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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슬림 래퍼다] - 압드 알 말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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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슬림 래퍼다 ; 힙합이 구원한 한 갱스터의 삶

압드 알 말리크 지음 | 김두완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02월 07일 출간 | 240P

 

『인생 수정』(은행나무,2012)이라는 소설이 우리말로 번역되어 있기도 한 미국의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은 래퍼를 ‘현대의 보들레르’라고 표현했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프레드 사사키와 돈 셰어가 함께 엮은『누가 시를 읽는가』(봄날의책,2019)에 한 편의 글을 실은 대중음악 평론가 롭 케너는 “랩의 정수는 비밀리에 배포되는 시다.”라면서 “생의 무질서를 언어로 조형해내고, 그 말의 모자이크를 율동적인 모형에 맞춰 넣으려는 이 욕구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적인 일부분이다. 결국, 미국 래퍼인 나스는 호메로스와 똑같은 일을 한다. 리라 대신 빠른 비트에 운을 맞춘다고 해서 한쪽을 실격이라고 선고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똑같은 책에 한 편의 글을 보탰던 힙합 가수 체 ‘라임페스트’ 스미스는 자신을 래퍼로 이끌었던 환경과 랩에서 말하기 혹은 가사 쓰기가 가진 의미를 이렇게 적었다.

 

“나는 힙합이 쓴 시다. 나는 부모님이 살아온 시적 삶에서 태어났고, 비극적인 도시에서 자랐다. 내 이야기는 시카고 사우스 사이드 구역의 무너진 사회기반시설 밑에서 펼쳐진다. 나는 어디서든 글자를 발견해내고는 자석처럼 이끌렸다. 사실 그때 몰두했던 것을 청소년 시라고 부른 적은 없다. 내 동네에서는 힙합이라고 불렀으니까. 랩은 십대였던 나의 분노가 폭력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배출시켜주는 통로가 되었다. 나는 결국 고등학교를 자퇴했고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다. 내게 꾸준했던 건 말밖에 없다. 말은 내가 가진 막강한 힘이다. 나는 말로 치유하고, 말로 짓는다. 힙합을 온 세계의 시와 이었으면 좋겠다.”

 

콩고에서 프랑스로 건너온 아프리카계 프랑스 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압드 알 말리크(Abd Al Malik) 도 미국의 흑인 래퍼들이 놓여 있었던 것과 똑같은 환경과 표현 욕구에 의해 래퍼가 되었다. 그가 쓴 자서전『나는 무슬림 래퍼다』(글항아리,2019)는 빈민가에서 자란 흑인 청소년이 어떻게 랩에 매료되는지, 그리고 이런 책을 통해서가 아니라면 굳이 한국인이 흥미를 기울이지 않을 아프리카계 프랑스인의 삶을 엿보게 해준다.

 

압드 알 말리크는 세 아이를 낳고 가정을 버린 무책임한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와 함께 스트라스부르 교외 남부에 위치한 뇌오프에서 줄곧 자랐다. 2만 명이 넘는 인구가 다문화의 모자이크를 형성하고 있는 뇌오프는 저가 임대 아파트 단지(habitation à loyer modéré)로 유명한데, 이곳의 주민들은 저가 임대 아파트 단지 첫머리 HLM을 ‘손 들어!(Haut les mains!)’의 약칭으로 읽는다. 실업률이 높고 극빈자가 많아서 그만큼 범죄가 많고 치안이 불안정한 지역이다.

 

빈민촌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어쩔 수 없이 자립이라는 벼랑으로 내몰린다. 압드 알 말리크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여덟아홉 살부터 소위 ‘어리석은 짓’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슈퍼마켓 통로 모퉁이에서 사탕을 훔쳤다. 그다음에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구역에서 빈 집을 털었고, 그 다음 단계로는 수영장으로 가는 길목에 지키고 있다가 또래의 백인 아이들의 옷과 용돈을 빼앗았다. “이 모든 행위가 집단 주택지의 또래들 사이에 정말 흔한 일이었기에 우리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뇌오프는 구역 전체가 “소매치기 양성소”였고, “열두살 때부터 생활비”(29쪽)를 벌었다. 보통 세 명으로 구성되는 어린 소매치기들은 대중교통 안이나,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주변의 관광지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지갑을 털었다. 압드 알 말리크와 처음 이 일을 시작한 신출내기 3인조는 하루에 500~1000 프랑을 벌었고, 당연히 다른 업종(범죄)으로도 발을 넓혔다.

 

압드 알 말리크의 경우가 특별했던 것은, 뛰어난 학업 성적으로 빈민촌 구역의 흑인이 결코 진학할 수 없는 사립 중학교와 스트라스부르 최고의 명문인 노트르담 고등학교로 진학했다는 것이다. 두 학교에서 유일한 흑인이었던 그는 “이중생활”을 계속했다. 나이키 한 켤레가 700프랑일 때, 열네다섯 살짜리 동료로 이루어진 3인조 소매치기단은 하루에 1만 프랑을 넘게 벌었다. “가장 귀찮았던 건 전혀 필요 없는 용돈을 어머니에게 달라고 해야 할 때였다.” 고등학생이 되어 마약 판매에까지 손을 댄 그는 스트라스부르 인문대학 고전학부에 입학하기 직전에야 각종 범죄에서 손을 씻었다.

 

빈민촌에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청소년이 범죄에 빠져드는 것을 가리켜 압드 알 말리크는 “집단 주택지의 결정론”이라고 말한다. “이런 혼돈 속에서 지금의 젊은 세대가 탄생했다. 이 세대는 알아서 스스로를 책임져야 했다. 이런 폭력이 지속적으로 야기한 유일한 결과는, 그런 사람들에게 질서를 정리하도록 맡긴 사회를 향해 분노하는 젊은이들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압드 알 말리크를 범죄에서 건져 올린 것은, 저명한 미국의 흑인 무슬림이자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맬컴 엑스(Malcom –X)다. 압드 알 말리크는 대대로 가톨릭 신앙을 이어온 집안에서 태어나 세례를 받고 소년 성가대원으로 예배 중에 성서를 읽는 역할을 하기도 했으나, 같은 힙합 뮤지션이자 자신의 형인 빌랄(Bilal)의 개종과 맬컴 엑스의 영향으로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이슬람으로 개종을 했다. - 미국 출신의 힙합 뮤지션 빌랄과는 동명이인이다 - 이처럼 이슬람 문화권에서 태어나지 않았던 미국과 유럽의 흑인 청년들이 서구 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든 장애와 금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슬람으로 개종하게 되는 이유는 “인종 차별을 모르는 유일한 종교가 이슬람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사항이 궁금한 독자에게 알렉스 헤일리의『말콤 엑스』(창작과비평사,1978)를 비롯한, 그에 대한 여러 전기를 권한다. 무슬림과 랩은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랩의 본고장인 미국의 랩도 이슬람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빅 대디 케인ㆍ라킴ㆍ스페셜 에드 등의 많은 미국 래퍼들이 자신의 음악에 이슬람교의 매력과 영적인 표현을 담고 있다.

 

1988년, 압드 알 말리크는 형제인 빌랄이 만든 랩 그룹 뉴 아프리칸 포에츠(New Africam Poets,NAP)에서 활동했다. 이 랩 그룹의 이름에 ‘시인들’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우리에게 랩이란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자 카타르시스였다.”고 말하는 그는 “랩이 가치와 특징은 무엇보다도 사회적인 목소리를 담은 시라고 할 수 있는 가사에 있다.”라고 강조하는 것으로, 조너선 프랜즌의 말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래퍼 압드 알 말리크.jpg

 

압드 알 말릭(Abd Al Malik) :  

래퍼이자 작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1975년 파리에서 콩고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988년 힙합 뮤지션 그룹 NAP를 결성하고, 2004년 솔로 데뷔 앨범 《마음과 마음이 마주하다》를 냈다. 2007년 두 번째 앨범 《지브롤터》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힙합과 샹송 등을 포괄하는 음악적 스펙트럼으로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동시에 얻어냈다. 2008년 ‘프랑스의 그래미’라 불리는 ‘빅투아 드 라 뮤지크’에서 ‘올해의 남자 가수’로 선정되고, 정부로부터 ‘문화 예술 공로 훈장’을 받았다. 또한 꾸준히 책을 집필하면서 작가로서의 역량도 과시했다. 자서전 『나는 무슬림 래퍼다』(원제 『프랑스에 축복을Qu’Allah benisse la France』)를 시작으로 『최후의 프랑스인』 『교외의 싸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카뮈, 저항의 기술』 등을 썼다. 자서전의 내용을 바탕으로 압드 알 말리크가 감독한 동명의 영화는 토론토 국제 영화 페스티벌에서 ‘국제 비평가 협회상’ 디스커버리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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