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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스윙, 비밥, 이후 5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하드 밥 시대까지 잘 알려진 재즈 명반들 외에 현 시대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음악적 스타일과 연주를 담은 작품들을 찾아서 조명하고 해당 아티스트들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시각으로 이야기 해보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는 코너. 참여 필자 - 편집장 김희준, 기타리스트 정수욱, 칼럼니스트 황덕호

Johnk

⚡새로운 시대 여명 알리는 영롱한 소리 [Crystal Silence] - 칙 코리아 & 게리 버튼(Chick Corea & Gary Burton)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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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교적 최근의 두 사람 연주 모습 2012년 Hot House 앨범 발표 후 투어하던 모습.jpg

 

Gary Burton & Chick Corea (게리 버튼 & 칙 코리아)

 

 

<Crystal Silence>

 

ECM / ECM 1024

Engineer – Jan Erik Kongshaug

Piano – Chick Corea

Vibraphone [Vibes] – Gary Burton

   

1."Señor Mouse" (Chick Corea)

2."Arise, Her Eyes" (Steve Swallow)

3."I'm Your Pal" (Steve Swallow)

4."Desert Air" (Chick Corea)

5."Crystal Silence" (Chick Corea)

6."Falling Grace" (Steve Swallow)

7."Feelings And Things" (Mike Gibbs)

8."Children's Song" (Chick Corea)

9."What Game Shall We Play Today" (Chick Corea)

 

Recorded on November 6, 1972 at Arne Bendiksen Studio, Oslo.

 

 

 

 

‘새로운 시대의 여명 알리는 영롱한 소리’

   

60년대 말 마일스 데이비스를 필두로 한 음악적 실험과 융합이 가져온 결과로서, 70년대를 기점으로 하여 재즈가 더 큰 다양성을 확보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건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른 바 ‘퓨전’ 으로 대변되는 또 다른 재즈 시대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드 밥, 포스트 밥 초기 시절 재즈 피아니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칙 코리아 역시 마일스 데이비스의 일렉트릭 밴드의 활동을 통해서 이 다양성의 홍수 속에서 자신의 스타일과 음악적, 예술적 그리고 심지어 종교적 기호와 호기심을 충족하고 탐구할 기회들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그는 1971년 초부터 1972년 사이, 당시 독일의 신생 레이블이었던 ECM에서 만프레드 아이허와 첫 작업들을 시작하게 됩니다. 마일스 데이비스 일렉트릭 밴드에서 같이 활동 했던 영국의 베이시스트 데이브 홀랜드와 독일의 프리 재즈 드러머 베리 알츠슐과 함께 결성한 트리오 <A.R.C> (1971, ECM), 그리고 피아노 독주 앨범 <Piano Improvisation Vol.1> (1971, ECM), <Piano Improvisation Vol2> (1972, ECM)”, 스탠리 클락, 에이어토 모레이라등이 참여한 전설적인 퓨전 밴드 RTF(“Return To Forever”)의 첫 앨범 <Return to Forever>(1972, ECM), 그리고 모던 재즈 바이브라폰 연주자 게리 버튼과 함께 만든 앨범 <Crystal Silence> (1973, ECM)등 이렇게 4장의 앨범을 연이어 발매하게 되죠. 이 각각의 서로 다른 스타일의 앨범들은 그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음악적 시작점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A.R.C’ 는 그의 ‘프리 재즈’와 컨템포러리 뮤직의 시작으로 나중에 다중관악주자 앤쏘니 브랙스턴같은 프리 연주자들과의 작업으로까지 연결됩니다. 그리고 칙 코리아의 솔로 피아노 독주들은 당시 같은 마일스 데이비스 밴드의 피아니스트였던 키스 자렛이 비슷한 시기에 발매한 <Facing You> (1972, ECM)와 함께, 모던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시작한 앨범들로, 이 후 재즈 피아니스트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와 더불어 칙 코리아와 게리 버튼의 첫 듀오 작품인 <Crystal Silence>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모던 재즈사에 시금석과 같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우선 1970년대 초, 재즈에 새로운 경향이자 트렌드로 대두되기 시작한 ‘일렉트릭 퓨전’의 커다란 파도를 피해, 어쿠스틱 재즈의 본질과 맥락을 놓지 않으려는 젊은 재즈 뮤지션들의 음악성을 잘 엿볼 수 있는 앨범입니다. 일렉트릭 마일스 밴드의 메인 키보디스트였던 칙 코리아와 ‘재즈 록 퓨전’ 흐름의 초기 선봉장 중 한명인 게리 버튼에게는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어쿠스틱 사운드의 접근이 절실히 필요한 운명 같은 것이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드 밥, 프리, 퓨전으로 넘어 오던 재즈의 흐름에 또 다른 방향전환을 이뤄낸 것도 이 <Crystal Silence>앨범 에서처럼, 장르를 넘어서고 여러 스타일을 두루 탐구하던 뮤지션들의 창의적인 마인드 때문이기도 합니다. 스윙, 블루스, 그루브 같은 개념들을 내려놓기 힘든 재즈에서 또 다른 ‘함축적 의미들’을 자신의 음악적 탐구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바로 클래식음악, 여러 지역의 월드뮤직, 악기구성등의 다양성이 실험된 이유이기도 하지요.

 

또 여기에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흐름이 하나 있는데, 1970년대 중반에 등장해 서서히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음악 장르 중, ‘뉴 에이지(New Age)’ 음악이 있었습니다. 이 뉴 에이지는 일반적으로 그저 단순하고 조용한 연주음악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로 출발점은 상당히 정신적인 종교적 접근을 갖고 있었으며 음악이 영적인 성숙과 발전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시작된 점이 분명 있죠. 또한 그 당시 처음 시작될 때에는 그 시대의 재즈 음악과도 꽤나 큰 영향을 서로 주고 받았습니다. <Crystal Silence>를 비롯한 당시 ECM 레이블에서 만들어진 몇몇 음반들이 뉴 에이지 음악에 직접적인 모티브가 되기도 하고 그 영향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 봐도 틀리지 않죠. 물론 시간이 지나서 이 흐름도 초기의 의미와 방향성이 퇴색되고 지금 돌이켜보면, 결국 음반회사들이 ‘노래음악’ 이외에 ‘연주음악’으로 상업적 수익을 올리려는 얄팍한 마케팅과 브렌딩의 형태에 지나지 않은 정도로 편협하게 축소되어버렸지만, 당시에는 월드뮤직과 포크, 재즈, 종교음악적인 요소를 음악에 두루 반영하고 녹음도 기존의 연주음악들과 다르게 가져감으로서 신선한 반향을 일으켜 꽤나 인기가 있었고, 아직도 많은 추종자들이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뉴 에이지 음악’의 큰 특징은 현대음악의 미니멀리즘에 밀접하게 맞닿아 있으며, 전통적인 재즈 스타일들에서 벗어나, 스윙이나 리드믹한 요소들을 옆으로 제쳐두고, 심플하면서도 정적인 모습의 연주음악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필자가 보기엔 당시 서구권에 유행했던 요가 배경음악으로 적합한 음악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뉴 에이지 음악은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어느 한 음악이 이 장르를 시작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시 대중음악의 흐름에서 연주 음악의 정점은 재즈와 그의 영향을 받은 음악들이었고, 특히 유러피언 재즈를 대변하는 ECM의 영향도 무시 못할만큼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경우 당시의 재즈뮤지션들이 참여해 솔로, 듀엣으로 연주되기도 했고, 비록 간략하게 축소되긴 했지만 즉흥연주의 요소를 반영한 것도 적지 않았죠.

 

하지만, 뉴에이지와 이 스타일의 재즈 음악들의 비슷한 점은, 즉흥적인 요소의 강조보다는 분위기와 무드, 편곡적인 측면이 비슷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 본질적 관계는 없습니다. 만약 이 음반 <Crystal Silence> 가 이런 피상적인 측면들만 강조했다면 신흥종교 주제가들처럼 들렸겠지만, 칙 코리아와 게리 버튼의 음악적 대화는 재즈의 기본적인 본질을 잘 보여주고 있기에 새로운 방향의 재즈를 이끌어 가는데 중요한 결과물로 인식되는 것이죠.

 

3 비브라포니스트 게리 버튼.jpg

 

1972년 초겨울,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녹음된 이 앨범에는 칙 코리아의 곡들이 상당수를 구성하고 있으며, 베이시스트 스티브 스왈로우, 그리고 동료 작곡가 마이클 깁스의 음악들로 연주 되고 있습니다. 게리 버튼은 연주에만 집중하는 모양새지만, 사실 그의 즉흥연주들을 듣다보면 따로 작곡을 안해도 될만큼 너무 좋은 선율로 뽑아내고 있는데, 아마도 그가 커리어 내내 작곡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도 이런 영향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이 듀오는 ECM의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의 의견으로 시작 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일렉트릭 마일스 밴드의 동료 키보디스트 키스 자렛도 비슷한 시기에 솔로피아노와 게리 버튼과의 앨범들이 있는걸 보면 당시 음악적 활동들의 연관성과 관계들을 엿볼 수도 있겠습니다. 또, 앞서 언급한 대로 기존의 재즈와는 다른 관점의 스타일과 방향을 택했는데, 특히 클래식과 월드 뮤직적인 성격을 지닌 칙 코리아의 오리지널 곡들(‘Senor Mouse’, ‘Desert Air’, ‘Crystal Silence’, ‘Children’s Song‘, ’What Game Shall We Play?’)과 좀 더 모던 재즈 지향적인 스티브 스왈로우의 곡들(‘Arise, Her Eyes’, ‘Falling Grace’, ‘I’m Your Pal‘ ; 피아노와 비브라폰은 거의 비슷한 악기 군에 속해 있습니다) 둘 다 화음을 비교적 자유롭게 연주(게리 버튼의 주법이 그 시작이 된)할 수 있는 화성악기이자 때려서 연주하는 타악기의 범주이기도 하고, 음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어택이 강하고 페달 없이는 음의 지속이 길지 않은 악기들입니다. 입으로 부는 악기들이나 보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멜로딕 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칙 코리아와 게리 버튼의 연주에는 이런 서정성도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게리 버튼의 바이브라폰 솔로 연주는 특히, 두개가 아닌 4개의 말렛스틱을 이용해 매우 멜로딕(의외로 화성적인 특면보다 더)한 즉흥연주를 발전시켰습니다. 또, 게리 버튼의 오리지널 곡들도 좋지만, 칙 코리아, 스티브 스왈로우, 마이클 깁스는 당시 가장 중요한 젋은 재즈 작곡가들이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게리 버튼은 굳이 여기에 자신의 곡을 더하기보단, 그들의 레퍼토리를 존중하고 연주에 치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재즈 임프로비제이션이 1940년대를 넘어오면서 연주 자체가 앨범에 담기기 시작했는데, 그것 자체가 마치 ’작곡‘의 한 형태나 다름없다는 , 약간은 ’선지자‘(?)적인 관점을 그 당시부터 견지했다는 건 무척 놀랍기도 합니다.

 

이 듀오로 이 후에도 두 사람은 꾸준히 활동해 지금까지 라이브 앨범 포함, 총 다섯 장의 정규앨범을 만들었으며, 각 앨범들이 평단의 찬사도 두루 받았습니다. 칙 코리아가 받은 22개의 그래미상중 4개가 게리 버튼과의 작업이었죠. 거기에 거의 매해 연주하는 포맷으로 자리 잡았고, 같은 곡이지만 해마다 조금씩 진화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이제는 75세가 된 칙 코리아와 투어연주에서 완전히 은퇴한 게리 버튼의 연주를 라이브로 직접 듣기는 어렵겠지만, 인터넷과 유투브 등에서 볼 수 있는 그들의 여러 라이브 영상들은 앨범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감동과 영감이 담겨있죠. 칙 코리아와 게리 버튼의 이 듀엣 앨범은 3년 후면 만들어진 지 반세기가 지나게 됩니다만, 아마 10년, 20년 뒤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귀를 통해 예술과 음악, 재즈와 즉흥연주들을 대변하는 하나의 앨범으로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전통의 영역에서 새로운 미개척지를 향해 나가던 두 뮤지션의 진취적인 태도가 충만한 작품으로써 말이죠.  

 

P.S 거의 10여 년 전쯤인 거 같은데, 게리 버튼이 칙 코리아와 한국에서 듀오 공연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무대에서 얘기할 기회가 생겨, 대기실을 찾았는데, 그가 공연에 사용한 비브라폰이 <Crystal Silence> 를 녹음할 때부터 사용하던 악기라고 하더군요. 직접 그의 악기를 설치하며 리허설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오랜 세월 그의 악기만큼이나 그의 비루투오소적 연주는 항상 안정적이었으며 어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고 훌륭했습니다. 

 

글/재즈 기타리스트 정수욱 

 

오리지널 앨범 표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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