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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렌스 블랜차드(Terence Blanchard) - 서서히 드러나는 대가적 풍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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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렌스 블랜차드(Terence Blanchard)

거장 웨인 쇼터에게 헌정하는 야심작 <Absence>발표한 트럼페터/,편곡가

 

서서히 드러나는 대가적 풍모

‘80년대 초반에 등장해 향후 재즈 신을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로 각광받던 당시의 영 라이언 연주자들 중 브랜포드 마살리스, 케니 가렛과 더불어 지금까지도 리더로서 메이저 필드에서 계속 준수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가장 동시대적인 사운드를 찾고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뮤지션이 바로 테렌스 블랜차드입니다. 아마도 몇몇 재즈 팬 분들께서 이 문구에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실 수도 있는데, 의외로 그 당시 반짝거렸던 몇몇 뛰어난 유망주들이 지금까지도 꾸준히 빛을 발하고 있는 경우를 찾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이를테면 알토이스트 도날드 해리슨, 피아니스트 마커스 로버츠와 스테판 스콧, 헐린 라일리, 랄프 무어 같은 연주자들이 현재 어떤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커리어를 지속해오고 있는지를 상기해보면 답은 쉽게 나오죠. 물론 단순히 그들이 음악가로서 활동을 제대로 이어나가지 못한 것에 온전히 그들만의 책임을 물을 수만은 없으며, 음반시장을 포함한 음악계 전반의 변화등 여러 외적인 여건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단 그런 외부의 변수들을 잠시 내려두고 액면가로 파악할 수 있는 활동과정 및 현재 필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커리어의 무게감만을 우선적으로 살펴보고 이야기할 때 상당수의 그 시절 영 라이언들은 지금 재즈 신에서 잘 보이지 않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죠. (드러머 제프 테인 와츠나 위클리프 고든처럼 세션 연주자로 계속 좋은 활약상을 유지해오고 있는 연주자도 분명 있긴 하지만, 그렇지 않고 교육자로 활동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거기에 피아니스트 케니 커클랜드처럼 연주와 리더역량까지 두루 뛰어난 실력파 뮤지션들이 이르게 세상을 떠나버린 것도 하나의 악재로 작용했죠) 그 당시 위상으로 명실상부한 원탑이었던 80~90년대 간판 스타 윈튼 마살리스마저 현재는 더 이상 리더로서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링컨센터 재즈 오케스트라의 수장으로서 공적인 지위와 임무, 행사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며, 그나마 윈튼의 형인 브랜포드, 그리고 알토이스트 케니 가렛 정도만이 세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독자적인 아티스트이자 밴드리더로서 나무랄 데 없는 커리어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죠. 그리고 여기에 트럼페터인 테렌스 블랜차드 또한 이들과 함께 나란히 놓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Blue Note, Cedric Angeles, Brandt Vicknai

 

 

2 80년대 후반 영화 감독 스파이크 리, 알토이스트 도날드 해리슨과 함께 한 테렌스 블랜차드.jpg

80년대 후반 영화 감독 스파이크 리, 알토이스트 도날드 해리슨과 함께 한 테렌스 블랜차드(맨 오른쪽)

 

간략한 음악적 일대기

불과 약관의 나이인 20살 때부터 라이오넬 햄튼과 아트 블레이키 같은 거장들에게 발탁되어 이후 재즈 메신저스의 밴드 멤버로 재적하면서 프로 연주자로서의 커리어 첫 시작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나갔으며, 같은 뉴올리언즈 출신으로 2살 터울의 브랜포드 마살리스, 친구격인 윈튼 마살리스와 함께 교류하고 활동하다, 세션에만 만족하지 않고 일찌감치 자신의 독자적인 커리어를 쌓기 위해 80년대 후반부터 솔로 커리어에 집중해 활동해오면서 기복 없이 탄탄한 성공가도를 달려온 트럼페터이자 당대 초일류급 재즈 아티스트.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아주 뛰어난 영화음악가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해온 뮤지션이 바로 테렌스 블랜차드입니다. 현재 블루노트 레이블 소속 현역 연주자들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레이블에 몸담아온 최고참이기도 한 그는 이곳 국내 재즈 팬들에게 브랜포드 마살리스와 함께 영화 '모베터 블루스'O.S.T에 참여해 연주한 것으로 나름 알려져 있기도 하죠. 하지만 그의 실제 음악적 본령은 모베터 블루스의 O.S.T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현대적인 재즈 이론의 첨단을 리더 작 곳곳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그런 면이 다소 약했었는데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테렌스 블랜차드의 작품은 복잡하고 다채로운 동시대 재즈의 일면을 곳곳에 적극적으로 녹여내기 시작하며 이런 모습들은 <The Malcolm X Jazz Suite>, <Wandering Moon>, <Bounce> 같은 앨범들에 아주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뉴올리언즈 동네 친구인 마살리스 형제와도 음악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에서 확실한 차이점을 갖고 있는데, 커리어 초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그의 리더 작들은 대체적으로 이런 경향에 수렴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 그가 조금씩 의외의 새로운 행보를 보여주기 시작한 게 필자의 시각으로는 바로 2013년도 앨범인 <Magnetic>에서부터였습니다. 이 앨범에 참여한 라인업은 모두 이전 작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익숙하고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라인업이었지만, 만들고 표현되어진 음악의 결은 이전 작품과 사뭇 달랐죠. 테렌스의 트럼펫 사운드에도 이펙트를 적극 가미해 다소간의 변화가 생긴데다, 곡의 느낌도 그렇고 전체 사운드가 어딘지 좀 더 일렉트로닉한 느낌을 반영하고 있다고 여겨졌는데, 아마도 여기에서부터 E-Collective의 구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더불어 이 앨범에서부터 작, 편곡에 관한 밴드 멤버들의 참여가 이전보다 더 커졌고 테렌스 자신의 곡 외에 각자 멤버들의 오리지널 곡들을 담아내면서 멤버들의 개성을 좀 더 과감하게 담아내기 시작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전체의 틀을 마련한 것은 테렌스 블랜차드이긴 했으나, 그 안에서 색깔을 입히는 작업을 멤버들이 자유롭게 하도록 놔두고 그 안에서 특정한 지점을 찾아 끄집어낸 결과가 <Magnetic>이후 시작이 된 거라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이런 새로운 시도는 이듬해 본격적으로 출범시킨 E-Collective를 통해 더욱 확실하게 구체화됩니다.

 

4 밴드 E-Collective 멤버들과 함께한 테렌스 블랜차트.jpg

테렌스 블랜차드와 그의 E-Collective 멤버들

 

새로운 밴드와 함께 찾아낸 독자적 비전

E-Collective 사운드는 이전까지 테렌스 블랜차드가 자신의 리더작에서 보여주었던 것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특유의 복잡하고 난해하게 느껴지는 작곡과 첨단 뉴욕 연주자들의 스타일리쉬한 연주로 엮어내는 복잡다단한 포스트 밥 스타일이 이전까지 그의 음악이었다면, E-Collective는 그와는 달리 펑크(Funk)와 록, 일렉트로닉, 힙합과 같은 외부 장르음악의 비트가 좀 더 전면에 나와있죠. 이 점만 놓고 보면 그도 트렌디한 면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으나, 그는 거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지금까지 그가 지속해오던 현대재즈의 특징들을 그와 함께 복합적으로 녹여냅니다. 그러니까 전형적인 펑크와 록의 그루브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고 내부에 그런 바운스감을 담아내되 화성과 멜로디는 현대적인 재즈의 특징들로 입혀내는 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 결과 감각적이고 공격적이면서 한편으론 아주 지적이고 그만의 난해함이 물씬 풍기는 테렌스 블랜차드만의 일렉트릭 밴드 사운드가 만들어질 수 있게 되는거죠. 게다가 여기에 이번에 발표한 신작의 경우 터틀 아일랜드라는 현대적인 스트링 쿼텟까지 함께 가세해 뭐라고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면모들을 트랙 곳곳에 담아내고 있습니다.(심지어 다소 생뚱맞게도 블루그래스적인 면모까지 담아내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그의 지난 정규앨범들 가운데에서도 아주 야심차고도 엉뚱하고 과감한 시도를 한 작품이 바로 이번 앨범 <Absence>라고 생각되네요. 한편 이 앨범은 거장 웨인 쇼터에 대한 존경과 헌정의 의미도 큰 비중으로 담고 있습니다. 테렌스 블랜차드는 오래 전부터 웨인 쇼터의 작품에 받은 영향을 직, 간접적으로 언급한 바 있었고 그걸 자신의 리더작에 종종 담아내어 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곡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게 많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앨범은 그걸 좀 더 뚜렷하고 노골적으로 담아낸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전체 12개의 수록 곡들 중 웨인 쇼터의 곡이 5개라는 점에서 이 앨범의 방향이 웨인 쇼터에게 향해있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으며, 테렌스 블랜차드의 오리지널 작곡 또한 웨인 쇼터에게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 크다고 합니다.

테렌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 앨범 작업에서 난 편곡가로서 밴드 멤버들에게 자유롭게 음악적 시도를 할 공간을 남겨두었습니다. 그리고 멤버들은 그걸 제가 결코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멋지게 표현해 내주었죠. 우리는 독특하고 남다른 뭔가를 만들어내고자 노력했으며, 그 과정에서 웨인이 그의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여러 가지 방식들이 영감을 주었어요. 그리고 우리는 이걸 받아들여 우리들만의 표현으로 이뤄내고자 했죠.”

 

전체 12곡중 간략한 인트로 성격의 두 곡과 마지막 에필로그 넘버인 ‘More Elders’ 을 제외하면 실제 앨범 수록곡은 9곡입니다. 이 곡들에 대한 감상평은 다음 달 리뷰에서 제대로 다루겠지만 확실히 테렌스 블랜차드의 곡들은 결코 접근이 쉽지 않습니다. 이는 프리, 아방가르드한 면이 커서 그런 것이라기 보단 만들어진 곡 자체의 모양새가 평범하지 않은 탓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으며, 여기에 현악 스트링 쿼텟의 참여가 전체 사운드의 모양새를 쉬이 특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측면도 큽니다. 그러나 이렇게 접근이 쉽지 않음에도 작품을 수차례 반복해 듣다보면 음악에 담긴 에너지와 창조적인 면모만큼은 분명히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일정한 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는 일관성, 스트레이트함보다는 복잡다단하면서도 다양한 음악 소스들을 미로처럼 예상치 못한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듣는 이들로 하여금 지적유희를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그의 의도가 아닐까 싶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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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지난 2016년 당시 필자가 직접 겪은 조그만 일화를 하나 소개할 까 합니다. 그 해 서울재즈페스티벌의 둘째 날 메인 아티스트 라인업중 한 팀으로 포함된 테렌스 블랜차드는 자신이 새롭게 결성해 활동하기 시작한 밴드 E-Collective를 이끌고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죠. 당시 그는 전 해에 E-Collective 를 결성해 첫 정규앨범을 발표한 뒤였으며 과거와 다른 새로운 사운드를 찾고 만들기 위해 나름 고심하던 시기였던 걸로 여겨집니다. 그 때 여러 무대를 오가며 공연을 보고 있던 필자는 우연하게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스테이지에서 테렌스 블랜차드를 만났습니다.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서 간단히 짧은 영어로 자기 소개를 하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더랬죠. 그런데 그는 필자에게 '사실 난 플라잉 로터스의 공연을 보려고 왔는데 어느 공연장인지 모르겠다' 고 이야기해서 플라잉 로터스의 공연장 위치를 알려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헤어진 뒤 잠시 더 에스페란자 스팔딩의 공연을 보다가 필자도 플라잉 로터스의 공연 무대를 찾았었죠. 당시 무대 중간에서 상당히 집중해서 플라잉 로터스의 음악을 진중하게 듣고 있던 테렌스의 모습이 제겐 꽤 인상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미 그때부터 플라잉 로터스는 핫한 뮤지션으로 주목받고 있긴 했었지만, 재즈 뮤지션인 테렌스 블랜차드가 그의 음악, DJ 퍼포밍을 보려하는 지 그 당시만 해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었고 그 의중이 궁금했었데 이후 그의 리더작들과 몇몇 영화음악들을 통해 유추해볼 때 플라잉 로터스의 음악에서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게 지금의 E-Collective와 함께 작업한 앨범의 음악과 어느 정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핵심은 그런 식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도전을 하기 위해서 완숙한 경지에 다다른 최정상급 스타 연주자조차 계속 뭔가를 시도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 안주하려하지 않고, 끊임없이 뭔가를 찾고 그걸 자기 것으로 체화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결국 지금과 같은 E-Collective 밴드를 결성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겠죠. 그리고 자기보다 한참 어린 젊은 세대의 뮤지션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개성을 가두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게 만들도록 독려하는 점에서 테렌스 블랜차드는 일견 대선배인 마일스 데이비스와도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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