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erview - 루이스 내쉬(Lewis Nash) 내 연주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소통과 균형'
- Joh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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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만에 다시 내한한 당대 최고의 세션 드러머
루이스 내쉬(Lewis Nash)
제 연주의 가장 중요한 철학은 '소통과 균형'
당대 최고의 세션 드러머로서 80~90년대부터 화려하게 이름을 날렸던 루이스 내쉬. 트래디셔널 스윙과 밥 스타일의 연주로 최고수준의 어프로치를 들려준 그와 지난 6월 말 공연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자신의 드럼 연주만큼이나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묻어나 있었던 그의 이야기는 진솔하면서 동시에 무게가 있었고, 과장됨이라곤 전혀 없이 무척이나 온화한 인상과 미소 짓는 훈훈한 얼굴, 그에 잘 어울리는 따뜻한 목소리로 질문에 대한 대답 또한 성의 있게 해주셨지요. ‘80년대 초반부터 재즈 필드에서 그가 경험해온 것들, 그리고 재즈 뮤지션으로서 배우고 쌓아온 여러 가지 노하우들에 대해 대답해줄 땐 단지 인터뷰어의 입장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재즈 팬으로서 깊이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개인적으로 너무나 뜻 깊고 감명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내용 중 주요 부분을 본지 구독자분들에게 소개하니 한번 읽어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터뷰/MMJAZZ 편집장 김희준 사진/한화 라이프플러스, 최석규
당신은 지금까지 수많은 재즈계 거물급 연주자들과 함께 협연해왔습니다. 디지 길레스피, 토미 플래내건, 짐 홀, 지미 히쓰, 론 카터, 제랄드 윌슨, 토시코 아키요시, 조 로바노, 케니 배런, 휴스턴 퍼슨등 그들과 함께 하면서 터득한 연주자로서의 노하우, 마인드셋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언급하신 것처럼 전 지금까지 수많은 재즈의 거장들과 함께 일을 해왔죠. 공연을 하고 앨범도 함께 만들어왔는데 그 과정에서 그분들에게서 배운 것은 정말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음악은 물론이고 무대에 서기 전 옷을 어떤 식으로 입는 게 좋은지 부터 세세하게 노하우를 배우기도 했죠. 리허설을 할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그리고 자신이 밴드 리더가 되었을 때엔 어떻게 멤버들과 소통하고 조율해야 하는지, 그리고 동료들과 공연 투어를 다닐 때 시간을 얼마나 잘 관리해야하며 무대 위에서 어떤 식으로 관객들과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그들에게서 하나하나 배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건 그들 또한 그 위의 선배들에게서 배운 것이었습니다. 재즈는 이런 식으로 위에서 계속 전해져 내려오는 중요한 것들이 분명히 있으며 이런 과정을 통해 계속 이어지는 스토리들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음악도 더 서로 밀착되고 단단해지게 됩니다.
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당신의 커리어는 아주 역동적이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드럼 세션 연주자중 한명이었죠. 그런데 2010년대 들어서부터 연주활동이 좀 뜸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본인이름의 재즈 클럽을 열고 또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로 참여한 것도 뜸해진 이유중 하나가 아닌가 싶은데, 어떤가요? 그리고 당신의 이름을 딴 Jazz Beacon Award 를 설립한 것도 그 시기로 보이는데 이런 배뉴를 만든 게 다 연관된 이유가 있을거 같습니다.
이야기하신 그런 부분도 제가 연주활동을 줄이게 된 이유이긴 하지만 그것보다 좀 더 제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싶은 게 더 컸어요. 그 시기에 전 두 명의 딸을 가졌고 그들은 어렸죠.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방치해둔 채 해외 투어를 마냥 다니면 아이들과 제가 정서적으로 가까워질 수가 없고 전 그걸 원치 않았기에 가급적 멀리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연주를 하고자 했어요. 젊을때엔 여간한 긱은 마다하지 않고 했으며 그렇게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아이들이 생기고 나서부터는 많이 하는 것보다는 여러 주변 상황과 조건이 맞는 게 중요했고 또 거기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랬군요. 그런데 제가 느끼기에 2000년대 후반부터 재즈 신의 흐름이 좀 달라진 것도 일부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를테면 스윙, 하드 밥 계열 뮤지션들보다 좀 더 모던하고 학구적인 성향의 재즈가 더 부각되기 시작한 게 그 시기로 보이고 그런 성향의 젊은 뮤지션들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일부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싶던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해요. 그리고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일본등 재즈가 자리 잡은 지역에서 이전보다 앨범 제작이 줄어들고 공연도 감소한 것도 분명 이유중 하나라고 봅니다. 기꺼이 재즈 앨범을 제작하던 여러 메이저 음반사들이 2000년대 중반 들어서 더 이상 제작을 하지 않게 되었고 대부분의 연주자들은 마이너 레이블로 옮겨서 작품을 만들어야 했었죠. 물론 제겐 그것보다 가족이 가장 큰 이유가 되었지만요.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스윙을 비롯한 전통적인 재즈가 점차 주목받고 젊고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등장하면서 활기를 띄고 있죠. 음반도 이전만큼은 아니지만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런 것만 봐도 트렌드와 흐름은 계속 순환하고 돌아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제게 있어, 당신의 연주는 자기과시적인 면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누구와 함께 하든 늘 과하지 않게 적절한 서포트를 해주는 걸로 여겨지는데 협연 연주자로서 당신만의 철학이 있을거 같아요. 그리고 이런 방식의 드러밍이 누구에게서 영향을 받은 건지 궁금합니다.
전 근본적으로 함께 하는 연주자들과 소통하고 교감하길 원하고 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드럼이란 악기는 소리의 볼륨자체가 다른 악기들보다 크고 리듬을 만들어내다보니 제가 강하게 치고 푸쉬하면 연주자들도 거기에 맞춰 따라올 수 밖에 없어집니다. 전 그걸 원치는 않아요. 함께 하는 상대 파트너가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고 그 연주자의 장점과 나의 장점이 잘 맞아들어 갈 때 음악은 훌륭해지는데 그걸 제쳐두고 나의 것을 먼저 내세우면 무게중심은 자연스레 그 사람에게 쏠리게 되죠. 그건 제가 원하는 재즈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엔 상대의 연주에 맞춰주면서도 내가 가진 것을 충분히 표현해낼 수 있다고 봐요.
당신이 이야기한 그런 방식의 드럼 연주 철학을 보여줬던 거장들중 가장 기억에 남고 또 영향을 준 선배가 있다면?
너무 많죠. 빌리 히긴스, 로이 해인즈, 필리 조 존스, 아트 블레이키, 지미 콥, 케니 클락 등 일일이 말하기도 힘들죠. 그런데 한가지 이야기 드리고 싶은 건 이거에요. 아트 블레이키는 재즈사에 손꼽힐만큼 아주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있죠.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섬세하게 연주할 수 있고 무엇보다 상대의 연주에 맞춰서 반응할 줄 아는 유연함이 있어요. 또 그가 아주 강력한 리더쉽을 지니고 있다고 하지만 그게 마냥 일방적이고 강압적이었냐하면 그렇지만은 않았다는 것도 많은 주변 동료들이 이야기하곤 했죠. 저 역시도 제가 하고자 한다면 아주 파워풀하게 연주할 수 있지만 그것 또한 팀 멤버들과의 음악적 소통과정에서 필요하고 흐름에 어울릴 때 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음악적인 균형감을 항상 유지하도록 노력해야하는 것이고 그게 제 드럼연주에서 가장 중요한 철학입니다.
오드 미터를 포함한 현대적일 리듬 접근방식, 스윙 외에 록이나 힙합, 펑크(Funk) 같은 외부 장르의 리듬 표현방식들이 지난 20여년 사이 많이 주목 받아왔죠.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예전부터 해오던 방식을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최근의 트렌드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전통적인 재즈 표현들이 갖는 의미, 가치에 대한 당신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저 또한 그런 스타일의 드럼 연주를 듣는걸 마다하지 않습니다. 젊은 후배들이 힙합과 펑크(Funk)를 사용해 연주하는 걸 보면 재미있고 때론 저도 한번씩 해보기도 하죠. 하지만 스윙을 연주할 때와 그런 그루브를 연주할 때의 드럼 터치, 심벌을 다루는 방식은 상당히 달라요. 당연히 튜닝도, 연주하는 방식도, 사운드도 다를 수 밖에 없죠. 제가 처음 드럼을 연주해오면서 지금까지 쌓아오고 단련시켜온 방식의 드러밍이 있는데 그걸 저버리면서까지 다른 스타일의 리듬과 어프로치로 드럼을 연주하고 싶지가 않아요. 제 방식으로 지금껏 만들어온 가치를 계속 유지해나가고 싶습니다.
색소포니스트 스티브 윌슨과 함께 한 루이스 내쉬 2022년도
색소포니스트 스티브 윌슨과 함께 한 듀오 프로젝트는 편성으로나 연주내용으로나 당신이 시도한 여러 작업들 가운데 아주 이채로운 성격을 띠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리듬 섹션이 제외된 이런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좀 더 열린 상태의 프리한 연주를 지향한(그럼에도 스윙은 항상 유지되고 있더군요) 이런 작업을 할 때 연주방식에 변화를 주는지 궁금합니다.
이 듀오 프로젝트의 파트너가 처음에는 스티브 윌슨이 아니었어요. 당시 제가 생활하고 있던 피닉스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온 동료 색소포니스트와 협업을 하기 시작한 게 첫 시작이었죠. 이후 케니 가렛과 스윗 베이즐 재즈 클럽에서 듀오로 공연을 했는데 그가 앨범으로 만들고 프로젝트를 계속 해나가는 것에 대해 어렵다고 이야기해서 평소 친하게 지내온 스티브 윌슨에게 제안을 했는데, 그가 아주 흔쾌히 받아들여서 듀오로 함께 연주를 시작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에요. 이 듀오를 하게 된 동기는 즉흥을 포함해 좀 더 오픈된 상황에서 연주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인데, 그렇다고 프리하게 연주하려는 의도를 갖고 간건 아니에요. 들어보시면 아실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스윙을 유지하고 있으며 스탠더드 넘버와 작곡된 틀을 갖고서 연주를 하죠. 다만 베이스와 피아노 같은 악기가 없고 그 공간을 저와 스티브가 채워내는 것이고 그 과정이 기존 팀 편성일 때보다 정형화되지 않은 것일 따름이죠. 또 한가지 다른 악기와도 여건이 되면 듀오로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예컨데 피아노-드럼, 기타-드럼, 심지어 드럼-드럼 편성으로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해온 수많은 거장및 동료 연주자들중 다시 하고 싶은 뮤지션을 꼽는다면?
세상을 떠나신 분들까지 포함해서 이야기해주셔도 좋습니다.
(망설임 없이) 토미 플래내건! 제가 늘 첫 번째로 꼽는 최애 뮤지션이자 인간적으로도 너무 훌륭했던 분이셨죠. 그와 처음 했던 연주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데 원래 토미 플래내건이 알 포스터와 트리오로 긱을 하고 있었는데 알 포스터가 그 팀을 그만두게 되면서 연주를 할 수 없게 되었어요. 그래서 새로 드럼주자를 찾아야했는데 당시 토미의 친구였던 피아니스트 롤랜드 한나가 절 추천했다고 하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토미는 절 모르는 상태였는데 롤랜드 한나의 의견 덕분에 처음 같이 연주하게 된거죠. 당시 멤버였던 베이시스트 조지 므라즈와도 그때 처음 인사했었는데, 함께 공연하고 나서 토미가 트리오의 일원이 되어주겠냐고 고맙게도 제안을 주셔서 이후 계속 토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함께 연주하게 되었어요. 그와의 연주는 늘 특별했으며 너무나 따스하고 인간미 넘치는 분이셔서 연주 외에 같이 다니는 것도 무척 즐거웠어요. 또 아주 유쾌하셨죠. 행크 존스도 토미와 마찬가지로 사려 깊고 따스한 인간미를 음악에 담고 계셨던 분이셔서 다시 뵙고 연주하고 싶은 분입니다. 이 분들과 다시 연주할 수 있다면 너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루이스 내쉬가 자신의 최애, 최고 연주자중 첫손가락으로 꼽은 명 피아니스트 토미 플래내건(Tommy Flanagan)
요즘 활동하는 젊은 드러머들 가운데 당신이 눈여겨보는 친구가 있다면? 그리고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이 또한 많이 있죠. 일단 로이 해인즈의 손자인 마커스 길모어도 좋고 요즘 다이앤 리브스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하는 테리언 걸리도 멋진 기량을 갖추고 있죠. 제롬 제닝스, 그리고 줄리어드 음대에서 제게 직접 드럼을 배운 율리시스 오웬스도 재즈 팬이라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연주자라고 봅니다. 제가 그들을 추천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이들에게는 멋진 스윙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에요. 모던한 스타일을 잘 소화하면서도 재즈의 전통적인 요소를 외면하지 않고 잘 체득하고 있어요.
아마도 1997년도였지 싶은데, 국내 색소포니스트 이정식과 함께 트리오로 연주한 적이 있었죠. 그때 이후 한국 출신 연주자와 연주를 하게 된 게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 함께 해보면서 그때와 비교해 달라진 점을 느낀 게 있으신지요?
너무 오래되어서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다른 연주자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거 같은데 오랜만에 한국에 와보니 젊고 재능 있는 연주자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더군요. 워크샵에서도 참여한 연주자들 및 학생들이 매우 진지했고, 당일 날 공연에서도 참여한 연주자들이 다들 좋은 연주를 들려줬고 저 역시 기분 좋게 연주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재즈 신이 더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주 올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들더군요(웃음)
드러머 루이스 내쉬와 함께 한 본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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