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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스윙, 비밥, 이후 5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하드 밥 시대까지 잘 알려진 재즈 명반들 외에 현 시대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음악적 스타일과 연주를 담은 작품들을 찾아서 조명하고 해당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시각으로 이야기 해보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는 코너. 참여 필자 - 편집장 김희준, 기타리스트 정수욱, 칼럼니스트 황덕호

Johnk

⚡재즈의 전통언어와 퓨전 완벽하게 아우르다! [Live] - 존 스코필드(John Scofield)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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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젊은 시절의 존 스코필드.jpg

 

John Scofield (존 스코필드)

<Live>

 

ENJA 3013-2

 

1.V

2.Gray and Visceral

3.Leaving

4.Air Pakistan

5.Jeanie

6.Softly, as in a Morning Sunrise

 

John Scofield electric guitar

Richie Beirach piano

George Mraz bass

Joe LaBarbera drums

 

Originally released in 1978.

Recording Location: "Live" at the Domicile, Munich.

Date November 4th, 1977.

 

 

재즈의 전통언어와 퓨전

완벽하게 아우르다! 

   

1977년 당시 불과 26세였던 존 스코필드와, 또한 그 당시 신생 레이블이었던 엔자(Enja)에서 발매된 이 음반은 스코필드 개인에게나 재즈기타의 영역에서나 무척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당시 20대의 젊은 재즈 뮤지션과 베이비 붐 세대(그러니까 듀크 엘링턴, 찰리 파커 보다 비틀즈를 먼저 접하고 또 더 많이 듣고 자란 세대들)에게 재즈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 같은 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8~90년대로 넘어가면서 퓨전 재즈와 재즈 기타가 ‘초심’을 잃지 않게 도와준 앨범중 하나이기도 하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던 존 애버크롬비의 <Timeless>(1975, ECM), 팻 메시니의 <Bright Size Life>(1976, ECM)등과 함께, 퓨전의 시대에 재즈 기타리스트들이 어떤 방향을 가져가야 하는가에 대한 좋은 참고서가 되어 준 셈이라고나 할까? (60년대에는 소니 롤린스와 짐 홀의 <Bridge> (1962, RCA)” 앨범이 그런 역할을 해주었다). 이런 앨범들은 ‘퓨전의 부작용’중 하나인 지나친 상업적 성향에 대한 일종의 해독제 같은 역할을 함과 동시에, 재즈 기타의 스펙트럼은 넓히고 음악성 또한 확보할 수 있는, 마치 영양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재즈 기타에서 존 스코필드의 영향력이 가장 처음, 제대로 전달되어 ‘전설적인 음반’으로 자리 잡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록이기도 하다.

  

70년대 초 본격적인 발전(정확히는 폭발에 가까운)을 시작한 ‘퓨전’은 사실 나쁜 음악이 아니었다. 이 새롭고 매력적인 거대한 파도는 많은 재즈 뮤지션들에게, 특히 젊은 연주자들에게 새로운 음악적 재료가 되었고 지평을 열어 주었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Bitches Brew> 출신 영국의 기타 신성 존 맥러플린은 같은 밴드이기도 했던 드러머 토니 윌리엄스의 초창기 라이프타임(Lifetime) 밴드와 마하바쉬누 오케스트라를 통해, 더블넥 깁슨 일렉트릭 솔리드 바디 기타와 마샬 앰프로 지미 헨드릭스와 콜트레인의 에너지를 함께 뿜어내며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이를 목격한 그때의 젊은 재즈 기타리스트들은 혼돈과 에너지의 양면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퓨전의 기세는 수그러들기는 커녕 더욱 더 커져만 가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음악은 지금과는 다르게, 돈을 벌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엔터테인먼트였고(인터넷은 커녕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다. 오직 음반과 공연만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매개체였다)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퓨전’은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기 딱 좋은 소재이기도 했다. 이 시기를 전후로 대략 3부류의 재즈 뮤지션으로 나뉘게 되는데, 스윙, 비밥을 간직한 전통주의 재즈 ‘하드코어’들, 그리고 실험으로 퓨전을 받아들일지를 고민하던 젊은 재즈 뮤지션들, 상업적 영역에서 재즈는 일종의 명함이 되어버린 부류들로 대략 나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그저 나쁘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역사적 흐름인데다 이 와중에 스튜디오의 기술적인 면과 창작적인 발전이 동반되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바닷가에서 파도에 휩쓸려 방향을 잃기도 하고 몸부림치며 분투를 하며, 때론 자신의 몸이 원하는 대로 가지 않고 바다 전혀 다른 곳에 서 있는 걸 발견할 때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때 그 모습이 아니고, 몸부림과 분투를 통해 몸에 생겨난 근육과 정신력이 앞으로 다가올 더 큰 또 다른 파도에 대처하는 힘과 지혜, 혜안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퓨전’은 당시 젊었던 재즈 기타리스트 존 스코필드에게 그저 따라가야 할 운명적 결과가 아닌, 자신의 음악을 표현해낼 또 한 가지의 주요한 방법론에 불과함을 일깨워 준 것이다.

 

또한 마일스 데이비스의 퓨전이 아닌, 컨템포러리 재즈에 기반을 둔 음악과 연주가 필요했을 것이다. 기회가 찾아온 것은 독일 뮌헨 기반의 레코드 레이블 엔자(Enja)의 제안으로 계약과 동시에 라이블 앨범을 녹음하게 된다. 당시 이런 기회는 젊은 뮤지션들에게는 대단한 일이었고 스코필드의 초기 커리어에 유럽을 오가며 많은 앨범과 공연을 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 앨범 <Live>는 이 젋은 재즈 기타리스트가 당시 유행하던 퓨전에 마냥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퓨전을 하고 있다’는 증명이었으며, 존 스코필드의 에너지와 이미 완숙에 가까운 프레이징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이후, 스타일들은 여러 형태로 바뀌었어도, 그의 시그너쳐 기타 사운드들과 음악적 어법들은 이 라이브 앨범에 아주 잘 담겨져 있다.

 

첫 곡 ‘V’ 는 스코필드의 작곡으로 미디엄 템포의 포스트 밥 넘버다. 스코필드가 엔자와 계약하기 직전, 이미 레이블의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던 일본 출신의 트럼페터 테루마사 히노(아마도 스코필드와 레이블의 중매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측된다)와 발표한 앨범 존 스코필드 <John Scofield> (1978, Trio)”에 실리기도 한 곡이다. 작곡적인 전개가 강하거나 흥미로운 멜로디 구성은 아니지만, 색소폰의 블로잉을 염두에 둔 코드 진행과 멜로디의 전개등은 향후 작곡가로서의 그의 성향과 면모를 엿보게 한다. 이 작품에 참여한,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의 마지막 드러머 조 라발베라의 스윙감과 컴핑은 진부하지 않고 안정적이면서도 솔리스트들의 스토리를 잘 호위해주고 있다. 존 스코필드의 솔로는 마치 짐 홀의 레가토 주법을 기반으로 한 포스트 밥 재즈 프레이징과 존 맥러플린의 터프한 록/블루스 기타 톤을 잘 겹쳐 놓은것 같은 느낌으로, 펜타토닉 스케일의 수퍼 임포지션과 디미니쉬 스케일의 감각적인 프레이징을 함께 들려주고 있다. 피아노 솔로와 베이스 솔로, 그리고 다시 헤드 아웃으로 마무리된다 (진공관 앰프가 아님-폴리톤 앰프-에도 상당히 따뜻한 톤을 만들고 있다) 버클리를 거치면서 바이브라폰 주자 게리 버튼의 밴드를 통해 알게된 일렉 베이시스트 스티브 스왈로우와 포스트 밥 드러머 아담 나스붐이 함께 참여한 존 스코필드 트리오 연주와 앨범들에서 자신이 제시한 재즈 기타 솔로와 연주들의 새로운 접근을 스스로 완성 시키고 있다. 이 무렵의 스코필드는 유러피언 재즈의 영향과 퓨전의 상호 작용으로 포스트 밥의 완성도를 한단계 더 높여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3박 계열의 모달 뱀프곡인 ‘Gray and Visceral’은 마치 시카고 블루스 리프를 연상시키는 심플한 테마로 곡을 시작한다. 그리고 콜트레인의 ‘Equinox’에서 드러머 엘빈 존스와 맥코이 타이너의 인터플레이를 떠올릴만한 무게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특히, 스코필드의 후반부 기타 솔로는 에너지를 산만하게 쓰지 않으면서 선택과 집중으로 스토리의 집중력을 높여주고 있다.

 

한편 이 라이브 앨범에는 두 곡의 오리지널 발라드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피아니스트 리치 바이락이 만든 ‘Leaving’은 서정적 멜로디와, 모던 유러피언 재즈의 정서를 함께 담고 있는 스트레이트 8분 음표 곡으로 유러피언 재즈의 특성을 매우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 곡의 인트로는 마치 빌 에번스를 연상시키는 긴 피아노 독주로 시작해 화성들과 멜로디를 자유롭게 해석하고 기타 멜로디와 함께 모던한 솔로로 이어진다. 또 다른 재즈 발라드인 스코필드 오리지널 ‘Jeanie’에서는 체코 출신의 베이시스트 조지 므라즈의 솔로가 매우 인상적이다.

드럼과 기타의 격한 대화가 한차례 오가며 시작되는 스코필드의 곡 ‘Air Pakistan’은 스코필드가 이후 맞게 될, 마일스 데이비스의 새로운 밴드에서 ‘퓨전 기타리스트’역할과 2기 스코필드 재즈 퓨전 커리어의 밑바탕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후기 하드 밥의 하드 드라이빙 스윙감과 뒤를 돌아 보지 않는듯한 돌직구 솔로는 이곡의 에너지를 절로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이 곡에서는 조 라발베라의 깜짝 반전 에너지 솔로를 들을 수 있다. 마치 ‘빌리 콥햄에게 질수 없다!’는 식의 플레이랄까?!)

 

마지막 한가지 언급하고 싶은 부분으로 존 스코필드의 작곡적 특징을 이야기하고 싶다. 상당히 심플하지만 매우 효과적인 리프 스토리 전개가 기반이 된 그의 작곡은 이미 이 무렵부터 그 모습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2.jpg

 

사실 이 앨범이 만들어지던 시기인 1970년대 후반부터 84년까지 7-8년의 기간 동안 존 스코필드는 게리 버튼, 빌리 콥햄, 조지 듀크, 마일스 데이비스 같은 뮤지션들을 거치면서 당대 가장 중요한 재즈 기타 솔리스트중 한명으로 확고하게 성장해 나갔다. 그리고 이 시기를 통해 그는 포스트 밥의 영역을 넘어 새로운 음악적 실험도 하게 된다. 그러니까 록 퓨전의 원코드 그루브-솔로와 완성도 높은 수준의 작곡, 더 강해진 기타 톤으로 블루스및 록 팬들까지 자신의 영역으로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2000년대 이후 스코필드의 음반들은 자신이 이때에 형성한 음악 세계를 기반으로 외연을 조금씩 넓히거나 살짝 바꾸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본 작에 담겨진 음악적 재료들과 표현을 들어보면 이미 20대 중반부터 그는 자신의 기본 틀을 구석구석 다져놓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 씨앗이 바로 여기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글/재즈 기타리스트 정수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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