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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스윙, 비밥, 이후 5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하드 밥 시대까지 잘 알려진 재즈 명반들 외에 현 시대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음악적 스타일과 연주를 담은 작품들을 찾아서 조명하고 해당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시각으로 이야기 해보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는 코너. 참여 필자 - 편집장 김희준, 기타리스트 정수욱, 칼럼니스트 황덕호

Johnk

⚡'동시대 첨단 음악가가 들려주는 전통적 재즈미학' [Real Book] - 스티브 스왈로우(Steve Swallow)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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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 Swallow (스티브 스왈로우)

<Real Book>

XtraWATT/7, XtraWATT ‎– 521 637-2

 

Steve Swallow - 5 string bass guitar

Tom Harrell - trumpet, flugelhorn

Joe Lovano - tenor saxophone

Mulgrew Miller - piano

Jack DeJohnette - drums

 

1.Bite Your Grandmother

2.Second Handy Motion

3.Wrong Together

4.Outfits

5.Thinking Out Loud

6.Let's Eat

7.Better Times

8.Willow

9.Muddy in the Bank

10.Ponytail

 

Recorded and mixed at Grog Kill Studio, Willow, New York, December 1993

Mastered at Sterling Sound

 

 

‘동시대 첨단 음악가가 들려주는 전통적 재즈미학’

 

‘리얼 북(Real Book)’이라는 ‘재즈 교재’가 있습니다. 재즈 뮤지션(외에도 일반적인 취미로 배우는 사람들)에게 재즈를 배우는 가장 중요한 레퍼토리 책으로 정평이 나 있죠. 멜로디와 코드등 최소한의 정보만 담긴 한두 페이지짜리 악보를 ‘리드시트(Lead Sheet)’라고 하는데, 이런 형태로 500여곡의 스탠더드들과 재즈 오리지널 작품들이 여기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곡들은 재즈 뮤지션들에게 이른바 ‘레고 블록들’이죠. 그러니까 재즈의 언어와 소통, 창의적 표현법등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직도 여전히, 이 ‘리얼 북’에 담긴 곡들을 분석하고 연주하고 사랑하면서 배우게 된다는 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자 많은 사람들도 동의하는 의견일 겁니다. 사실 이 책은 1970년대 초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에서 음악을 가르치던 베이시스트 스티브 스왈로우 (Steve Swallow)와 팻 메시니(Pat Metheny)등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게 ‘정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4년에 스티브 스왈로우는 이 책의 이름을 그대로 타이틀로 딴 같은 이름의 리더 앨범을 발매합니다. 심지어 앨범 표지에 이 ‘리얼 북’의 표지와 상징적인 커피 흘린 자국까지 그대로 옮겨놓기까지 했는데, 이런 점 외에 음악으로도 스티브 스왈로우의 중요한 음악적 의미와 메세지가 명확하게 담긴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물론, 그는 평소 뛰어난 유머 감각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기도 하죠. 그의 작품들과 그 타이틀 속에 수많은 해학과 풍자를 숨겨두기로 유명합니다.)     

 

앨범의 라인업은 나름 화려합니다. 트럼펫과 플루겔 혼에는 탁월한 톤과 깔끔한 솔로로 유명한 톰 해럴(Tom Harrell), 테너 색소폰에는 거장 조 로바노(Joe Lovano), 피아노에는 로버트 글래스퍼의 스승으로 2013년에 작고하신 멀그루 밀러(Mulgrew Miller), 그리고 두 말이 필요없는 레전드 드러머 잭 디조넷(Jack Dejohnette)이 참여합니다. 이 앨범은 전형적인 하드 밥 퀸텟(혼악기 2명과 피아노 트리오의 형태) 스타일의 음악으로 90년대 메인스트림 재즈가 다시 잠깐의 중흥기를 보내던 시절 만들어졌던 숨은 명작 중 하나입니다. 스티브 스왈로우가 당시 하드 밥 스타일의 재즈 퀸텟 앨범을 발매한 건 사실 조금은 이례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앨범의 음악들은 전혀 흠잡을 데 없는 최고의 연주와 작곡을 들을 수 있는 명반이라고 봐도 전혀 어색함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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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이 발매 된 90년대 당시는, 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이 80년대 퓨전의 격랑(?)에서 빠져나와 실신 일보 직전의 전통적인 재즈를 구해보려고 하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버브나 블루노트 같은 레이블들에서 ‘스트레이트 어헤드(Straight Ahead)’ 한 성향의 재즈 앨범들을 다시금 풀어내기 시작했죠(조금씩이나마 이 음악들이 다시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런 영향으로 스티브 스왈로우도 자신의 곡들을 그런 ‘정통’ 재즈적인 사운드와 구성으로 한번 풀어보려 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장르 자체에 관한 타협이라기 보단, 스타일의 역전환 같은 그런 발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가 이전까지 작곡해왔던 ‘비교적 전통적이지 않은 곡’들을 늘 해오던 모던한 해석보다는 ‘진짜 하드 밥 재즈’의 구성으로 몰아가는 그런 방식 말이죠.

 

‘Bite Your Grandmother’라는 재미난 타이틀로 시작하는 첫 곡의 형식은 32마디 리듬 체인지 형식 입니다. 블루스 형식과 더불어 비밥과 모던 재즈의 상징적 곡 형식으로 빠른 템포로 연주됩니다. 잭 디조넷의 드럼 솔로 인트로 다음 바로 전개되는 각진 더블 멜로디라인과 에너지가 절도 있게 연주됩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트랙은 메신저 스타일의 하드 밥 넘버를 연상시키는 헤드 멜로디로 이어지며, 이어 멀그루 밀러의 피아노 솔로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세 번째 트랙은 베이스의 하이포지션 멜로디가 인상적인 발라드로 다소 기어를 낮춥니다. ‘Wrong Together’라는 타이틀도 유명한 스탠더드 넘버를 연상시키죠. 이렇듯 이 앨범은 전형적인 ‘재즈 음반’의 몇 가지 특징들을 능숙하게 ‘흉내’ 내고 있습니다. 또한 곡들의 러닝 타임들이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LP시대에서 CD시대로 넘어 오면서 긴 러닝타임을 가진 트랙들이 좀 더 많아졌지만, 이 앨범의 연주들은 마치 이전 시대의 재즈앨범들 처럼, 약간 아쉬울 만큼 짧은 솔로 코러스들을 연주했습니다. 이렇게 짧아진 러닝 타임들은 이전 레코드 시대의 풍미를 느끼게 해줄 만큼 복고적인 뉘앙스가 있습니다. 또, 앨범의 모든 곡 타이틀들은 마치 리얼 북 수록곡들의 ‘아우라’가 느껴지죠. 이 앨범 라이너 속지는 실제 ‘리얼 북’인 양, 전곡의 리드시트들이 수록 되어있는 책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악보의 사보는 오리지널 리얼 북의 사보를 담당했던 같은 버클리 음대 기보법 교수였던 스튜 발콤이라는 분이 직접 했다고 크레딧에 올라와 있습니다. (음반을 구입하지 않으면 확인할 수 없는 좋은 자료들이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 예일대학에서 작곡을 공부하던 스티브 스왈로우는, 60년대 기타리스트 짐 홀(Jim Hall)과 함께한 트럼페터 아트 파머의 쿼텟, 재즈 바이브라폰 레전드 게리 버튼과 함께한 스탠 겟츠 쿼텟에서 중요한 ‘어쿠스틱’ 재즈 베이스 주자로 활동했고, 모던 프리 재즈의 가장 중요한 연주자중 하나인 클라리넷 연주자 지미 주프리(Jimmy Guiffre)와 피아니스트 폴 블레이(Paul Bley) 등과의 트리오(이 프로젝트의 음반들은 후에 ECM에서 재발매 되었습니다) 에도 참여하게 됩니다.

 

이후 게리 버튼과 함께 스탠 겟츠 밴드를 나와 어쿠스틱에서 일렉트릭 베이스로 전환하고는 새로운 형태의 재즈에 깊게 빠져 들었다고 합니다. 비밥과 하드 밥의 체계를 구성삼고 재즈 이외의 음악 장르들을 독특하게 섞은 팔레트를 선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와 더불어 게리 버튼, 칼라 블레이, 팻 메시니 , 스티브 쿤같은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며 작곡가로서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또한 80년대 부인 칼라 블레이와 자신의 레이블 Watt/ECM을 통해 여러 퓨전 음악들까지 두루 시도하다 리더작 <Swallow> (1991, Watt/ECM)”를 기점으로 좀 더 일관되고 정리된 행보를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국내에선 별로 회자되지 않았지만 스티브 스왈로우의 일렉트릭 베이스 스타일은 매우 독특합니다. 피크를 사용해 높은 피치의 5현 일렉트릭 재즈 베이스를 연주하는 베이시스트는 예나 지금이나 흔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자코 같은 플랫리스 계열도 아니고, 핑거 주법도 아닌 ‘기타 피크’를 사용해 매우 특이한 스타일로 연주합니다. 그 덕에 자신만의 리드믹한 프레이징이 가능해진 면이 있죠.

 

통상적으로 재즈 베이시스트들에게 일렉트릭 베이스 기타는 어색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렉 베이스’는 다분히 ‘악세사리’ 같은, 또,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되는 경우도 왕왕 있죠. 재즈 음악 자체가 역사적으로도 확고한 어쿠스틱 악기들의 ‘구역’으로 인식 되어왔고, 팝 음악의 주요 도구인 ‘전자악기들 따위’가 감히 넘어올 영역은 아니라는 것이 아직도 어느 정도는 유효한 ‘보편적 ‘상식이자 편견’ 같은 것이었죠. 하지만 필자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이건 단지 시대적인 인식의 제한적 한계일 뿐이지 ‘어떤 악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악기를 사용하든 간에 ‘어떤 음악’을 만들어 내느냐가 그 음악가와 그가 정한 음악의 진정한 가치인 것은 시대를 초월한 변함없는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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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쿠스틱 더블베이스와 일렉트릭 베이스 기타, 두 악기는 많은 영역에서 같은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지만, 음악적으로 완벽하게 다른 악기로 볼 수도 있습니다. 재즈에서 어쿠스틱 베이스는 현악기중 가장 낮은 음역대를 담당하지만, 실제로는 드럼과 같은 리듬 계열의 악기이기도 합니다. 일렉트릭 베이스는 일렉트릭 기타의 음역을 낮춘 개념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스티브 스왈로우는 거기에 ‘피크’를 이용해 연주하다 보니, 선율과 리듬악기로서의 특징까지 두루 가지게 됩니다. 스티브 스왈로우도 아마 이런 점에 이끌려 악기를 바꾼 모양입니다. 어쿠스틱 베이스의 긴 릴리스 타임은 상대적으로 짧은 일렉트릭 베이스와는 전혀 다른 음악적 아티큘레이션을 가지기 때문에 다른 음악적 스타일로 변하기가 그리 용이하지 않습니다. 물론, 재즈 장르에서 이런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일렉트릭 베이스로 인해 역할을 더 넓힐 수 있게 된 면은 분명히 있죠.

 

하지만, 이 앨범 리얼 북을 포함해 그의 다른 전통적인 재즈 앨범들을 듣다보면 그의 이 독특한 재즈 일렉트릭 베이스 스타일이 전혀 이질적으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의 솔로라인들에서는 둥글고 따듯하며 독특한 일렉트릭 베이스 사운드는 전통적인 어쿠스틱 베이스만큼이나 큰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피크를 이용해 연주하는 리드믹한 사운드를 만들어 내다보니 워킹베이스 라인보다는 발라드나 스윙리듬이 아닌 계열을 곡들에서 그의 특징을 종종 만나기도 합니다. 이 주법은 기타리스트 짐 홀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특히 두꺼운 피크로 솔리드바디 악기를 연주 할 때 생기는 공명의 묘한 단순함과 투박함은 함께 연주하는 다른 연주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죠. 스티브 스왈로우가 오랜 파트너인 기타리스트 존 스코필드와 함께한 트리오 연주를 듣다보면, 이 특징을 더욱 더 선명히 느끼게 되죠

 

이 앨범 이 후, 그는 이어서 하드 밥적인 성격의 리더작들을 몇 장 발표했습니다. 스탠더드 코드진행들을 가져와 그 위에 새로 곡을 써서 만들어낸 <Deconstructed> (1997, Watt/ECM), 런던의 재즈 클럽 로니 스콧의 실황 연주앨범 <Always Pack Your Uniform On Top> (1999, Watt/ECM) 그리고 색소포니스트 크리스 포터, 드러머 아담 나스바움과의 트리오 라이브 앨범 <Damaged In Transit> (2003, Watt/ECM) 등도 전통적인 성향의 음악들을 아주 잘 경험할 수 있는 준수한 작품들입니다.

 

글/재즈기타리스트  정수욱

 

* ‘리얼북’ 이란 이름 역시 ‘페이크 북’들을 반어적인 의미를 담아 표현한 건데, 당시 재즈 뮤지션들은 웨딩이나 기타 행사 공연때 필요한 레퍼토리들을 짧고 간결하게 담은 악보집들을 이용하곤 했습니다. ‘진짜 원곡’의 편곡들을 간략하게 줄여서 ‘페이킹 Faking’한 악보집들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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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리얼 북의 6번째 개정판 표지    

 

리얼북 교재 6번째 개정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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