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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숍] - 레이첼 조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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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0308일 출간 | 448P

 

 

 20대 독신 직장 여성의 성공과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소설을 칙릿(chick-lit)이라고 한다. 칙릿은 젊은 여성을 뜻하는 칙(chick)과 문학(literature)의 합성어다. 이것의 남성판이 래드릿(lad-lit) 혹은 딕릿(dick-lit)이다. lad사내아이를 뜻하는 말이니 chick과 크게 용법이 다르지 않다. 그런데 dick은 좀 복합적이다. 이 단어는 페니스를 가리키는 속어로 왕성하게 사용되지만, 얼간이아무것도 아님, 쓸모없음빈둥거리다라는 뜻으로도 활용된다. 칙릿의 여주인공들이 승부욕과 활기를 갖춘 반면, 래드릿의 남자주인공 대부분은 사회부적응자다딕릿에는 이 없다.

 

원제가 ‘The Music Shop’인 레이철 조이스의 뮤직 숍(밝은세상, 2021)은 전형적인 래드릿이다. 주인공 프랭크는 도시 재개발 구역인 유니티스트리트에 14년째 작은 음반 가게를 하고 있다. 그가 처음 음반 가게를 차렸을 때는 LP의 전성기였지만, 이 소설의 시간적 무대가 되는 1988년은 CD가 막 생산되기 시작했을 때다. LP에서 CD로의 전환이 음악 애호가나 소비자의 환호 속에 순조롭게 이루어졌을 것 같지만, 이 소설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로지 LP만을 고집하면서 자신의 가게에 끝내 CD를 들여 놓지 않았던 프랭크와 같은 저항자들이 은근히 많았던 것이다. 대형 음반사들은 이런 고집쟁이들을 길들이기 위해 여러 가지 강압 수단을 썼다. 그들은 프랭크와 같은 음반 가게에는 홍보용 티셔츠, 포스터, 공연 티켓, 음반 끼워 주기 등등의 판매 이벤트를 일절 제공하지 않았다.

하나둘 씩 무릎을 꿇은 것은 LP를 고집했던 음반 가게였다. 대형 음반사들은 새 앨범을 CD로만 출시함으로써, 프랭크와 같은 저항자들은 신기술이라는 대세를 따르거나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CD가 최후의 승자가 되었을까? 아니다. 1990년대 초반 CD에 밀려 생산이 끊기다시피 했던 LP 생산과 수요가 새롭게 되살아나기 시작했고, 현재는 CD가 고사 할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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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소리가 좋은 줄은 알지만, 오랫동안 CD에 익숙해져버린 사람에게는 LP를 작동시키는 것이 번거롭다. 하지만 음악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엘피판으로 들어야죠.”라고 말하는 프랭크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번거로움마저도 감미롭다. “나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음악이 좋아요. 엘피판은 세심하게 신경 써주어야 깊고 그윽한 음질로 보답하죠. 우리의 삶에 음악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요. 삶을 축복해 주는 음악을 들으려면 기꺼이 그 정도 수고쯤은 감수해야죠.” LP붐과 함께 라이선스LP 연대기:비틀스에서 딥 퍼플까지, 퀸에서 너바나까지 - 입문자와 수집가 모두를 위한 한국 라이선스 LP의 모든 것(서해문집,2021), LP로 듣는 클래식(,2020),레코드의 비밀 - 클래식 LP 제대로 듣기(앨피,2016),대중가요 LP 가이드북(안나푸르나,2014) 같은 책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CD에 맞서 LP 음반을 지키려고 분투하는 프랭크의 모습과 그가 유니티스트리트 상가의 여러 입주자들을 규합하여 이 지역을 재개발하려는 부동산 업자와 싸우는 모습은 동전의 양면이다. 그는 기술과 이윤이 지배하는 현실에 대항하여 쓰러져가는 인간적 세계를 지키려고 한다. 그런 뜻에서 그는 사회부적응자고, 몽상가며. 이상주의자다. 두 개의 전선에서 패배한 그는 한때 노숙자 신분으로 추락하게 된다. 그러나 래드릿은 그처럼 잔혹한 장르가 아니다. 프랭크는 이 소설의 결말에 이르러 해피 엔드를 되찾게 된다.

 

프랭크의 음반 가게는 단순히 음반만 파는 가게가 아니었다. 음반 가게에는 언제나 손님들이 많았다. 프랭크는 울화가 치밀어 맘껏 소리를 지르고 싶거나 눈물을 펑펑 흘리며 하소연하고 싶은 사연이 있는 사람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기꺼이 어깨를 빌려주었다. 음반 가게를 찾는 단골손님들 중에는 거식증을 앓는 여자, 미혼모, 남편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아내도 있었다. 프랭크는 그런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한편 위안이 되는 음악을 찾아주기 위해 애썼다.” 프랭크는 음악치료사 역할을 겸했다.

그가 음악을 듣는 방식,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 그리고 가게에 음만을 진열하는 방식은 독특했다. 그는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옆에 비치 보이스의 펫 사운즈, 비발디의 사계곁에 데이비드 보위의 지기 스타더스트, ABC더 렉시콘 오브 러브, 존 콜트레인의 어 러브 슈프림을 비치 해 놓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베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에 이어 데프 레퍼트를, 쇼스타코비치에 이어 마일스 데이비스의 비치스 브루를 들려주었고, 빌 에반스의 월츠 포 데비와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찬송가 음반, 푸치니의 토스카와 제임스 브라운, 레드 제플린 음반을 함께 챙겨 주었다.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음악의 본질과 즐거움을 찾는 것. 이것은 어머니 페그가 아들 프랭크에게 물려준 준 유산이다.

어느 날 마흔 살 난 독신인 프랭크 앞에 일사 브로우크만이라는 여자가 나타난다. 이제 서른 살인 그녀는 녹색 코트를 입고 녹색 핸드백을 들었으며, 항상 장갑을 끼고 있다. 그녀는 손가락 관절염으로 바이올린 연주를 접은 베를린 필하모닉 소속 바이올리니스트다. 그녀는 음악을 그만 두게 된 충격으로 음악을 멀리했다가, 프랭크의 음반 가게를 우연히 들리게 되면서 다시 음악을 듣게 된다. 브로우크만은 자신에게 음악을 되찾아준 프랭크에게 구혼을 하지만 그는 그녀의 구혼을 거절한다. “나는 사랑을 못해요.”

사랑을 믿지 않았던 페그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사랑을 멀리하라고 가르쳤다. 대신 어머니는 바닷가 하얀 집에서 아들에게 음악의 즐거움을 가르쳐 주었다. 아버지 없이 자란 프랭크는 어머니가 바닷가 저택으로 데려온 여러 남자들에게서 아버지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어린 아들이 가졌을 법한 오디푸스 콤플렉스가 교란되었다(나의 적은 누구인가?). 게다가 어머니는 아들의 첫사랑을 방해했다. 그 결과 프랭크는 이 없는 남자가 되었다. 브로우크만은 프랭크가 행복하게 회상하는 백색 기억을 녹색으로 물들일 수 있을까? 평범한 래드릿이지만 심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세부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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