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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뱅 뤽(Sylvain Luc) 추모칼럼 - 입체적인 기타연주에 담겨진 발군의 센스와 유머,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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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bute Special

 

실뱅 뤽(Sylvain Luc) 1965.4 ~ 2024. 3

 

입체적인 기타연주에 담겨진

발군의 센스와 유머여유

 

집시 음악의 고유한 매력클래식의 우아한 선율미그리고 재즈의 다채로운 리듬과 즉흥 연주를 모두 겸비한 천천후 기타리스트 실뱅 뤽이 지난 3월 예순이 채 되지 않은 이른 나이에 너무나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본토 프랑스를 비롯 유럽에서는 여전히 지금도 명망이 높으며 신작도 계속 꾸준하게 내고 있었기에 그의 때 이른 요절이 안타깝기만 한데그를 기리기 위해 기타리스트 박윤우씨가 진솔한 추모글을 보내왔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 드레이퓌스 레이블이 국내에 활발하게 수입되면서 한때 국내 재즈 팬들에게도 적잖은 지지를 받았었지만 이후 미국 동부 지역의 재즈로 흐름이 다소 바뀌고 레이블도 운영이 문제가 생긴 탓에 다소 잊혀져간 면이 있죠그러나 그의 음악성연주력은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으며, 무엇보다 나일론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서 독창적인 맛이 아주 뚜렷해 여타 연주자들과 차별점을 보여준 인물입니다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재즈 팬분들께선 꼭 한번 이 글을 읽어보시고 그가 남긴 음악도 다시금 들어봐 주시길 바랍니다재즈가 유럽에서 얼마나 다채롭게 진화해나갔고 또 다른 개성을 획득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본문/기타리스트 박윤우 

 

한참 연습에 몰두하던 학생 시절기타 지망생이라면 록에서 재즈클래식을 두루 접하며 점차 어렵고 복잡한 코드와 솔로 연주에 욕심이 생기게 되는 순간이 있게 마련이죠그런 과정에서 자신이 롤 모델로 삼는 우상이 자연스레 생기게 되고 또 그 우상도 시기별로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음악적인 식견범위가 넓어지게 됩니다비록 프로가 아닐지라도 기타를 어느 정도 연주하기 위해 나름 연습을 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제 말에 어렵지 않게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기타리스트 실뱅 뤽(Sylvain Luc)도 그렇게 저의 우상으로 거쳐 갔던 연주자입니다사실 요즈음은 그의 음악을 자주 못 듣고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달 전쯤 느닷없는 부고 소식을 듣게 됐죠무척 놀랍고 또 당황스러웠습니다아직 60살도 안된 이른 나이이고불과 얼마 전에도 유튜브에 새로운 연주 영상이 올라온 것을 보곤 했는데... 전해 듣기로는 투어 중에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이글을 쓰기에 앞서 그의 때 이른 죽음에 조의를 표하며 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

 

그는 1965년에 프랑스 바욘 (Bayonne)이란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음악가 집안에서 자란 그는 4살 때부터 기타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바욘 음악원에서 10년 동안 기타가 아닌 첼로를 공부 하였습니다그 후 파리로 이주하여 본격적으로 여러 음악가들과 교류 하면서 경력을 쌓아 갔습니다제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99년도에 발표된 그의 4번째 정규 앨범인 <Duet>을 통해서 였습니다그 앨범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같은 프랑스 출신 기타리스트인 비렐리 라그렌(Birelli Lagrene)과 의 듀오 협연이었지요비렐리 라그렌 같은 경우엔 압도적인 테크닉과 기운으로 보통 같이 연주하면 주눅이 들것만 같은 연주자라 평가할 수 있는데요제가 이 앨범에서 들은 실뱅 뤽은 신예 기타리스트임에도 오히려 비렐리보다 더 여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그때부터 전 그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 후에 나온 그의 앨범들도 기회 될 때마다 챙겨 들어보게 되었습니다.

 2 실뱅 룩과 함께 한 비렐리 라그렌. 이들은 1999년 이후 다수의 협연을 가졌으며 듀오 앨범도 2장 만들어냈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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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지닌 독창적인 연주 방식

그의 연주 스타일을 간략히 살펴보자면 어쿠스틱일렉트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데 개인적으로 그의 어쿠스틱 연주를 더 좋아하곤 했습니다그의 연주는 마치 훌륭한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재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코드와 멜로디를 동시에 깔끔하고 편하게 다루는 수준의 높은 테크닉을 보여 줍니다또한 좋은 톤을 가졌지만일반적인 클래식 연주자와는 다른 그만의 톤을 가지고 있습니다마치 성악가가 아닌 샹송 가수의 목소리인 것처럼요그만의 매우 독특한 손버릇도 귀를 즐겁게 합니다여기에서 손버릇이라 하면 주로 기타리스트들이 왼손으로 만들어 내는 소리의 느낌인데요굉장히 프렌치답다 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을 자주 들려주었습니다확실한 건 그런 프렌치 같은 느낌이 장고 라인하르트 (Django Reinhardt)와는 확연히 다른 그만의 스타일 이란 겁니다한동안 그의 이런 손맛에 빠져서 저 역시 그를 흉내 내던 시절이 있었지요일렉트릭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하는 기타인 고딘(Godin) 할로우 바디를 사용하여 다채로운 이펙터를 사용하기도 하고 그만의 개성 있는 톤과 뉘앙스를 들려줬습니다.

 

또한 그는 엄청난 즉흥연주의 대가입니다물론 모든 유명한 재즈 연주자들은 다 놀라운 즉흥연주능력을 갖고 있지만실뱅 뤽은 단순히 재즈라는 틀을 넘어서 순간적으로 가끔씩 예상을 깨고 나오는 연주를 들려주곤 하는데그럴 때마다 남다른 천재성이 느껴지곤 합니다단순히 배우고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닌그 어떤 독특한 것을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할까요? 특히 기타드럼베이스로 이루어진 <Sud> <Trio Sud> 앨범에서는 화려함과 동시에 따뜻하고 감미로운 그만의 개성과 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또한 지칠 줄 모르는 멜로디적 상상력숨막히는 리듬어두운 긴장부터 밝은 평온함까지 적재적소에 다채로운 색깔을 구사하는 화성을 들으면 감탄이 절로 나오곤 합니다그리고 필자 개인적으로 그의 듀오 편성의 앨범들을 무척 좋아합니다듀오 연주를 할 때 그는 상대방의 연주에 맞춰 사려 깊게 반주하고 동시에 리듬 적으로 강하게 에너지를 전달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새로운 세계로 동참하게끔 길을 열어 줍니다아코디언 연주자 리샤르 갈리아노(Richard Galiano)나 트럼페터 스테판 벨몽도 (Stephane Belmondo)와의 듀오 앨범에서 솔로를 할 때 그의 막힘없이 자유로운 연주는 특히 압권으로 다가오죠.

루프등의 이펙터도 매우 멋지게 사용하는 동시에 루프 없이 혼자 무반주로 연주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유롭게 코드와 베이스와 멜로디를 합쳐서 솔로를 만드는 능력을 볼 때필자는 그를 가히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독보적인 역량을 지닌 기타리스트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기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기타도 코드를 다루는 악기라 코드와 솔로를 동시에 혼자 하는 것이 피아노처럼 편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기타는 피아노와 같이 왼손으로 코드를 치고 오른손으로 솔로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왼손으로 모든 현을 다 누르고그것을 오른손으로 퉁겨 소리를 내야 하므로 미리 편곡된 것이 아닌 이상이런 방식의 솔로로 즉흥연주를 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그의 마지막 유작인 솔로 앨범 <Simple Song> 에서는 다른 앨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제 되었지만여전히 자유롭게 화성과 함께 선율과 리듬을 뽑아내는 그의 솔로 연주를 들으실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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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패스(Joe Pass), 얼 클루(Earl Klugh), 마틴 테일러(Martin Taylor), 랄프 타우너(Ralph Towner), 하워드 앨든(Howard Alden), 그리고 젊은 세대 연주자인 파스콸레 그라소 (Pasquale Grasso) 등은 모두 훌륭하고 개성 있는 솔로 즉흥연주의 대가들이지만실뱅 뤽은 그중에서도 가장 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연주를 보여 준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또한 재즈 팬들이 많이 접할 수 있는 미국 출신의 유명한 재즈 기타리스트들과 비교했을 때 실뱅 뤽만의 다른 느낌은 나름 식견있는 재즈 애호가라면 몇 곡만 들어도 아마 “이 사람은 미국 기타리스트는 분명 아닐 것 같다.” 라고 쉬이 짐작하게 만들어 줍니다하지만 동시에 그의 연주엔 전통적인 비밥에서부터 현대 재즈까지의 많은 아이디어가 풍성하게 녹아 있습니다선율리듬하모니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로 말이죠그럼에도 그는 다른 미국 기타리스트들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감성과 느낌을 줍니다재즈라는 술이 실뱅 뤽이라는 오크통에 담겨 발효된 후 새로운 맛을 지닌 술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3-1 트리오 수드의 첫 앨범이자 대표작. 2000년도 발매..jpg

 

 

 

 

6 트리오 수드의 멤버들. 좌로부터).jpg

 

 

그가 생전 비렐리 라그렌리샤르 갈리아노와 같이한 듀오 앨범혹은 드러머 앙드레 세카렐리베이시스트 장 마르크 자페와 함께 한 트리오 서드 (Trio Sud)와 같은 트리오 편성의 음악을 주로 듣다가 한동안 다른 기타리스트들에 빠지기도 했고또 이런 저런 다른 음악들을 찾아 듣다 보니 그의 2010년대 이후 리더 작을 전부 다 듣진 못했었습니다이 추모 칼럼을 쓰면서 뒤늦게 그의 모든 앨범을 한장씩 다 들어 보았습니다퓨전재즈와 프리재즈 스타일의 앨범부터 앰비언트 성향의 앨범팝적인 앨범 그리고 샹송 앨범도 있고 매우 다채로웠습니다개인적으로 그의 모든 음악 스타일을 다 좋아한다고 할 순 없지만한 가지에 얽매이지 않고 참 다양하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는 것을 느꼈고그의 음악적인 아이디어도 그의 연주를 통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것만 같이 들립니다.

   음악가로서 아직 더 많은 활동을 해야 할 나이 대이지만 아쉽게도 그에게 주어진 명()은 여기까지 였습니다그래도 살아있는 기간 동안 많은 동료및 후배 기타리스트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으며아름다운 연주와 음악을 남기고 간 그를 위해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그동안의 멋진 연주와 음악들은 계속 우리 곁에 남아 끊임없이 영감을 전해줄 겁니다. 이제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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