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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의 시학] - 애덤 브래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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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의 시학

애덤 브래들리 지음 | 김봉현 , 김경주 옮김 | 글항아리 | 20170313일 출간 |330P

 

 

 랩을 시와 비교하는 논의는 흔하다. 애덤 브래들리의힙합의 시학(글항아리,2017)도 그 논의에 뛰어든 책인데, 지은이는 랩의 시학적 특질을 밝히는 것을 넘어, 랩을 사망한 현대시를 다시 부활시키고 있는 새로운 현대시로 자리매김한다. “랩은 새로운 세대의 음악이지만 동시에 고전적인 시이기도 하다.” 시와 랩을 동일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둘 다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언어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시만이 아니다. 예컨대 소설이나 에세이도 전달할 메시지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도 랩을 소설이나 에세이와 동일시하지는 않는다.

 

랩을 그 많은 언어 예술 가운데 굳이 시와 동일시하게 된 데에는, 시가 원래 언어보다는 리듬으로부터 생겨났기 때문이다. 보통 언어가 먼저 있고 그 다음에 시가 읊어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하바드 대학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고 콜로라도 대학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지은이는 고대 조상들은 언어가 생기기 이전에 신음이나 탄성 같은 것을 이용하여 시 비슷한 것을 읊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시는 언어가 아닌 리듬에서 탄생했다.

랩만 아니라 대개의 대중음악은 리듬에 가사를 실어 나르며, 어떤 가사들은 시와 똑같은 대접을 받는다. 201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전 세계에는 음유시인이라고 불리는 숱한 대중가수가 있다. 하지만 리듬이라는 절대적인 공통요소만 고려할 때, 랩은 그 어느 대중음악의 가사보다 더 시에 가깝다. 간단히 말해, 랩 구절은 음악 속에 알맞게 갖춰진 리듬 형식의 산물이다. 어빙 벌린, 존 레넌, 스티비 원더 등 위대한 팝 작사가들은 가사를 쓸 때 리듬뿐 아니라 멜로디와 화성에도 신경을 쓴다. 그러나 엠시들은 이러한 가사를 쓸 때 기본적으로 비트만을 염두에 둔다.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는 엠시들이 대부분의 싱어송라이터와 달리 시인과 닮아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들처럼 래퍼들 역시 마음속에 비트를 품고 가사를 적는다. 여백을 긍정하고 비트와 보조를 맞추는 랩의 특성은 언어의 시적 정체성을 중시한다.”

 

랩이 있기 전에, 아프리카 이주민은 소외된 자신들의 삶을 표현하는 다양한 구술 전통을 갖고 있었다. 랩의 특징으로 인정되는 모욕주기, 허세, 달변, 잘난 척, 말장난과 같은 기술은 흑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해온 구두 표현의 연장이다. 하지만 랩은 박자에 맞춰 말하기 시작한 뒤에야 겨우 생겨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테면 위대한 복서이자 링위의 시인혹은 떠벌이로 불렸던 무하마드 알리는 힙합이 탄생하기 이전에 이미 빼어난 라임과 워드플레이를 선보인 인물이지만 사실 그는 박자에 대고 말을 읊은 것은 없었다. 랩이 미국 흑인의 구전 전통에 가장 놀랄 만한 기여를 한 것은, 아니 실제로 미국 문화 전체에 기여한 것은 이러한 리듬의 섬세함이다 랩은 박자를 겉으로 표현했고, 문학을 리듬에 실었다.”

랩은 두 대의 턴테이블과 하나의 마이크로 출발했다. 1970년대 중반, 파티의 흥을 끌어올릴 새로운 방법을 찿던 뉴욕의 디제이들은 노래 사이에 또 다른 노래를 즉흥적으로 연주하기 시작했고, 디제이가 음악을 트는 동안 래퍼가 진행자로서 보조역할을 맡아 여흥구를 지르거나 간단한 가사를 흥얼거리는 것에서 랩이 탄생했다. 초기의 랩은 힙합의 선구자 디제이 할리우드의 그것처럼 리듬에 맞춰 라임을 이루는 가사만 있으면 족했고, 때로는 자장가처럼 읽혔다. 하지만 위대한 예술은 발명과 개선으로 이루어진다. 랩의 초기 히트작은 아직 발명 중에 있는 랩의 시학을 보여주었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형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슈거힐 갱의 <Rapper’s delight>(1979)가 좋은 예다.”

 

 

초기 힙합 신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 선구적 인물 KRS-One.jpg

 

 

랩의 시작은 보잘 것 없었으나 끝은 창대했다. 이미 많은 이들이 그 이유를 분석한 바, 지은이의 설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랩은 그간 미국에서 소외받아온 불경하고 자기주장 강한 흑인들에게 비로소 목소리를 안겨주었는데, 곧이어 이 양식은 억압받는 모든 이들에게 퍼져나갔다. 사우스 브롱크스 출신의 전설적인 래퍼 케이알에스-Krs-One이 말한다. “랩은 현실에서 억압받던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선택한 마지막 수단이었다.”

 

랩을 현대의 시라고 떠받드는 지은이에게 랩 가사에 넘쳐나는 성차별, 동성애 혐오, 폭력예찬은 설명하기 난처하다. 지은이는 노터리어스 비아이지의 새 앨범 Ready to die(1994)를 듣고 있는 그에게 애덤, 넌 이걸 왜 좋아해?”라고 추궁하는 여자 친구에게, “비기가 뭘 말하는지 대신 어떻게 말하는지에 주목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건 그냥 가사일 뿐이라고!”라는 대답 밖에 하지 못한다. 랩 가사가 표출하는 온갖 폭력성을 정치적 올바름으로 단죄하기는 쉽다. 때문에 지은이는 이런 부분에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라고 말하면서도, 랩이 길거리의 언어이며, “‘금기 표현역시 랩에서는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랩 가사를 지탱하는 잘난 척(swag)과 래퍼들의 설전(signifying)은 랩이 일인칭 곧 에 집착하는 음악이라는 특성과, 몇 세기를 거쳐 흑인들의 표현 문화가 설전을 통해 발전해왔다는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또 랩에서는 직유가 은유보다 수적으로 우월하다는 가설도 유용하다. 은유는 내재적 형태이므로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주체(래퍼)로부터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린다. 그런 오해를 차단하기 위해 래퍼는 은유보다 직유를 선호하는데, 바로 이 때문에 랩 가사는 더욱 위협적이고 융통성 없이 들린다. 그러나 힙합 문화 속의 여러 폭력성은 미국 사회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 흑인 남성의 무기력함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 때문에 래퍼들이 종종 자연인으로서의 자신과 다른 대체적 자아를 통해 훨씬 더 목소리를 낸다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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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나이에 총격으로 사망한 힙합/래퍼 노터리어스 비아지(Notorious B.I.G)  

 

 

랩은 시 문학을 대신할 수 있을까? 지은이는 현대시가 퇴조한 까닭으로 리듬 요소의 약화를 꼽는다. 자유시를 쓰는 많은 시인 역시 여전히 리듬을 고민하며 자신의 시에 리듬 요소를 불어 넣기는 하지만, 규칙적인 운율 패턴을 외면하고 때로는 라임도 거부하면서 시는 대중성을 상당히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대시가 추상과 관념의 영역에 깊숙이 빠져든 것을 보태야 한다. 영국의 시인이자 소설가, 극작가인 에이드리언 미첼은 이렇게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를 외면한다. 대부분의 시가 사람들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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