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악서총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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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사이버스페이스 시대의 미학

 

사이버스페이스 시대의 미학

새로운 아름다움이 세상을 지배한다

심혜련 지음 | 살림 | 2006년 09월 20일 출간 | 222P

 

 

올해 5월 5일 공개된 차일디쉬 감비노의 신곡 ‘This is America’ 뮤직 비디오는 열흘이 채 되지 않아 유튜브 조회 수 1억 뷰를 기록했고, 한 달째엔 2억 5천만 뷰 달성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계속 증가할 이 뮤직 비디오의 조회 수를 쫓아가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글의 관심은 이처럼 화제를 모은 뮤직 비디오에 덧붙여지는 리액션 비디오(Reaction Video)를 비롯하여, 수용자들이 비디오나 여러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 제작한 2차 창작물이다.

 

 

리액션 비디오는 뮤직 비디오를 비롯한 각종 컨텐츠에 수용자가 자신의 반응을 담은 영상물로, 2007년 하반기에 미국에서 나온 <2 girls 1 cup>이라는 외설적 비디오에 대해 감상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반응을 보인 영상물을 퍼뜨린 것에서 시작됐다. 리액션 비디오는 감상물에 대한 호감과 논평에 그치지만, 패러디 영상은 원전에 대한 수용과 다양한 번안을 통해 그 자체로 독립적인 작품이 되기도 한다. 2012년 7월 15일 발매되어 세계적으로 인기가 폭발했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경우, 수용자들이 직접 퍼포먼스와 비디오를 제작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으며 그것을 찾아 즐기는 것이 또 하나의 대중문화 현상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대중 모두를 예술가로 만드는 새로운 예술의 탄생일까?

 

 

심혜련의『사이버스페이스 시대의 미학 - 새로운 아름다움이 세상을 지배한다』(살림,2006)는 오래 전에 나온 저작이지만, 같은 주제를 다룬 가장 선구적이면서도 지금도 중요성이 변치 않고 있다. 미학과 매체 예술을 전공한 지은이는 이 책의 서두에서 21세기의 사람들은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특성을 가진 공간에서도 활동을 하지만, 20세기 인들이 꿈도 꾸지 못했던 비물질적 공간에서 활동한다고 말한다. 즉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만들어진 사이버스페이스(Cyber Space)가 그것이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인간의 삶과 사유 전체를 몰라보게 변화 시켰는데, 예술은 이 변화를 수용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선도했다.

 

예술은 무언가를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해 늘 매체에 의존해 왔기에, 예술의 역사란 새로운 기술이 발명한 매체에 적응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사진기와 비디오카메라가 발명되자 이전에는 없었던 영화와 비디오 예술이 출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예술가들은 산업혁명 이후 기술에 대해 아주 다양하게 반응했다. 이로써 우리는 감히 산업혁명 이후 예술과 기술의 관계는 이제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은 늘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제공해주어 새로운 표현 형식을 가능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재즈의 역사 또한 이 공식에서 예외가 아니다. 재즈는 전자 악기를 받아들인 록의 사운드 광폭화(廣幅廣)에 대응하기 위해 퓨전 재즈를 수용해야 했다.

 

사진기와 같은 기술복제 수단이 생기기 이전에 예술의 중심에는 언제나 ‘문자’가 있었다. 예를 들어 19세기 말까지의 회화는 신화ㆍ역사ㆍ문학 작품의 번안물이거나 기생물로 존재했다. 사진기의 발명으로 야수파ㆍ미래파ㆍ입체파ㆍ표현주의와 같은 현대미술 백가(百家)운동이 벌어지면서 화가들은 그림이 문예 즉 ‘말씀(word)’의 부록이 되기를 사절하고, “화가의 목적은 설화적 사실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회화적 사실을 ‘구성하는 것’”(조르쥬 브라크)이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문자 중심의 문화ㆍ예술은 문자가 가진 고도의 배타성(엘리티즘)과 이성 중시가 대중이나 감성, 양쪽과 거리를 두게 했다. 그런데 사진기와 같은 기계적 매체가 문자 중심의 문화에 균열을 내면서 특권적이고 고급 지향이었던 문자 중심의 문화ㆍ예술은 이미지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문자 문화가 약화된 자리에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시각 문화, 영상 문화가 헤게모니를 갖고 등장”하게 되고, 시각과 영상 문화가 확대되면서 “그 동안 예술이 가졌던 특권적 지위가 와해되며, 예술이 협소한 게토에서 벗어나 광장으로 나와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이때부터 “예술은 경배와 숭배의 대상 이전에, 그리고 진리의 마지막 도피처로 작용하기 이전에 향유의 대상”이 된다. 복제 기술은 일회성ㆍ유일성ㆍ원본성이라는 작품의 특징과 함께 예술이 가진 깊은 종교적 가치를 빼앗았고, 기술 재생산 시대의 대중들은 예술에 한층 쉽게 접근하게 되었다. 그러자 예술에 정치적이고 오락적인 기능이 새로 장착되었다.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결합은 19세기 초에 발명되고 중반에 발전된 카메라가 예술에 끼쳤던 영향과 비교할 수 없는 위력으로 예술의 존재 방식에 타격을 가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생산 방식과 수용 방식의 전면적인 변화”, 둘째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예술의 본질과 존재론적 위상에 대한 물음”.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에 이미지에는 원작자가 있었고, 변형될 수 없었다. 하지만 비디오나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수용자들의 2차 창작물은 제작자(예술가)와 수용자(소비자), 예술과 놀이라는 경계를 지운다.

 

“디지털 매체가 등장함에 따라 이제 이미지들은 이미지의 단순한 재생산이라는 단계를 넘어 이미지의 변형으로 넘어갔다. 이제 고정된 이미지를 수용자가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가 부분적으로 창조가가 되어 이미지 변형을 통해 매번 새로운 이미지들을 만들어 낸다. 이 새로운 이미지들은 정적이고 고정된 이미지의 상태(정태적)에서 벗어나 동적이며 임의로 조작 가능한 이미지(역동적)로 자신을 드러낸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이제 이미지들의 생산 공간이자 전시 공간이며, 동시에 수용 공간으로 작용한다.”

 

지은이의 멋진 비유에 따르면, 발터 벤야민이 대도시에서 발견한 산보자는 대상과 ‘거리두기’를 유지하고자 했던 반면,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산보자는 즐김과 비판의 능력을 갖춘 주체”로 자신이 향유하는 작품과 “상호 작용성을 추구”한다. 그 결과 “갈수록 예술은 놀이와 체험을 강조”하게 되고, 예술이 맡아온 유토피아 추구와 사회 비판적 임무는 사라지게 된다. 지은이는 이런 현상을 비관적으로 보기보다, “예술의 기능과 역할이 다원화”되고 있는 것으로 긍정한다.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 user generated content)’라고도 불리는 다종다양한 수용자들의 2차 창작물에 대해 미디어 산업은 아직까지 어떤 대처를 해야 할 지 적절한 원칙을 세우지 못했다. 마크 더핏의『팬덤 이해하기』(한울아카데미,2016)에서 한 대목을 발췌한다. “그 이유는 팬 창작물이 상업 미디어의 사회적 인기를 광고해주고, 신인 전문가들의 훈련소를 제공하고, 대중문화에 창조적으로 기여하긴 하지만, 동시에 [옮긴이: 원 텍스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나쁘게 만들고, 이윤에 직접 타격을 주고, 이후 무허가 경쟁자들의 상업적 이익에 이용당하는 선례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미디어 조직은 팬들의 창의성을 규제하고 금지하는 법적 조치를 취하려고 하는 등, 권위주의적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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