지만 그 안에 모든 이야기가 다 담겨져 있는 것 같은 충만함이 느껴집니다. 더불어 래리 그레나디어라는 인간의 정신, 품성, 감성등 그의 내면세계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신기한 체험까지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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