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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스윙, 비밥, 이후 5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하드 밥 시대까지 잘 알려진 재즈 명반들 외에 현 시대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음악적 스타일과 연주를 담은 작품들을 찾아서 조명하고 해당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시각으로 이야기 해보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는 코너. 참여 필자 - 편집장 김희준, 기타리스트 정수욱, 칼럼니스트 황덕호

Johnk

⚡프리재즈에 깃든 고귀한 분노, 저항정신 [Liberation Music Orchestra] - 찰리 헤이든(Charlie Haden)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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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헤이든 & 리버레이션 뮤직 오케스트라

(Charlie Haden & Liberation Music Orchestra)

 

Charlie Haden    <Liberation Music Orchestra>

Impulse! AS-9183

 

녹음 : 1969년 4월 발매 : 1970년 1월

 

Perry Robinson : clarinet

Gato Barbieri : tenor saxophone, clarinet

Dewey Redman : alto saxophone, tenor saxophone

Don Cherry : cornet, flute, Indian wood & bamboo flutes (3,5)

Michael Mantler : trumpet

Roswell Rudd : trombone

Bob Northern : French horn, hand wood blocks, crow call, bells, military whistle

Howard Johnson : tuba

Sam Brown : Guitar, Tanganyikan guitar, thumb piano (1,3-7)

Carla Bley : piano, tambourine

Charlie Haden : bass

Paul Motian : drums, percussion

Andrew Cyrille : drums, percussion (8)

Composition & Arrangement by Carla Bley

 

 

 

프리 재즈에 깃든 고귀한 분노, 저항정신

 

언젠가 찰리 헤이든이 과거 인터뷰에서 기자의 질문에 이런 답을 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무척 오래전이라 당시 기자의 질문이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걸로 추측된다. “즉흥연주를 할 때, 뮤지션들은 어떤 생각들을 하나요? 어떤 근거로 다음에 연주할 멜로디나 음들을 골라내나요?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음들을 그 순간에 즉각적으로 선택할 수 있나요?”. 이런 질문에 재즈 역사상 가장 유니크한 베이스 ‘사운드’로 우리에게 재즈의 진솔한 매력과 더불어 삶의 본질에 관해 되돌아보게 만들고 성찰할 기회들을 들려준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의 대답은 이러했다. “당신이 이 순간, 바로 다음에 연주할 음들에 당신의 인생이 걸려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게 우리가 음들을 찾는 방법입니다.”

 

1959년 오넷 콜맨의 역사적인 걸작 <The Shape of Jazz to Come> (Atlantic)에서 23세의 젊고 수줍은 백인 청년이 들려준, 놀랍도록 강렬하면서도 무게감있는 베이스 연주는 이후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음악 자체를 대하는 태도를 크게 바꿔놓았다. 앞서 언급한 글에서처럼 연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듯한 ‘태도와 신념, 진솔함’이 우선이 된 연주로 인해 테크닉이나 높은 난이도의 능력검증용 재즈 프레이즈들을 소화해내는데 집중하던 대다수의 재즈 연주자들을 되레 머쓱하게 만들어 버린 하나의 중요한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 인물이 바로 찰리 헤이든이다. 기존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보이스’로 연주하며, 오넷 콜맨의 새로운 재즈를 완성시키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하게 된 이 연주자는 이 후, ‘오리지널’한 베이스 연주와 톤으로 60년대 이후 아주 중요한 재즈 베이스 주자로 재즈 신 전면에 등장하게 된다.

 

여기서 60년대의 시대상을 잠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정치, 사회적으로 엄청난 격변기를 겪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는 인종과 인권문제가 소용돌이 치고 있었으며, 국제적으로는 구소련과의 대치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미국은 결코 그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전 세계의 경찰 역을 자처하며 공산주의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노력했고, 이는 베트남전에서 정점에 다다르게 된다. 찰리 헤이든은 이 과정을 뉴스를 통해 지켜보면서 너무나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당시 미국은 결코 옳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이후 캄보니아에서 미국은 사회주의를 막기 위한다는 명분과 구실로 수많은 살상을 저질렀다. 그는 이러한 부조리를 음악에 담아 표현하길 원했다. 그러기 위해서 평소 절친했던 칼라 블레이를 불렀고 그녀에게 이러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녀 역시 찰리 헤이든의 생각에 크게 공감했고 이후 함께 작업할 뮤지션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이 오케스트라에 참여하게 된 뮤지션들은 단 한명도 기성 세대의 베테랑 연주자들은 없었다. 가토 바비에리, 듀이 레드맨, 돈 체리, 폴 모션, 앤드류 시릴, 로스웰 로드, 샘 브라운등 참여한 13명의 연주자들이 모두 당시 포스트 밥과 프리/아방가르드 최전선에서 활동하던 젊은 세대의 깨어있는 연주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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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헤이든은 1937년도 스페인의 시민 혁명때 불렸던 여러 노래들을 알고 있었고 이 곡들 중 몇 곡을 이 오케스트라의 첫 앨범에 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 곡들을 칼라 블레이가 대형 앙상블에 걸맞게 편곡하는 과정을 거쳐 1969년에 자신의 첫 리더작이자 단일 앨범으로서 저항, 사회 참여 성격을 온전하게 띤 공식적인 첫 앨범 <Liberation Music Orchestra> -우리말로 해방 음악 악단- 을 작/편곡가 칼라 블레이와 함께 작업해 이듬해 세상에 내놓는다. 이 밴드는 이전까지 재즈 신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민중과 사회, 정의에 대한 이슈를 부각시키는 촉매로서의 역할을 했으며 – 특정 이슈에 따라 개별 아티스트들이 곡을 만들어 헌정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한 앨범 전체를 그러한 주제 하에 만들어낸 경우는 이 앨범이 처음이었다-  찰리 헤이든의 음악과 사상, 사회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시대적 문제제기는, 이 음악이 프리한 성격을 지닌 재즈였음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음악, 내외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작품 자체를 들여다보면 시대에 대한 고민을 음악적 깊이감으로 응축시키기 위해 다양한 편곡적 장치와 연주를 시도했으며, 그 속엔 분노와 슬픔을 한데 녹아내기 위한 시도와 노력들이 담겨져 있었다.

 

특히나 이 작품은 앞서 언급한 대로 일반 전통적인 재즈 스타일이 아닌, 프리 재즈, 라틴, 포크등의 비교적 당시 비주류 음악의 에센스를 받아들여 여기에 최첨단의 실험정신까지 담아 놓았다. 노래를 통한 직접적인 메세지는 없었지만 곡 제목에서만으로도 알 수 있듯 정치적인 성향은 아주 강한 앨범이었다. 한마디로 매우 용감한 시도였고, 이후 젊은 재즈 뮤지션들에게 매우 중요한 유산을 남겨 놓았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가치를 지니는 작품이다. 세상과 사람들의 고통과 문제들을 직면하는 태도를 담기에 프리 재즈가 매우 좋은 도구라는 것도 찰리 헤이든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인식되었다.

 

이후 그는 이 오케스트라의 이름으로 살아생전 넉장의 앨범을 더 만들어낸다.(라이브 앨범 포함 5장)  두 번째 리버레이션 뮤직 오케스트라 앨범 <Ballad of the Fallen>(1982/ECM)으로 남미의 정치적 상황과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으로 인한 폭력에 관한 비판을 남미의 음악들을 통해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드높였으며 심지어 포루투갈에서는 공연 후 당국 검찰에 의해 심문까지 받았고 FBI 조사도 받았다고 한다. 3번째 앨범 <Dream Keeper>(Blue Note/1990) 에선 미국과 남아프리카의 인종 갈등에 관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미국의 흑인 작가 랭스턴 휴즈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연주된 라틴 곡들은 다시 한 번 칼라 블레이의 편곡으로 수록되었다. 2005년에 발표된 4번째 앨범 <Not in Our Name> (Verve/2005) 에서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관한 비판적 시각을 담아낸 작품들이었으며 2016년도에 발표된 <Time/Life>  (Impulse!/2016) 는 현대사회가 직면한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인 환경에 대한 관심을 투영하고 있다.

 

이처럼 살아생전 음악 못지않게 사회에 시선을 두고 있었고, 음악 속에 대중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을 늘 해왔던 인물, 자유로운 사회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위치에 놓이고 고통 받는 서민, 민중들에 대한 슬픔, 이들에 대한 공감대에서 출발한 음악을 가슴으로 들려주길 바랐던 인물이 바로 찰리 헤이든이었다.

 

그가 들려준 음악적 성취는 누구나 인정하고 존경하지만 아쉽게도 그가 세상을 떠나버린 지금 이 중요한 유산의 맥을 이어갈 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더없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오케스트라의 편곡을 도맡아 해오던 칼라 블레이 역시 이제 여든을 넘긴 노구의 몸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누가 이 팀의 주축을 떠맡아 이어나가든 해방음악악단은 계속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이 명반이 그저 역사속 명반으로만 남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글/재즈 기타리스트 정수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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