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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북] #15 - 쳇 베이커 그리고 영화 <본 투 비 블루>

마이너리티리포트 #15 영화 OST인생을 내어주고 얻어낸 음악.
왜곡되고 일그러진 삶.
그 대척점에 자리한 투명한 블루! 쳇 베이커
객관적인 수치나 데이터로 확정할 수 없지만, 지난 100여 년 동안의 재즈사에 등장한 뮤지션들 가운데 가장 기복이 심하고 파란만장한 커리어를 가졌던 인물을 꼽으라면 쳇 베이커는 그 중에서도 단연 탑일 것이다.
인기의 범위나 파급력에 있어서 그가 절정을 구가한 기간은 50년대 초반부터 약물로 인해 감옥소를 들락거리기 시작하는 59년까지의, 10년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에 불과하며 이후는 너무나 들쭉날쭉한 커리어를 보여 왔기에 화려하고 안정적인 스타덤및 작품 활동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트럼펫의 경우도 당대 최고의 트럼페터로 평가하기엔 어딘가가 부족했으며, 늘 그의 앞에 누군가가 있었다.
그렇다면 트럼펫 외에 그를 유명하게 만든 가수로서 바라보면 어떨까?프랭크 시나트라나 냇 킹 콜, 멜 토메 같은 수퍼 스타급 보컬리스트에 미치지 못하는 보컬 역량은 물론이고 언감생심 팬층 역시 그들과 비교해서는 분명히 빈약했었다.
하지만 쳇 베이커에겐 다른 어떤 뮤지션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없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처연함과 허무함, 내면의 공허, 애초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듯한 그만의 마이너한 정서와 필(Feel)은 누가 듣더라도 그임을 단박에 알아채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힘이 있었던 것이다.
애잔함이 함께 배인 우울한 음색, 한껏 이완된 그의 템포는 보컬뿐만 아니라 트럼펫 연주에서도 비슷하게 발현되어 평생에 걸쳐 그가 지속적인 레코딩과 공연을 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기제로 작용하게 된다.
바로 그의 고유한 개성이자 상징이 된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타고난 음감 및, 예민하고도 섬세한 귀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그의 ‘즉흥연주 역량’이다.
그의 임프로비제이션은 이론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공부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온전히 자신의 귀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그러니까 쳇 베이커는 곡을 듣고 암기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났으며, 그 곡에 맞는 코드 진행을 떠올리며 거기에 맞춰 연주하는 것이 거의 본능적으로 듣는 순간 이루어지고 연주할 때마다 다른 선율의 진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같은 곡을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이는 학습을 거쳤든 그렇지 않든 재즈사에 이름을 남긴 일류 즉흥 연주가가 도달하는 경지다.
다만 쳇 베이커는 여기에 자신만의 스타일과 감성을 담아 뽑아내기 때문에 그 매력과 가치를 뚜렷하게 인정받는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관습적이거나 기계적인 형태의 프레이즈는 자연스럽게 배제되며, 이는 그의 트럼펫 톤과 맞물려 음악적으로 아주 순도 높은 미감이 담겨진 연주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면으로 인해 쳇 베이커는 지금까지 당대 최고의 트럼페터로 평단의 평가 및 지지를 받은 적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에 매료된 열렬한 지지자들이 늘 주변에 존재했었으며,특히 사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앨범 제작자및 공연관계자, 팬들에게 끊임없이 어필할 수 있게 되는 주요한 요인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진솔하고 가식 없는 감정을 투영한 음악과는 전혀 다른 사생활로 평생 동안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총 3차례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했으며, 결혼 중에도 다수의 뭇여성들과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고,심지어 그녀들을 마약의 늪으로 빠지게 만들었던 그는 인간적으로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그냥 속된말로 쓰레기 같은 인성의 소유자였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화두였던 마약으로 인해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한때 추방 및 입국 금지된 적도 있었으며, 수감생활도 몇 차례나 겪었다.
약을 구하기 위해 동료의 연주료를 빼돌리기도 예사였으며, 심지어 약값을 위해 자신의 부인에게 몸을 팔기를 권하기도 했던 사람.
너무나 다정하고 습윤하고 내성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인물이 이처럼 성격파탄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거리낌 없이 행하고,이로 인한 결과에 일말의 책임의식도 없이 살았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는 이율배반의 캐릭터로 인식되어 있는데,사실 이런 점 때문에라도 그의 삶과 캐릭터가 영화의 소재로 쓰일 소지는 아주 다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처음 공개되어 그 해 6월 공식적으로 국내 개봉되기도 했던 영화 는 그의 삶과 캐릭터를 소재로 하여 제작된 첫 극영화다.
이미 적잖은 분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셨을텐데, 쳇 베이커 역을 에단 호크가 맡아 연기하고 있는 이 영화는 1966년부터 67년까지 2년간의 시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상황은 전체가 실제는 아니며, 현실과 가상이 뒤섞여 있는데 첫 영화 도입부에서 제시한 1966년 이태리의 구치소 장면은 실제와는 무관하며 당시 쳇 베이커는 이미 미국으로 건너와 고향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쳇 베이커의 애인으로 나온 제인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가상의 인물이며, 그가 부상에서 재기해 버드랜드의 무대에 다시 서는 것도 실제와는 다른 연출이다.
극적인 흐름을 위해 현실과 가상을 재구성한 부분이 적지 않아 관객들은 자칫 잘못하면 실제로 일어난 일로 착각하고 영화를 볼 수 있는데, 이런 점은 픽션임을 감안하고 봐야한다.
필자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에단 호크가 연기한 쳇 베이커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오리지널 캐릭터가 갖고 있는 자기파괴적인 속성과 상상을 초월한 여성 편력, 그리고 지긋지긋하리만치 약에 탐닉하는 그의 중독 성향을 실제보다는 좀 더 많이 순화된 모습으로 형상화 해내었는데그럼에도 영화를 보면 ‘실제로 쳇 베이커가 살아생전 저런 식으로 행동하고 반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면이 분명히 있다.
여기에 에단 호크가 직접 ‘My Funny Valentine’과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같은 쳇 베이커의 대표 레퍼토리들을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함으로서 영화상에서 최대한 캐릭터와 일체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엔딩 부분에서 자신의 연인을 떠나보내며 부르는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는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백미이자 하이라이트.
다만 트럼펫 연주는 짧은 시간 내에 쉬이 마스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기를 위해 배웠다고 해도 몇 소절의 멜로디에 국한된 부분을 소화하였을 뿐, 실제 영화 사운드트랙에 담긴 연주는 별도의 하우스 밴드 멤버가 모두 소화를 해냈다고 한다.
필자는 이 영화가 쳇 베이커라는 연주자에 대해 전반적으로 심도 깊은 이해를 더해주거나, 혹은 아주 탁월하게 묘사해낸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내면 어디에 존재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위태롭고 불안정한 심리적 상태, 그리고 이를 무너지지 않게 실낱같이 지탱해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마약과 여자, 그리고 트럼펫이었다는 점만큼은 나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그는 이 세 가지가 함께 주어질 때 더없이 행복해 할 수 있었으며 그 외 다른 것은 사실 별로 필요치도 않았던 사람이었다.
궤변일지는 모르겠으나 그 점에서 한편으론 그에게 아주 순진무구한 일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일반적인 기준에서 이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보편적인 사회적 잣대와 통념을 가지고 살았더라면 과연 이렇게 음악을 노래하고 표현할 수 있었을지는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그는 60년대 초 입술에 마약상에게 구타를 당해서 큰 상처를 입고, 한동안 트럼펫을 예전처럼 불수 없었지만 끊임없는 연습으로 이를 극복했으며, 말년에는 젊은 시절과는 또 다른 사운드, 음색을 체득하며 더 깊은 경지로 나아갔다.
그만큼 그는 연주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말년엔 온전한 이빨도 몇 되지 않아 잇몸으로 트럼펫을 연주했어야 했음에도 자신의 소리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적어도 트럼펫, 그리고 재즈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만큼 진지했던 연주자가 바로 쳇 베이커였던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점이 지금까지도 세대를 넘어 그의 음악을 잊지 않고 찾아 듣게 만드는 힘이 되어준 게 아닐까?영화를 보고나면 왜곡되고 일그러진 그의 삶과 대척점에 자리하고 있는 투명한 그의 노래와 아름다운 트럼펫 선율이 이 영화의 회색빛 이미지와 함께, 마치 뒤엉킨 실타래마냥 한데 얽혀 좀처럼 풀리질 않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재생 일시정지 정지

 

재즈와 영화 이야기 <마이너리티 리포트> 최종회

 
마이너리티리포트 #15 영화 <본 투 비 블루 (Born To Be Blue)> OST
 

인생을 내어주고 얻어낸 음악

왜곡되고 일그러진 삶

그 대척점에 자리한 투명한 블루! 

쳇 베이커 (Chet Baker)

 

객관적인 수치나 데이터로 확정할 수 없지만, 지난 100여 년 동안의 재즈사에 등장한 뮤지션들 가운데 가장 기복이 심하고 파란만장한 커리어를 가졌던 인물을 꼽으라면 쳇 베이커는 그 중에서도 단연 탑일 것이다. 인기의 범위나 파급력에 있어서 그가 절정을 구가한 기간은 50년대 초반부터 약물로 인해 감옥소를 들락거리기 시작하는 59년까지의, 10년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에 불과하며 이후는 너무나 들쭉날쭉한 커리어를 보여 왔기에 화려하고 안정적인 스타덤및 작품 활동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트럼펫의 경우도 당대 최고의 트럼페터로 평가하기엔 어딘가가 부족했으며, 늘 그의 앞에 누군가가 있었다. 그렇다면 트럼펫 외에 그를 유명하게 만든 가수로서 바라보면 어떨까? 프랭크 시나트라나 냇 킹 콜, 멜 토메 같은 수퍼 스타급 보컬리스트에 미치지 못하는 보컬 역량은 물론이고 언감생심 팬층 역시 그들과 비교해서는 분명히 빈약했었다.

 

 

하지만 쳇 베이커에겐 다른 어떤 뮤지션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없는 '무언가'가 분명히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처연함과 허무함, 내면의 공허, 애초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적으로 부여받은 듯한 그만의 마이너한 정서와 필(Feel)은 누가 듣더라도 그임을 단박에 알아채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힘이 있었던 것이다. 애잔함이 함께 배인 우울한 음색, 한껏 이완된 그의 템포는 보컬뿐만 아니라 트럼펫 연주에서도 비슷하게 발현되어 평생에 걸쳐 그가 지속적인 레코딩과 공연을 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기제로 작용하게 된다. (대중들이 좋아하고 매료된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바로 그의 고유한 개성이자 상징이 된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타고난 음감 및, 예민하고도 섬세한 귀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그의 ‘즉흥연주 역량’이다. 그의 임프로비제이션은 이론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공부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온전히 자신의 귀를 통해서 만들어진다.(일설에 의하면 심지어 그는 생전 악보를 제대로 읽지도 못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쳇 베이커는 곡을 듣고 암기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났으며, 그 곡에 맞는 코드 진행을 떠올리며 거기에 맞춰 연주하는 것이 거의 본능적으로 듣는 순간 이루어지고 연주할 때마다 다른 선율의 진행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같은 곡을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사실 이는 학습을 거쳤든 그렇지 않든 재즈사에 이름을 남긴 일류 즉흥 연주가가 도달하는 경지다. 다만 쳇 베이커는 여기에 자신만의 스타일과 감성을 담아 뽑아내기 때문에 그 매력과 가치를 뚜렷하게 인정받는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관습적이거나 기계적인 형태의 프레이즈는 자연스럽게 배제되며, 이는 그의 트럼펫 톤과 맞물려 음악적으로 아주 순도 높은 미감이 담겨진 연주가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면으로 인해 쳇 베이커는 지금까지 당대 최고의 트럼페터로 평단의 평가 및 지지를 받은 적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음악에 매료된 열렬한 지지자들이 늘 주변에 존재했었으며, 특히 사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할지라도, 앨범 제작자및 공연관계자, 팬들에게 끊임없이 어필할 수 있게 되는 주요한 요인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진솔하고 가식 없는 감정을 투영한 음악과는 전혀 다른 사생활로 평생 동안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총 3차례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했으며, 결혼 중에도 다수의 뭇여성들과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고, 심지어 그녀들을 마약의 늪으로 빠지게 만들었던 그는 인간적으로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그냥 속된말로 쓰레기 같은 인성의 소유자였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화두였던 마약으로 인해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한때 추방 및 입국 금지된 적도 있었으며, 수감생활도 몇 차례나 겪었다. 약을 구하기 위해 동료의 연주료를 빼돌리기도 예사였으며, 심지어 약값을 위해 자신의 부인에게 몸을 팔기를 권하기도 했던 사람. 너무나 다정하고 습윤하고 내성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인물이 이처럼 성격파탄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거리낌 없이 행하고, 이로 인한 결과에 일말의 책임의식도 없이 살았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는 이율배반의 캐릭터로 인식되어 있는데, 사실 이런 점 때문에라도 그의 삶과 캐릭터가 영화의 소재로 쓰일 소지는 아주 다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처음 공개되어 그 해 6월 공식적으로 국내 개봉되기도 했던 영화 <Born to Be Blue>는 그의 삶과 캐릭터를 소재로 하여 제작된 첫 극영화다. 이미 적잖은 분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셨을텐데, 쳇 베이커 역을 에단 호크가 맡아 연기하고 있는 이 영화는 1966년부터 67년까지 2년간의 시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묘사되고 있는 상황은 전체가 실제는 아니며, 현실과 가상이 뒤섞여 있는데 첫 영화 도입부에서 제시한 1966년 이태리의 구치소 장면은 실제와는 무관하며 당시 쳇 베이커는 이미 미국으로 건너와 고향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쳇 베이커의 애인으로 나온 제인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가상의 인물이며, 그가 부상에서 재기해 버드랜드의 무대에 다시 서는 것도 실제와는 다른 연출이다. 극적인 흐름을 위해 현실과 가상을 재구성한 부분이 적지 않아 관객들은 자칫 잘못하면 실제로 일어난 일로 착각하고 영화를 볼 수 있는데, 이런 점은 픽션임을 감안하고 봐야한다.

 

 

필자가 보기에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에단 호크가 연기한 쳇 베이커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오리지널 캐릭터가 갖고 있는 자기파괴적인 속성과 상상을 초월한 여성 편력, 그리고 지긋지긋하리만치 약에 탐닉하는 그의 중독 성향을 실제보다는 좀 더 많이 순화된 모습으로 형상화 해내었는데 그럼에도 영화를 보면 ‘실제로 쳇 베이커가 살아생전 저런 식으로 행동하고 반응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면이 분명히 있다. 여기에 에단 호크가 직접 ‘My Funny Valentine’과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같은 쳇 베이커의 대표 레퍼토리들을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함으로서 영화상에서 최대한 캐릭터와 일체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엔딩 부분에서 자신의 연인을 떠나보내며 부르는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는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백미이자 하이라이트. 다만 트럼펫 연주는 짧은 시간 내에 쉬이 마스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기를 위해 배웠다고 해도 몇 소절의 멜로디에 국한된 부분을 소화하였을 뿐, 실제 영화 사운드트랙에 담긴 연주는 별도의 하우스 밴드 멤버가 모두 소화를 해냈다고 한다.

 

 

필자는 이 영화가 쳇 베이커라는 연주자에 대해 전반적으로 심도 깊은 이해를 더해주거나, 혹은 아주 탁월하게 묘사해낸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내면 어디에 존재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위태롭고 불안정한 심리적 상태, 그리고 이를 무너지지 않게 실낱같이 지탱해주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마약과 여자, 그리고 트럼펫이었다는 점만큼은 나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본다. 그는 이 세 가지가 함께 주어질 때 더없이 행복해 할 수 있었으며 그 외 다른 것은 사실 별로 필요치도 않았던 사람이었다. 궤변일지는 모르겠으나 그 점에서 한편으론 그에게 아주 순진무구한 일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반적인 기준에서 이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보편적인 사회적 잣대와 통념을 가지고 살았더라면 과연 이렇게 음악을 노래하고 표현할 수 있었을지는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 그는 60년대 초 입술에 마약상에게 구타를 당해서 큰 상처를 입고, 한동안 트럼펫을 예전처럼 불수 없었지만 끊임없는 연습으로 이를 극복했으며, 말년에는 젊은 시절과는 또 다른 사운드, 음색을 체득하며 더 깊은 경지로 나아갔다.

 

그만큼 그는 연주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고 말년엔 온전한 이빨도 몇 되지 않아 잇몸으로 트럼펫을 연주했어야 했음에도 자신의 소리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적어도 트럼펫, 그리고 재즈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만큼 진지했던 연주자가 바로 쳇 베이커였던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이런 점이 지금까지도 세대를 넘어 그의 음악을 잊지 않고 찾아 듣게 만드는 힘이 되어준 게 아닐까?

 

 

영화를 보고나면 왜곡되고 일그러진 그의 삶과 대척점에 자리하고 있는 투명한 그의 노래와 아름다운 트럼펫 선율이 이 영화의 회색빛 이미지와 함께, 마치 뒤엉킨 실타래마냥 한데 얽혀 좀처럼 풀리질 않는 느낌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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