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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첫 등단한 이후 40년 이상 시와 소설을 두루 써오고 있는 장정일 작가가 음악 이야기가 담긴 종류의 여러장르 책들을 직접 읽고서 쓴 서평, 리뷰 혹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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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음악 취향은 : 음반 프로듀서가 들려주는 끌리는 노래의 비밀] - 수전 로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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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음악 취향은 음반 프로듀서가 들려주는 끌리는 노래의 비밀

수전 로저스, 오기 오가스 저/장호연 역 | 에포크 | 20240819| 원서 : This Is What It Sounds Like | 404P

 

 

여기 한 쌍의 쌍둥이가 있다. 똑같은 지능지수를 갖고 있는 두 사람은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런데 입맛과 옷 입기에서부터 좋아하는 문학과 스포츠는 물론 정치관마저 똑같은데 유독 음악에 대한 취향만 극단적으로 다르다면 어떤 까닭에서일까. 신경과학 박사 오기 오가스와 음반프로듀서 출신 심리음향학 박사 수전 로저스가 함께 쓴당신의 음악 취향은(에포크,2024)은 이런 물음에 답하고자 한다(공저라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수전 로저스가 일인칭 서술자로 기술하고 있다).

똑같은 지능을 갖고 똑같은 환경과 교육을 받았는데도, 누구는 정통적(고루한)인 음악을 좋아하고, 누구는 실험적(모험적) 음악을 좋아한다면, 두 사람의 뇌가 각기 다른 보상체계에 더 잘 반응하기 때문이다. 즉 어느 한 사람은 익숙하게 아는 것에서 만족감을 느끼도록 뇌의 보상체계가 구조되어 있고, 그와 다른 사람의 뇌는 모험을 할 때 더 강한 보상체계가 작동하게끔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설명은 젊을 때는 곧잘 신곡이나 새로운 경향의 음악도 선입견 없이 즐기던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예전에 듣던 익숙한 음악만 찾게 되는 현상마저 깔끔히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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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을 즐기는 성향이 뇌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이런 성향은 보통 사춘기에 일어난다. 전두피질(결정을 내리는 일을 하는 뇌의 가장 중요한 부위)이 다 자란 성인들은 대체로 새로운 뭔가를 시도하기에 앞서 신중하게 위험을 가늠하려 한다. 나이가 들어 일과 책임을 떠맡게 되면서 우리는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데 시간과 주의를 덜 쏟는다. 성인이 익숙한 음악을 듣는 것을 즐기면 더 집중해야 하는 일에 인지력을 그만큼 더 쓸 수 있으므로 정신적 자원 할당이라는 면에서 합당하다. 익숙한 음악을 선호하는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모험을 추구하는 뇌를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다.”

예술 분야에 관한 연구는 아주 오랫동안 미학이나 철학 또는 사회학과 문화이론이 독점해왔으나 최근에는 인지과학 또는 뇌과학이 이 분야에 새로운 자원을 보태고 있다. 그 결과 음악 생산자와 소비자를 아우르는 음악계는 다음과 같은 귀중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 세대 동안 과학자들은 우리 인간 종의 DNA 안에 정상적인 뇌의 청사진이 들어 있으며 각 개인의 뇌는 이런 청사진에 따라 모두 표준적 형판의 변이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이런 생각이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다. 인간 뇌의 모든 부분은 저마다 독특하고 예측 불가한 발달의 궤적을 따른다. 그 결과 여러분 뇌에 있는 신경 회로 형태는 그 누구와도 같지 않다. 여러분의 뇌가 반응하여 보상을 얻는 음악의 측면은 다른 이의 뇌와는 다르므로 누군가의 음악 취향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그릇된 생각이다.” 음악 취향을 두고 우월과 열등을 갑론을박해 왔던 지루한 논쟁은 인지과학에 제공한 사실로 막을 내릴 때가 되었다.

 

이 책은, 어느 사람이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또 싫어하고는 그 사람이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나 그가 받은 교육과 상관없으며, 음악 취향은 각자의 뇌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진짜 재미있는 것은 지금부터다. 한 사람의 음악적 취향이 굳건히 형성되는 데에는 뇌에서 진행되는 보상체계 한 가지만으로 되지 않고, 각 개인이 자아를 만족시켜주는 일곱 가지 차원의 선호가 조합되어야 한다. 진정성사실성참신성멜로디가사리듬음색이 그 일곱 가지인데, 이것들은 음악을 듣는 사람의 이상적인 자아상을 수립하게 해준다. “음반이든 연애 상대든 우리는 나를 최고로 나답다고 느끼게 하는 대상과 사랑에 빠진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를 대변한다. 저 일곱 가지 차원이 나의 자아상을 올바로 나타내준다고 생각될 때, 청자는 그 음악에 반응하거나 열광하게 된다. 이때도 각자가 중요시하는 선호는 모두 다르다. 누구는 진정성에 더 매달리고, 누구는 가사에 더 신경을 쓰고, 누구는 리듬에 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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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로저스가 사운드 엔지니어로 참여해 작업한 팝 아티스트 프린스의 커리어 대표걸작들 [Purple Rain] (위), [Sign o' the Time] (아래)

 

두 사람이 똑같은 음악을 듣고도 호오가 갈리는 것은 그 음악이 얼마나 자신의 자아상을 옳게 반영하고 있느냐에 따를 뿐, 다른 이유는 없다. 지은이는 이런 주장을 하면서 자신의 논리는 지금까지 대중문화론이 되풀이해 왔던 설명, 즉 이렇게 반응이 갈리는 주된 이유는 여러분이 받은 음악 훈련의 수준이나 10대에 어울렸던 친구들, 심지어 여러분이 태어난 연도도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쌍둥이가 똑같은 음악을 듣고 호오가 갈라졌다면, 그 이유는 두 사람이 받은 음악 훈련이 각기 달랐거나, 사귄 친구들이 달랐거나, 태어난 연도가 달랐기 때문이 아니다(당연하다!). 모든 조건이 같았는데도 똑같은 음악을 듣고 쌍둥이의 반응이 다른 것은 두 사람이 되고 싶은 자아상이 달랐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한 번은 인지과학, 또 한 번은 자아상을 내세워 사회학이 정립해 놓은 코호트(cohort: 특정한 행동양식 또는 특정한 역사적 경험에 의한 사회화 과정을 거친 연령 집단, 또는 세대) 개념을 물리치는 듯하다. 지은이의 주장에 따르면 김민기의 <아침이슬>을 함께 듣고 공감하는 세대는 허구이며, 너바나의Smells Like Teen Spirit에 열광했던 세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연히 뇌 구조가 비슷한 사람들 혹은 똑같은 자아상을 가진 개인들이 두 노래에 반했던 것일 뿐이다.

 

이 책은 두 가지 재미있는 역설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세상에 이토록 많은 음악이 있는 이유다. 지금까지 무수하게 생겨난 장르로도 모자라 새로운 음악이 끊임없이 분화하며 창조되는 이유는, 한 사람도 같지 않은 인간의 뇌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인간이 뇌가 모두 같다면 한 가지 음악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이 존재하는 이유는 음악 산업 때문이 아니라, 뇌 때문이다. 음악 산업은 뇌에 기생한다. 두 번째는 음악은 이상적인 자아상을 수립하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의 공저자들이나 마찬가지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제각기 대놓고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길티 플레저 리스트를 갖고 있다. 구스타브 융 식으로 말하자면 그 노래들은 이상적 자아에 억눌린 그림자 자아를 나타내준다. 어쩌면 그 표상은 거꾸로가 아닐까? 내가 좋아한다고 공개적으로 떠벌인 구스타프 말러는 이상적이 아니라 전시용 자아, 혼술을 하며 집에서 몰래 듣는 심수봉이 나의 자아상을 더 잘 드러내고 있지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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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도서의 저자 수잔 로저스(Susan Ro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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