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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영화음악에서부터 재즈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해내는 전천후 아티스트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

색소포니스트 신현필이 전하는 재즈와 영화 이야기 <마이너리티 리포트>

 

마이너리티리포트#2 드라마, 영화음악에서부터 재즈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해내는 전천후 아티스트,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

 

재즈 팬들이라면 설령 제목까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귀에 익숙한 선율에 이어질 멜로디를 흥얼거릴 수 있을 법한 유명 재즈 스탠더드 넘버들. 앞서 언급한 다섯 개의 곡 목록에는 단 한 명의 뮤지션의 이름이 따라 붙는다.
 
조금 더 쉽게 다가가 보자. 1964년 개봉해 까뜨린느 드뇌브(Catherine Deneuve)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프랑스 영화 쉘부르의 우산 [Les Parapluies de Cherbourg]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분명 많을 것이다. 적어도 중년이상의 연배를 지닌 이들이라는 단서가 붙긴 하겠지만..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이자 재즈 피아니스트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이다. 여든이 넘은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며 총 200편이 넘는 영화 및 TV 드라마 음악감독을 맡은 그는 최고의 영화음악 작곡가이자 마일즈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 협연해온 탁월한 재즈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미셀 르그랑은 1932년 파리근교에서 유명 작곡자이자 지휘자인 아버지 레이몽 르그랑(Raymond Legrand)과 음악출판사를 경영하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어머니는 그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악보를 팔았으니 음악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없이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했음은 분명하다.
 
이런 환경에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진로 또한 뮤지션으로 설정되었다. 11세의 나이에 파리음악원에 입학한 그는 7년 동안 필립 그래스, 아론 코플랜드, 아스토르 피아졸라등 당대 거장들에게 가르침을 주었던 유명한 음악 교육자 나디아 불랑제(Nadia Boulanger)에게 음악을 배우며 유럽의 전통적인 오케스트라 음악을 중심으로 미국에서 발생한 젊은 음악인 재즈를 연계해 나가는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립하기 시작한다.

 

 
프랑스에서 클래식 교육을 받은 미셀 르그랑이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한편으론 당시 미국에서 재즈의 몰락이라는 아이러니한 배경에 기인한 면도 있다.
 
1940년대, 미국 북동부를 중심으로 찰리파커와 디지 길레스피에 의해 태동한 비밥(Bebop)이 미국 전역에 거대한 트렌드를 만들며 전 세계 대중음악사에 재즈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을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1950년대 혜성처럼 등장한 록앤롤은 대중들의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았고 자연스럽게 대중들의 재즈에 대한 관심 또한 멀어지게 만들었다.\
 
재즈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는 이 음악적 흐름은 대신 유럽에 재즈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든다. 당시 유럽의 음악 애호가들은 미국에서 발생된 재즈에 큰 관심을 보이며 인종차별과 열악한 대우에 힘들어하던 재즈 뮤지션들을 열렬히 환대했다. 그 결과 자니 그리핀(Johnny Griffin), 덱스터 고든(Dexter Gordon), 버드 파웰(Bud Powell)등 수많은 일류 재즈뮤지션들이 유럽으로 이주를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유럽 본토에서 장고 라인하르트(Django Reinhardt), 스테판 그라펠리 (Stephan Grappelli), 미셸 페트루치아니(Michel petrucciani), 닐스 헤닝 외스테드 페데르센(Nils-Henning Orsted-Pedersen)등의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이 잇따라 탄생하는가 하면 ECM, ACT, Enja(이상 독일), Steeple Chase(덴마크)등의 재즈 레이블들이 그 위상을 떨치기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데, 당시 재즈 뮤지션들의 유럽행 풍경은 1986년 프랑스 감독 베르트랑 타베르니에(Bertrand Tavernier)가 연출한 영화 라운드 미드나잇 [Round Midnight]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여담으로 영화의 첫 장면에서 카운드 베이시 밴드의 색소포니스트 허쉘 에반스(Herschel Evans)를 오마주한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덱스터 고든(Dexter Gordon)에게 죽음을 앞두고 이렇게 말한다.
 
“No Cold Eyes  in Paris.”

 

 
이야기를 다시 미셀 르그랑으로 돌려보자. 클래식을 기반으로 미국 재즈에 큰 관심을 보여온 미셸 르그랑은 이러한 변화의 중심인 파리에서 195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내며 다양한 자양분을 흡수했다.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 편곡자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한 것은 이 때 부터다.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 버드 파웰, 찰스 밍거스, 맥스 로치로 구성된 비밥의 선구자들이 캐나다의 매시 홀에서 라이브를 가졌던 1953년, 그러니까 비밥이 그 절정기에 다다름과 동시에 서서히 하강국면을 그리기 시작하던 그때, 만 22세의 나이로 파리를 주제로 한 15곡을 오케스트라 메들리로 편곡해 담은 데뷔작 <I Love Paris>를 발표한다.
 
그야말로 핫 데뷔 였다. 이 앨범은 총 800만장 이상의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렸고 젊은 미셀 르그랑을 당대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뮤지션으로 만드는데 커다란 공을 세웠다. 현재까지도 꾸준히 애청되고 있는 <I Love Paris>는 재즈 하모니에 클래식의 낭만주의적 편곡을 결합시킨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를 당대 최고 인기 뮤지션으로 만들었고 현재는 고전의 반열에 올릴 작품이지만 실제로 미셀 르그랑의 시도가 결코 평범한 것은 아니었다. 미셀 르그랑의 앨범은 미국에서 클래식과 재즈의 결합을 시도하며 ‘Third Stream’을 주창한 대표적인 뮤지션, 건터 슐러(Gunther Schuller)가 발표한 작품들보다 무려 3년이나 앞선 것이다. (물론 건서 슐러의 써드 스트림에 비해 좀 더 이지 리스닝에 가까운 무드 스트링 편곡이긴 했지만)

 

 
데뷔작의 대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직접 미국을 건너가 본격적으로 본토의 재즈 뮤지션들과의 작업을 시도한다. 그 정점에 있는 작품은 아마도 콜롬비아 레코드에서 1958년 5월에 3일 만에 녹음된 <Legrand Jazz> 앨범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빌린 녹음실에 마일즈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폴 챔버스, 빌 에반스, 벤 웹스터, 도날드 버드, 허비 맨 등 미동부의 스타 재즈 뮤지션 31명을 초청해 3일 만에 그 앨범을 녹음한다.(재미있는 사실은 ‘Kind of Blue’등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명반을 프로듀싱한 콜롬비아 레코드의 테오 마세로(Teo Macero)가 바리톤섹소폰 연주자로 참여하였다는 점이다.)
 
그는 이후 자신이 작, 편곡하고 스탄 게츠에게 연주와 프로듀싱을 맡긴 <Communications(1972)>를 발매한다. 이 앨범은 그의 장기가 십분 살아있는 화려한 스트링선율이 단연 압권이다. 이 밖에도 레이 찰스, 사라본, 엘라 피츠제럴드, 프랭크 시나트라, 다이아나 로스 등과 교류, 협업하며 재즈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갔다.

 

 

위 열거된 활동은 당대 최고의 재즈 작, 편곡자로서 미셸 르그랑의 모습이다.

 

이와 더불어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그의 활동도 우리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작곡자로 O.S.T를 포함해 100장이 넘는 음반을 발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꾸준히 피아노 트리오의 리더 활동을 지속해왔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들로서는 파리를 대표하는 곡들을 중심으로 베이시스트 가이 페더슨 (Guy Pederson)과 타악연주자 거스 왈레즈(Gus Wallez)와 함께 발표한 <Paris Jazz Piano(1959)>와 미국의 연주자 레이 브라운(Ray Brown), 쉘리 맨(Shelly Manne)과 함께 발표한 <Shelly’s Manne-Hole(1968)>, 알토 색소폰 연주자 필 우즈(Phil Woods)와 함께 발표한 <Jazz Le Grand(1979)>, <After the Rain(1982)>등이 있다.

 

또 같은 프랑스 출신의 재즈 바이올린 연주자 스테판 그라펠리(Stephane Grappelli)의 앨범 <Douce France(1996)>에서는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은 물론 전곡을 편곡하고 지휘하는 활약까지 보이는 등 작, 편곡자와 영화음악 작곡가의 역량 못지않게 실제 그의 피아노 연주자로서의 위상 역시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다.(이는 Youtube에 올라와있는 폴란드 TVP Kultura가 방영한 그의 2001년 몬트리올 재즈 페스티벌 무대 실황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연주는 에롤 가너(Erroll Garner) 혹은 아트 테이텀(Art Tatum)의 연주에서 주로 발견되는 피아노 트리오 특유의 풍부한 화성, 오스카 피터슨(Oscar Peterson)의 연주에서의 테크닉과 재기발랄함, 빌 에반스(Bill Evans)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클래식에서 발전된 서정주의적인 접근이 적절히 녹아 들어있다. 동시에 그는 에릭 사티(Erik Satie), 조지 거쉰(George Gershwin), 아론 코플랜드(Aaron Copland), 존 케이지(Jogn Cage)등 클래식 곡들 또한 꾸준히 녹음하여 발표하는 등 현시대에 필히 재평가되어야할 피아니스트 중 한명이다.

 

 

 

이처럼 뮤지션으로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미셸 르그랑이지만 그를 폭넓게 대표하는 수식어는 역시 영화 및 다양한 매체의 ‘영화음악 감독’일 것이다. 이 분야에서의 압도적인 커리어로 그의 다른 활동들이 빛을 잃을까 일부러 뒤쪽에 배치했지만 여전히 그를 대표하는 타이틀은 뭐니뭐니해도 ‘영화음악 감독’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쉘부르의 우산 이외에도 1999년 피어스 브로스넌에 의해 리메이크 된 바 있는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The Thomas Crown Affair (1968)]의 음악도 그의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그는 같은 해 아카데미 음악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007 네버 세이 어게인 [Never Say Again (1983)], 패션쇼 [Pret-A-Porter (1995)],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 [Love last three years (2011)] 등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은 지금까지 총 200여 편이 넘는 등 그는 국경 뿐 아니라 스타일과 장르를 넘나들며 수많은 작품에서 빼어난 영화음악을 작곡해 왔다.
 
그는 영화음악가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연주자로 재즈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거인이다. 올해 여든 넷의 이 노장에게 애정과 존경을 가득 담아 전할 수 있는 필자의 말은 여전히 이것 하나 뿐인 것 같다.
 
‘꾸준한 작품 활동에 감사드리며 부디 건강히 오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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