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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안 라지(Julian Lage) - 젊은 기타 천재, 음악적 통찰과 성숙함 함께 체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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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an Lage

통산 13번째 리더작이자 두 번째 블루노트 앨범 발표하는 전천후 기타리스트

 

젊은 기타 천재,

음악적 통찰과 성숙함 함께 체득하다

 

현재 재즈 필드에서 각광받는 30~40대 젊은 기타리스트들 가운데 줄리안 라지는 가장 지명도가 높고 또 언론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또래 급 연주자들 가운데 메이저 격인 블루노트에서 앨범을 내는 경우도 그가 유일한데 대부분의 실력 충만한 주변 기타리스트들이 마이너나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앨범을 만드는 것과 비교한다면 그는 모든 면에서 특혜를 받아온 셈. 물론 그런 특혜가 단순히 비즈니스적인 차원에서만 이뤄진 것은 결코 아니며 훌륭한 음악적 결과물이 지금까지 뒤따랐음을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다시 한 번 블루노트 레이블을 통해 신작을 발표한다. 맥 애비뉴에서 전격 레이블 이적한 이후 줄리안 라지의 행보는 얼핏 보기에 좀 더 대중친화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것 같이 보인다. 사실 이 같은 모습은 맥 애비뉴 시절 마지막에 보여주었던 작품성향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은데, 확실히 전체적인 연주의 형태는 심플해지고 상호간의 인터플레이와 즉흥연주 비중 역시 간소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하지만 과연 그게 다일까? 그렇게 간소화된 연주와 쉽게 귀에 걸리는 테마위주의 음악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그가 실질적으로 의도한 음악적인 프로세스의 전부인걸까? 그 안에 뭔가 감춰진 의도 같은 게 있지는 않을까? 기타리스트인 오정수는 바로 그 점에 주목해 줄리안 라지의 지난 행보와 지금의 결과물을 함께 살펴보고 여러 관점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기타리스트 오정수   사진/Blue Note, Mack Avenue R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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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기타키드의 등장과 커리어 과정

재즈, 클래식, 팝 등 장르를 불문하고 지금껏 음악계에 등장해온 모든 영재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좋은 활동을 보여주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경우 어린거 치고 잘하네혹은, ‘어린데 성인 같이 잘하는 게 신기하네수준의 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 서서히 대중에게 잊혀진다. 그중에서 성인이 되어서도 꾸준한 활동과 성과를 보여주는 경우는 정말 소수인데, 국내 기타리스트 중에서 누가 있을 지 생각해보면, 강호동이 진행했던 스타킹에 출연해 화제가 됐었던 정성하가 언뜻 생각난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줄리안 라지도 역시 영재로 미국 방송에 출연해 유명세를 떨치며 대중에게 처음 알려졌다. 여덟 살이었던 당시 그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진 24분짜리, 1996년 다큐멘터리 [Jules at Eight] 은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여러 영화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화제가 되었고, 미국 전역에 방송되었다.

그 후 라지의 커리어에 돌파구가 되는 또 한번의 기회가 그에게 주어지는데, 버클리 음대에 재학하던 중 16세의 나이에 레전드 비브라포니스트 게리 버튼에게 발탁되어 함께 연주하고, 버튼의 2004년작 <Generations>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게리 버튼은 유독 유망한 젊은 기타리스트를 잘 찾아 데뷔시키기로 유명한데, 재즈 팬들이라면 다 아실 팻 메시니도 바로 버튼의 밴드를 통해 데뷔했었다.

이런 여세를 몰아 줄리안 라지는 2009, 21살의 나이로 첫 데뷔앨범 <Sounding Point>를 발표했다. 여느 대학생 혹은 사회초년생의 나이였지만, 프로페셔널로 음악을 한 경력은 거의 중견급에 맞먹는 시간을 보냈기에, 상당히 테크니컬한 프레이즈들도 너무나 자연스럽고 원숙하게 연주해내고 있었고, 첼로와 핸드 드럼이 포함된 악기 구성은 챔버 뮤직과도 같은 인상을 주는 세련된 사운드를 내주었다. 동시에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드럼 세트는 다이내믹의 폭도 크고, 크게 연주하기 시작하면 다른 악기의 소리를 압도하는 부담스러움이 있는데, 손으로만 연주하는 핸드 드럼은 동시에 연주하는 악기의 숫자가 제한되기 때문에, 연주에 여백이 많아지고 볼륨이 커지지 않아, 줄리안 라지 그룹의 유니크한 사운드를 만들어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EmArcy 레이블을 통해 발표된 데뷔 앨범은 이듬해 그래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고, 라지는 그 후 재즈 기타의 다음 세대를 이어갈 스타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줄리안 라지의 스타일은 미국 백인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포크와 블루 그래스, 컨트리, 록을 재즈와 절묘하게 섞어낸다. 미국 중부 미주리 출신의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는 재즈 연주자이지만, 동시에 유럽 백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해 올때 가져온 포크로어(Folklore)가 지금의 모습으로 자리잡은 포크음악을 자기 음악에 하나의 커다란 축으로 가져가고 있고, 동부 메릴랜드 출신의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은 또 하나의 미국 전통 음악인 컨트리를 자신의 예술에 짖게 녹여내고 있는데, 라지는 그 두 가지 음악을 모두 안고 간다. 라지의 두 번째 앨범 <Gladwell>에서 들려주는 1800년대 후반 포크/블루스 레전드 엘리자베스 코튼‘Freight Train’, 그리고 마지막 트랙으로 실렸던 라지의 자작곡 ‘Telegram’에서 그 색채감은 더 강하게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는 참신했던 줄리안 라지 그룹을 두 번째 앨범에서 마무리하고, 좀 더 포크와 컨트리에 집중하는 새로운 경로로 방향을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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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음악적 변화

줄리안 라지는 콜라보레이션에 능한 연주자이다. 색깔이 강한 아티스트들이 모여 서로 타협을 통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현재 34세인 그는 길지 않은 리더 작품 활동 기간 동안 상당히 많은 협업 작품을 만들어 냈다. 두 번째 앨범 이후 그는, 블루 그래스 밴드 펀치 브라더스의 걸출한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인 크리스 엘드리지와 듀오 앨범 <Close to Picture><Avalon>을 발표한다. 엘드리지와의 작업은 2017년 세 번째 앨범 <Mount Royal>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었는데, 라지의 컨트리/포크를 향한 표현 욕구는 엘드리지의 기타와 노래를 만나 더욱 진하고 감성적으로 펼쳐졌다. 그 외에도, 피아니스트 프레드 허쉬와 온전한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낸 듀오 앨범 <Free Flying>, 컨트리록 밴드 ‘Wilco’의 기타리스트이자 노이즈 아티스트이기도 한 넬스 클라인과 듀오 앨범 <Room>을 발표했고, 클라인과의 인연은 클라인의 앨범 <Lovers><Currunts, Constellations>을 함께하기까지 이어진다.

줄리안 라지 그룹을 마무리하고, 한동안 협업 작품에 집중하던 그는, 2015년 어쿠스틱 기타 솔로 앨범 <World’s Fair>를 포크 레이블인 Modern Lore에서 발표한다. 모던로어는 포크로어의 포크를 모던으로 치환한, 포크를 현대에 맞게 계승하겠다는 레이블의 모토를 이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레이블인데, 이 레이블의 재치 있는 이름은 후에 라지가 맥애비뉴 레이블에 몸담을 당시 발표하게 되는 다섯 번째 스튜디오 리더작의 제목이 된다. 일렉트릭 기타는 사용하지 않고, 마틴 어쿠스틱 기타만을 가지고 오버더빙 없이 녹음한 이 솔로 앨범은, 크리스 엘드리지와 함께 했던 포크/컨트리의 연장선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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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프레드 허쉬와 연주하는 줄리안 라지 2015년도

 

 

줄리안 라지가 지금까지 발표해온 작품 세계를 넓게 구분하면 세 챕터로 구분할 수 있는데, 줄리안 라지 그룹으로 활동한 첫 두 장의 앨범이 첫 번째 챕터, 재즈의 난해함 보다는 포크/컨트리의 감성에 더 집중했던 듀오/솔로 활동이 두 번째 챕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 라지는 메인 기타를 전통 재즈 악기인 통이 큰 할로우 바디 기타에서, 주로 재즈보다 록이나 블루스에 많이 쓰이는 통이 작은 솔리드 바디 기타로 전환한다. 기타리스트에게 기타를 바꾸는 것은 음악 스타일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과 다름없는데, 펜더 텔레캐스터 기타를 연주하면, 그 기타에 더 효과적인 연주를 하게 되며 이는 연주 스타일에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솔리드 바디 기타를 사용해 작업한 트리오 기반의 음악은 이번에 발표되는 신작 앨범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2016년 앨범 <Arclight>부터 지금까지를 라지의 세 번째 챕터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기타 트리오 중심의 음악은, 그룹 때보다 좀 더 밴드의 인터플레이와 즉흥성에 더 무게를 싣는다. 아무래도 밴드의 멤버가 많을수록, 즉흥성보다는 계획된 악보에 의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룹 때에 할 수 없었던 오픈된 연주를 베이시스트 스캇 콜리와 드러머 케니 올슨과 보여주었다. 동시에 그의 포크/컨트리적 성향은 여전히 그의 라인과 곡에 절묘히 섞여 있고, 악기가 바뀌었으니 록적인 파워 코드(록 음악에 많이 쓰이는 단순한 기타 코드)도 주저 없이 사용한다. 앨범 <Modern Lore>3번 트랙 ‘General Thunder’에서는 심지어 이전 그의 음악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팝적인 드럼 비트를 들려주는데, 그 리듬은 블루노트 레이블 데뷔작 <Squint>4번 트랙 ‘Saint Rose’로 이어진다. 한편 <Modern Lore>는 인터플레이보다는 심플한 팝적인 느낌이 조금 더 두드러지는데, 여느 팝 음악처럼 신디사이저로 패드(잔잔하게 깔아주는 코드 사운드)를 깔기도 한다.

콜리/올슨 리듬 섹션으로 두 장의 스튜디오 앨범과 한 장의 라이브 앨범을 함께하고 난 이후, 라지는 그의 첫 앨범부터 함께 했던 베이시스트 호르헤 로더’, 그리고 배드 플러스의 드러머 데이빗 킹과 함께 새로운 트리오 라인업을 구축해, 이번에 발표될 앨범 <View with a Room> 까지 세 장의 앨범을 함께 해오고 있다.

 

2 현재 줄리안 라지 트리오 라인업. 좌로부터 데이브 킹, 줄리안 라지, 호르헤 로더..jpg

줄리안 라지 트리오 라인업. 드러머 데이브 킹, 기타리스트 줄리안 라지, 베이시스트 호르헤 로더 (좌로부터)

 

오랫동안 가져온 음악적 화두의 결과

라지의 이번 앨범은 두 번의 큰 변화를 겪으며 그가 해온 음악적 고민에 관한 하나의 결론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짜여진 음악을 하더라도 그 속에서 스몰 앙상블의 인터 플레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면 어떻게 하면 스몰 앙상블을 하더라도 짜임새 있는 음악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지금까지 계속 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짜여진 음악으로는 줄리안 라지 그룹이, 스몰 앙상블로는 기타 트리오로 양 극단을 경험하고, 이번 앨범에서 그 중간 지점에 위치하는 쿼텟 편성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렇다면, 라지의 포크/컨트리적 정체성을 잘 이해하면서, 동시에 라지를 너무 압도하지 않을 만한 적절한 연주자는 누가 있을까? 선배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은 그런 점에서 누가 보더라도 가장 맞춤한 인물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앨범의 문을 여는 첫 곡 ‘Tributary’가 그 대답을 주는 좋은 곡이다. 심플하고 팝적인 드럼 리듬에, 전체를 아름답게 감싸주는 프리셀의 사운드와, 멜로디를 뒷받침하는 라인들은, 음악을 너무나 밸런스 있게 잘 만들어주고 있어서, 들으면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쉬이 끄덕이게 된다. 이미 빌 프리셀과 줄리안 라지는 여러 공연에서 듀오와 밴드로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너무나 손쉽게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앨범 전체에서 라지보다 무려 37살 연상인 레전드 아티스트 빌 프리셀은 선을 절대 넘지 않는, 딱 거기까지만의 역할을 담당한다. 절대 라지의 사운드를 압도하는 연주는 하지 않고, 함께 즉흥 연주하는 곡 ‘Let Every Room Sing’을 제외하고는 솔로 라인을 연주하지도 않으며, 음향에서의 믹스도 프리셀이 보조하는 역할을 잘 담당하도록 라지보다 작게 조절되어 있다. 만약 우리나라 문화에서라면 이렇게 대선배를 모셔서 드러내지 않고, 반주자의 역할을 맡게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하지만 프리셀은 그런 건 아랑곳 않고 자신의 역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라지의 음악이 자신의 의도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련하게 잘 이끌어준다. 일견 심플하면서도 그 속에 평범하지 않은 음악적 함의와 깊이를 함께 담아내고 있는 줄리안 라지의 음악은 그에게 깊은 음악적 영감을 준 대가와의 협업으로 인해 한층 더 여유롭고 노련해진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사실 음악에 정답은 없기 때문에, 라지의 이번 시도가 그에게 어떤 또 다른 고민을 불러일으킬지 우리로선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고민이 지금껏 그래왔듯 그의 음악을 또 새로운 방향으로 계속 인도할 것이고, 역시나 음악으로 답을 찾아내는 모습을 우리는 지금껏 봐왔기에, 그 과정을 음악 팬으로서 무척이나 기대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앞으로 시도될 이후 줄리안 라지의 네 번째 음악 챕터 역시 우리를 흥분하게 만들 것이며 그가 만들어갈 결과물들이 선배 레전드들의 발자취에 비견될만큼 성취도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본 작에 담긴 음악은 이를 온전하게 증명해줄 멋지고도 충분한 근거가 아닌가 싶다.  

 

3 레전드 선배인 빌 프리셀과 협연하는 줄리안 라지 2019년도.jpg

선배 기타리스트 빌 프리셀과 함께 연주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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