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에세이 - 메디컬소설

지난 2005년에 연재되었던 엠엠재즈 재즈이야기 컨텐츠들을 이전하였습니다.
글: 최범 | 재즈를 사랑하는 산부인과 의사(서울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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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으로의 회기 1

갈매기와의 첫 만남


나는 1986년 어느 여름날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는 중이였다. 두 손에는 이제 막 종로의 대형 음반 매장을 다 뒤져서 사 가지고 온 LP 한 장을 들고 있었다. 벅차오르는 가슴을 주체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턴테이블 위에 바늘을 올려놓을 때까지의 시간이 한없이 길게만 느껴졌다. 재킷을 보고 또 보아도 신비롭게만 느껴졌다. 얼마 전 심야 라디오 방송을 통해 들었던 신비롭고 황홀한 음악, 재킷은 더욱 멋있다는 DJ의 설명에 어떤 모습일까를 얼마나 많이 상상해왔던가. 재킷의 전면 사진은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와 그 위를 날아가고 있는 갈매기 한 마리를 약간은 거친 듯하게 잡아낸 사진이었다.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갈매기는 무얼 보고 있는 것이고 바다는 또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그래, 모든 건 음악을 들어보면 알 수 있겠지.’ 뒷면을 보니 칙 코리아라는 사람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Return To Forever’라는 앨범에 대해 쓰여 있었다. ‘영원으로의 회귀’라고 번역하면 어울리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면서 몇 번을 읽다보니 음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비닐커버를 뜯고 말았다. 

손에 턴테이블 바늘이 달린 것도 아닌데 반투명 비닐로 쌓여진 플라스틱의 검은 원반에 살며시 손가락을 대 보았다. 심야에 라디오를 통해 들었던 그의 영롱한 일렉트릭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그 뒤로 들려오는 환상적이면서도 아득한 꿈인 듯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가사도 전혀 없이 때로는 고음으로 때로는 저음으로 일정한 리듬을 쉴새없이 반복적으로 쳐대는 드럼 소리와 푸드득 푸드득 갈매기가 허공을 휘젓듯이 들려오는 플루트 소리에 어우러져 몽환적으로 들려온다. 흥분을 진정시키며 음반을 커버에 다시 넣고 가슴에 안은 채 어서 집에 도착하기만을 바라며 지난 몇 년을 떠올렸다. 


음악듣기의 시작


음악 듣기는 중학교 1학년 때 선물 받은 카세트 라디오부터 시작되었다. 그것은 스테레오도 아닌 모노 카세트였지만 항상 공테이프를 준비해 라디오 방송 중 좋은 음악이 나오면 녹음을 하고 계속 반복해서 들었다. 그 당시 방송으로 들을 수 있는 가요는 트로트나 포크송 정도여서 주로 팝송을 들었다. 처음에는 아바(ABBA)나 보니 엠(Boney M)의 노래처럼 대중적인 팝이었지만 그런 대중적인 음악들은 몇 번 듣다보면 금새 질리기 마련이었다. 

결국 몇 년이 지나 팝 음악에 허기를 느끼며 무언가 좀더 새롭고 강렬해 많이 들어도 쉽게 질리지 않을 음악에 목말라했다. 그러던 중 통금이 해제되면서 FM 라디오에서도 새벽2시까지 하는 심야방송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때 아트 록(Art Rock)을 소개하는 성시완의 방송이 처음 시작되어 이루 말 할 수 없는 충격을 주었다. 그 후에는 헤비메탈을 소개하는 전영혁의 방송을 듣게 되면서 그러한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국내에서는 도저히 구하기 힘든 음반이 대부분이었고 원판으로 사기에는 학생 시절의 용돈으로 턱없이 높은 가격이었다. 

교실 뒤쪽에서는 그런 음악을 듣는 이들이 모여 국내에서 접할 수 없는 수준 높은 음악을 듣는다는 선민의식을 가지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한창 왕성할 때라서 그랬는지 모두가 록에 빠져있었다. 레드 제플린과 딥 퍼플, AC/DC에 대해 이야기하고 진보적인 뉴트롤즈나 ELP, Art Of Noise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녹음한 테이프를 서로 빌려주기도 했다. 너무 갈증이 나면 청계천에 가서 소위 ‘빽판’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렬하고 남성미 넘치는 헤비메탈이나 전위적이고 아름답지만 난해한 아트록보다는 인간의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재즈에 점차 매력을 갖게 되었다. 물론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즈음반은 거의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외국의 유명한 대가들의 음반은 여러 규제에 묶여 라이센스 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라디오에서도 전문적으로 재즈를 들려주는 방송은 없었고 어쩌다 가뭄에 콩나듯 들려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이 국내에서 개최되기로 확정되면서 그러한 규제들이 완화되어 많은 외국 문화가 몰려 들어왔다. 음반쪽에서도 수입음반을 비롯하여 여러 명반들이 라이센스 되기 시작했다. 특히 재즈 부분은 ECM 레코드사의 음반들이 먼저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음반이었다. ECM의 앨범들은 우선 재킷사진만으로도 충분히 예술적이어서 듣는 즐거움에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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